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 D&I한라가 올해 4월 새롭게 론칭한 아파트 브랜드 ‘에피트’를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단지마다 분양참패가 이어지면서 시름에 빠졌다.
에피트는 그동안 HL D&I한라가 27년 간 사용해온 ‘한라비발디’를 버리고, 새롭게 단장한 아파트 및 오피스텔에 적용하는 브랜드다.
‘에피트(EFETE)’는 영문으로 ‘Everyone’s Favorite, Complete’, 즉 ‘누구나 선호하는 완벽한 아파트’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에피트가 담고 있는 새 주거 브랜드 철학은 ‘Brilliant Prestige’, ‘빛나는 삶의 완성’이라고 한다. HL D&I한라는 ‘편안함’, ‘안전함’, ‘튼튼함’ 위에 스마트 기술을 더한 보다 안락하고 편리한 주거 공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HL D&I한라의 의도와는 달리 ‘에피트’ 브랜드는 부동산시장에서 천덕꾸러기가 됐다. 에피트 이름을 달고 분양하는 단지마다 청약 참패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피트 첫 단지는 지난 6월 3일부터 3일간 청약을 진행한 ‘울산우정에피트’였다. 당초 ‘울산우정한라비발디’라는 이름으로 분양을 준비해오다가, 에피트를 만들면서 단지명을 바꿔 에피트를 붙이면서 울산우정에피트로 바뀐 것이다.
그동안 모든 단지에 들어갔던 한라라는 회사명은 에피트가 들어가면서 빠진 것이 눈에 띈다. HL D&I한라가 중견 건설사에다가 주택시장에서 열세인 것을 감안해 회사명을 지운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우정에피트’ 청약결과는 최악이었다. 총 188가구 모집에 특별, 1, 2순위 모두 합쳐 36명 만이 신청해 청약경쟁률 0.2%대 1로 경쟁률이라고 할 수도 없어 계약을 포기하고 재 청약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5개 타입 모두 미달됐는데, 59A타입 46가구 모집에 10명, 59B타입 5가구 모집에 1명, 84A타입 83가구 모집에 15명, 84B타입 35가구 모집에 2명, 84C타입 19가구 모집에 5명 각각 신청에 그쳤다.
다음은 ‘김해대청천에피트’로 이것 역시 형편없는 청약성적표를 받아들었다.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청약에서 총 122가구 모집에 37명 만이 1, 2순위 청약에 참여해 0.3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59타입 32가구 모집에 11명, 75타입 5가구 모집에 1명, 84A타입 19가구 모집에 10명, 84B타입 43가구 모집에 8명, 84C타입 1가구 모집에 3명 각각 신청했다.
지방은 사정이 어려워서 그렇다 치고, 수도권인 경기도 분양성적도 형편없이 나타났다.
9월 2일부터 4일까지 청약을 받은 ‘용인둔전역에피트’ 역시 저조한 청약경쟁률에 더해 기타지역 청약자가 많아 계약참패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용인둔전역에피트 청약경쟁률 역시 전체적으로는 1009가구 모집에 1637명이 신청해 1.6대 1이었지만, 해당지역 이외의 기타지역 청약자 비율이 53%여서 이번달 28일까지 진행되는 정당계약에서 10% 대 이상의 계약률이 어렵게 됐다. 이 단지의 해당지역 청약자 기준 실청약경쟁률은 0.74대 1이다
이천부발역에피트는 이 지역 부동산경기 침체 분위기가 청약결과에 그대로 나타났다. 총 630가구를 분양하는 이 단지는 1, 2순위 청약에서 467명 만이 신청해 평균 0.7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단지 역시 기타지역 청약자 비중이 44%나 돼, 실제 실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해당지역 신청자 261명 기준으로 보면 실청약경쟁률은 0.4대 1로 뚝 떨어지게 된다. 결국 계약에서 10%대의 계약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정도면 아예 청약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누구나 선호하는 완벽한 아파트라는 뜻을 담은 아파트 브랜드 ‘에피트’를 내놨지만, 정작 누구도 선호하지 않는 아파트 브랜드를 만든 셈이 됐다.
한 브랜드 전문가는 “브랜드는 겉 멋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내재가치가 바탕이 돼야하고 회사의 기술력과 수준을 담는 그릇이어야 하는데, 에피트는 겉으로 드러내는데만 치우치다 보니 한라의 아이덴티티와도 동떨어진 모습이 됐다”면서 “유명 건축가 승효상씨를 비롯해서 박창현, 김상인, 박상국, 양유환, 황재환 등 각 분야 유명 인사들의 트렌드 이미지를 담겠다는 것만 내세웠지 한라의 정신과 스토리와는 상관성이 떨어져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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