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트럼프 시대, 원전 비중 늘려야…제조원가 경쟁 시대 대비

-트럼프, 미국 에너지부장관에 셰일가스 전문가인 크리스 라이트 선임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 생산단가 KWh당 60원으로 가장 싼 원전 늘려야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1.20 10:02 | 최종 수정 2024.11.20 14:41 의견 0

총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우선 협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선정됐다. 내년 3월 본계약을 목표로 실무 협상이 진행중이다. 현재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체코 신규 원전 협상단'이 오는 22일까지 2주간 한국을 방문해있다.

미국 47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의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정책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그의 핵심 경제정책은 바로 미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인데, 법인세 감세와 생산비 절감 등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늘려주겠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관세폭탄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전기 생산가격까지 낮추는 정책을 편다면 상대적으로 원가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력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이 기업들이 쓰고있는 전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앞으로 싼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것인데, 전기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기후위기 걱정은 접고 재생에너지보다는 우선 셰일가스 등 가격경쟁력이 높은 화석연료 중심으로 에너지원을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선임한 에너지부장관만 봐도 그 변화를 알 수 있다. 지난 16일 트럼프는 미국 에너지부장관 겸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으로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지에너지 CEO(최고경영책임자) 겸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트럼프는 크리스 라이트 지명 배경으로 “크리스는 에너지 분야의 선도적 기술자로서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촉진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지정학을 변화시킨 셰일가스 혁명을 시작한 선구자”라고 설명했다.

라이트는 프래킹(수압파쇄법 시추방식) 기업의 CEO로서 기후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과거 1979년 발생한 쓰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미국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다시 활성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에서 발전 연료별 전기생산 단가는 원자력이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수리를 통해 사용연한을 늘릴 경우 경쟁력이 월등해지기 때문에 전기생산단가도 훨씬 싸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원자력발전소 90여 개 중 90% 정도가 사용연한을 연장하는 것이 혀용돼있다.

결국 향후 트럼프 시대의 미국 전기 생산은 재생에너지 중심에서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소 중심으로 비중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교역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이러한 변화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우리나라 역시 전력생산 단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친재생에너지 정책을 통해 생산단가는 비싸지만 지구환경 보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낮은 생산단가의 전력원에 치중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생산단가가 올라가 안그래도 관세부과로 인해 수출벽이 높아지는 마당에 전기료 경쟁력에서까지 뒤쳐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킬로와트시(KWh)당 전력생산 단가는 원자력이 60원으로가장 싸고, 석탄 80원, 액화천연가스(LNG) 120원, 재생에너지 220원 순이다.

발전단가가 가장 싼 원자력은 25기를 운영하면서 설비용량 24.65기가와트(GW)이며 2022년 기준 이용률은 82%로 국내 전력생산의 30%를 차지한다.

현재 한국전력의 전기공급 가격은 KWh당 110원 정도니까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 생산가격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LNG와 재생에너지 값을 상쇄시켜주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소 비중을 높여야 전기 공급가를 낮출 수 있는데, 석탄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깊어, 결국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석탄발전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후 국제 석탄 및 LNG 가격 상승으로 석탄 및 LNG화력발전소의 생산단가가 각각 150원/KWh, 230원/KWh으로 크게 상승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문 정부의 탈원전을 되돌려놓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재개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한국 산업발전에 큰 힘이 되고, 안정적인 에너지공급 정책의 틀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은 에너지 가격 경쟁력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값싼 에너지를 공급받는 곳에 투자를 해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국 제조물품의 가격경쟁력의 원천은 낮은 에너지 가격에 있다. 그래서 많은 글로벌기업들이 생산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한 것이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건설을 중단했지만 에너지 가격 파동으로 원전을 선별적으로 재가동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 역시 쓰리마일섬 원전을 1979년 사고가 났던 2호기는 폐쇄하고, 1호기를 수리해 2028년부터 재가동하기로 했다.

앞으로 AI시대는 전통적인 제조업보다 전기사용량이 훨씬 많아진다. 이미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는 SMR(소형모듈원전)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 관련 주식들의 상승폭이 월등하다.

한국형원전을 자랑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세계 6위의 원전강국으로서 엄청난 기회가 펼쳐질 수 있다. 현재 체코원전을 둘러싼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트럼프 시대를 맞아 웨스팅하우스의 목에 힘이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그 바탕에는 웨스팅하우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이번 체코원전을 둘러싼 기술소유권 문제를 잘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시대가 오면서 전력생산구조에도 큰 변화가 온 것이다. 향후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로 갈 것이겠지만, 당장 미국이 화석연료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갖추게 되면 상대적으로 생산단가가 중요한 글로벌 무역시장의 경쟁력에 변화가 올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서둘러서 전력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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