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삼성전자 위기, 임원 아닌 이재용 회장이 책임 져야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10 11:17 | 최종 수정 2024.11.30 11:10 의견 0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 그는 1993년 독일 프랑크프르트 신경영 선언으로 삼성을 20년 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올려놨다.

지난 9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현재 위기에 빠진 삼성에 대해 한 발언은 삼성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어디에 있는 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장관은 포럼에서 삼성이 스마트폰 시대에는 잘나갔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 미리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최근 삼성이 위기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지난 10년 동안 축적된 위기가 이제 터져나온 것일 수 있다”면서 “삼성 문제에 대해 들어왔는데 삼성이 그동안 우리가 최고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관료화 됐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현재 위기론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전직 장관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계산을 하면 거의 맞는 지적으로 들린다.

삼성 역사에서 10여 년 전이라는 것은 고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시점과 맞물린다. 고 이 회장은 2014년 5월 쓰러진 이후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서 연명치료에 들어가면서,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를 이재용 회장이 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러니까 고 이 회장이 쓰러진 지 딱 10년 만에 그동안 누적된 리스크들이 터져나와 삼성그룹의전부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로부터 시작된 위기가 삼성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잠정실적을 보면, 모건스탠리가 경고한 ‘반도체 겨울’로 대변될 수 있는 어닝쇼크가 바로 그 위기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에 크게 못미친, 특히 파운드리를 비롯한 반도체 부문의 형편없는 영업이익으로 인해 이례적으로 실적 관련 사과문을 발표한 이면에는 연말 인사태풍이 기다리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드는 식이지만, 지금이라도 추스려야 하는 것은 맞는데, 그정도로 될 지가 의문이다.

박 전 장관이 지적한 말 중 “지난 10년 간 삼성이 관료화 됐다”란 말에서 이재용 회장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 회장이 쓰러지고 나서 새롭게 칼자루를 잡았으면, 사람과 시스템을 새롭게 쇄신도 하고 생각의 방식을 혁신하는 등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어야 했는데 기존 선수들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결국은 관료화 조직으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를 모셨던 기존 경영진은 얼마나 행복했겠는가. 내용 잘 모르는 3세에게 훈수만 두면 됐으니.

삼성전자 역사에 2015년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다음해로서 하나의 분기점이다. 2011년 이건희 당시 회장이 영입한 대만 출신 미국의 반도체 전문가인 량멍쑹이 2015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이끌면서 세계 최초 14나노 반도체 공정을 성공하면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놨던 것이다.

이 후 량멍쑹은 2017년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로 옮겨 스마크폰 세계 3위인 화웨이와 호흡을 함께하고 있다.

량멍쑹에 대한 평가는 실력은 있는데 고집이 센 독불장군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당시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과의 갈등이 있었고, 이건희 회장 생전에는 회장의 카리스마로 극복이 됐는데, 이재용 회장이 총수를 맡으면서는 주변 경영진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결국 삼성전자를 떠나 중국으로 스카우트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관료적인 모습은 현재 임원 구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에 임원 수는 총 438명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438명의 임원이 3분기 매출 23조원(추정)에 영업이익 5조 미만을 낸 것으로 봐야한다.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는 3분기 예상 매출이 18조원에 영업이익 6조원 이상이다. SK하이닉스의 임원은 총 119명이다.

매출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가 21% 적지만, 영업이익은 20% 이상 더 많이 벌어들였다. 그러나 임원 숫자에서는 삼성전자가 3.7배다.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은 글로벌 스타는 갈등으로 내보내고, 변화를 거부하는 임원들은 숫자를 늘려놓으니 무슨 혁신이 나오겠는가.

이런 인사와 조직 구조를 과연 누가 만들어 놨는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실적발표에 이어 반성문을 제출한 지난 5월부터 반도체 수장을 맡은 전영현 부회장일까, 아니면 모든 경영진 구성을 책임지고 있는 그룹 회장일까?

오늘날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절대 강자는 대만의 TSMC다. TSMC의 창업주는 모리스 창이다. 특별한 산업이 없던 대만이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1980년대 말 대만의 총통을 지낸 옌자간이 대만 출신 미국의 반도체 전문가인 모리스 창을 영입해 무엇을 하든 마음대로 해서 대만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서 모든 지원을 약속했다.

그래서 모리스 창이 1987년 56세 나이에 창업한 것이 TSMC다. 이 기업이 대만의 호국신산으로 불리고, 대만을 먹여살리고 있다.

SK하이닉스보다 임원이 3.7배라는 말이 벌써 나온다는 것은 연말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전체의 인사태풍이 예상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모리스 창 같은 인물을 모셔오거나, 모셔오더라도 갈등으로 량멍쑹 같이 내보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중요한 결정은 전영현 부회장 같은 월급쟁이 경영진이 하는 것이 아니고, 그룹 오너가 하는 것이다.

그룹을 살리려면, 총수부터 자신의 자리도 내놓을 각오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삼성의 모습은 임원 몇 퍼센트 감원과 주말 근무에 경비절감 같은 보여주기 식 기강 잡는 땜질로 해결 될 수준은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독일 프랑크프르트에서 "부인과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한 이후 20여 년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올려놨던 고 이건희 회장이 생각난다.

이기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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