미국 경기 호조세가 의외로 이어지면서 지난 9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빅컷(0.50% 금리인하)이 과연 경기상황에 맞춰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금리인하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든 행정부를 위한 결정인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있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경제정책 성공의 상징으로 물가를 잡은 결과 금리 인하를 단행하게 됐다는 실적을 내세워, 해리스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기 때문에 금리인하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선거 변수다.
특히 지난 밤 발표된 미국 고용과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를 보면 파월이 빅컷을 단행할 때 우려했던 경기침체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전월 대비 1만9000 명 줄어든 24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그 직전 주에 급증했던 수치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또한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7144억달러로, 시장 예상치(0.3%↑)를 상회했다. 이날 지표들은 고용시장 악화,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지난달 파월의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지표들이었다.
지난 9월 파월이 빅컷을 결정했을 때 당시에는 의원 중 한 사람만이 빅컷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나온 의사록에 따르면, 몇명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명의 연준 의원들이 0.25% 인하를 주장했고, 그들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것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참가자들이 0.25% 인하를 주장했고 일부 소수의 참가자들도 이러한 의견에 지지의사를 내비쳤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 배경은, 0.25% 인하가 보다 예측 가능한 정책 정상화 경로에 대한 신호를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베이비컷 주장에 대해 파월은 빅컷을 결정한 이유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과 노동시장에 대한 위험의 균형을 고려한 결과였다”고 설명하면서 연 내에 한 번 더 빅컷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 직후에 나온 미국 고용 지표에서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빅컷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9월 비농업 고용 증가는 25만4000건으로 시장 전망치인 15만개를 크게 웃돌았고 실업률은 4.1%를 기록해 전월 대비 0.1%p 하락했다.
이런 흐름 속에 연준이 빅컷을 단행했던 당시인 9월의 소매판매 지수가 지난 밤 높게 나오면서, 미국의 소비시장이 여전히 좋은 것으로 나타나,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지난 9월 파월의 빅컷에 대한 정치적 결정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파월은 금리인하 발표 전에 있은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 경기침체 우려를 내세워 빅컷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놨었다.
그는 잭슨홀 심포지움에서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 더 빨리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결국 빅컷을 단행한 것은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판단한 증거가 된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일찍이 파월에 대해 대선 전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동이므로,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금리인하를 단행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까지 나온 미국의 물가와 고용 지표만 놓고 보면 미국 경기는 침체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소프트랜딩도 아닌 노랜딩을 걱정하고, 금리 인상 필요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전 세계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이끌고 있는 연준 의장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만일 금리 결정에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했다면 그에 대한 부작용은 미국 만이 아닌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의 금리 움직임은 전 세계 국가들의 금리정책의 기본이 되고, 그에따라 환률과 기업의 생태계가 결정된다. 그리고 증권시장의 색깔도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집값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로 인해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미국이 빅컷을 단행하면서, 베이비컷을 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는 점에서 미국의 금리 결정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미국 경제 지표가 지금까지와 같이 견조한 흐름을 계속 이어간다면 미 연준은 유동성 회수를 통한 경기 진정을 위해 금리인상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이미 연속 금리인하를 단행한 EU 그리고 많은 나라들이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이다.
제롬 파월의 결정은 미국 대선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 판도에 주는 영향 못지 않다는 얘기다. 파월 의장이 그걸 알고도 했다면 만행이고, 모르고 했다면 무능이다.
무능이 만행보다는 낫다. 그러길 바란다.
편집국장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