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왕시민 위해, 이제 협치(協治) 해야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14 07:22 | 최종 수정 2024.10.14 09:37 의견 0
지난 12일 경기도 의왕시 시민의날 행사에 지역 국회의원인 이소영 의원과 시의원들 모두가 참여해 한마음 행사를 치뤘다. 사진=의왕시

지난 12일 의왕시 시민의날을 맞아 여·야 구분없이 의왕시 모든 정치인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을 오랜만에 보면서 그림으로지만 협치(協治)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협치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던 의왕시의 시와 의회, 그리고 시장과 국회의원 간에 시민을 위한 협치가 시작 될 지 관심이 간다.

중국 당송팔대가중 한 사람인 한유(韓愈, 768~824)는 '답진상서(答陳商書)'라는 글에서 세상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얘기를 하면서 인정받으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비유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제나라 임금에게 거문고를 가지고 가서 벼슬을 구하려는 사람 이야기인데, 가상의 인물인 진상을 예로 들었다.

제나라 왕은 피리 연주를 좋아했는데, 제나라에서 벼슬 하기를 원하는 진상이 제나라 궁궐 앞에서 3년 간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내가 거문고를 연주하면 귀신도 오르내리게 할 수 있고, 옛 황제들도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제나라 사람이 꾸짖었다. “우리 임금은 피리 연주를 좋아하는데 당신은 거문고 연주를 아무리 잘해봐야 임금이 그 소리를 싫어하니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그러니 벼슬 받기는 틀린 것 같소”라고 말했다.

이 말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호우고슬(好竽鼓瑟)'이다. 즉 피리 소리를 좋아하는데 거문고를 두드린다의 뜻으로, 남의 비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거나 엉뚱하게 대처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은 종종 정치에서 협치(協治)가 어렵다는 것을 비유할 때 쓴다. 여당과 야당이 협치한다는 것이 지금 여의도와 용산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충분히 알 수 있다.

피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귀신 같은 거문고 솜씨를 부려봐야 벼슬 얻기 불가능한 것처럼 협치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은 여러가지가 있다.

얼음을 두드려 불을 얻으려 한다는 고빙구화(敲氷求火), 마른 나무에서 물을 얻는다는 건목수생(乾木水生), 산에 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상산구어(上山求魚) 등등 협치의 불가능함을 비유하는 말은 무수히 많다.

2000여 년 전에도 협치가 그렇게 어려웠던 모양이다. 백성은 피리소리를 좋아하는데 거문고를 두드리며 잘났다고 하니 백성들에게는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의왕시 제38회 시민의날 기념 행사에 오랜만에 지역 국회의원인 이소영 의원과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자리를 채워 말 그대로 한마음 기념행사를 치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8월 인동선과 월판선 의왕 구간 착공식 때는 이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시의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민이 많았다.

지난 9월 10일에는 김성제 의왕시장이 백운밸리 공공기여 사업 추진 관련 이소영 의원을 향해 발목잡기를 그만하고 협치하자고 주장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시장은 백운밸리 숙원사업인 여러 공공기여 사업 추진이 이미 늦어졌는데 지금이라도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백운밸리 공공기여 사업 추진에 대해 국토부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 김 시장은 이소영 의원이 9월 6일 자신의 블로그에 ‘백운밸리 도시개발사업’에 대해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될 백운밸리 공공기여 안건과 관련해 본인이 깊이 관여해왔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그 이유를 묻는 한편 협조요청을 구하는 기자간담회 자리를 가진 것이었다.

정치적인 성향으로 길을 달리 할 수는 있지만, 국민이나 시민이 듣고싶어하는 그리고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피리 소리를 원하면 거문고를 접어두고 피리를 불어줄 줄 아는 것이 정치이고 협치인데 거문고를 두드리면서 피리소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폭력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의왕시민은 시 행정에 대해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의왕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해 의왕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민 만족도 조사를 보면, 75.7%가 의왕시정에 ‘만족한다’로 나나탔다. 의왕시민이어서 행복하다는 주거만족도는 무려 85.3%로 나왔다.

그동안 김성제 시장을 비롯한 시 공무원들의 행정 수행에 대해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것인데, 이 정도면 여당 야당을 떠나 시민들의 평가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호우고슬과 반대 의미로 쓰이는 고사성어로 금슬상화(琴瑟相和)라는 말이 있다. 비파와 거문고 소리의 화음이 어울린다는 의미인데, 실제 비파와 거문고는 음의 높이와 음질이 서로 보완하면서 조화를 잘 이룬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부부관계에 빗대기도 한다.

협치를 위해서는 피리와 거문고의 소음을 만들지 말고, 비파와 거문고의 화합을 이뤄야 할 것이다.

시민이 원하면 뭐든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은 공직자의 기본 자세이다. 시민이 원하면 거문고를 버리고 피리를 불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선선한 가을도 됐는데, 이제 협치의 길이 열리길 바란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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