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임원들은 짐싸고, 아들은 특진시키고…롯데의 위험한 인사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1.29 09:52 | 최종 수정 2024.11.30 10:56 의견 0
롯데 신유열 부사장


경영위기설의 중심에 서있는 롯데그룹이 28일 인적쇄신의 칼을 휘둘렀다. 그룹 내 CEO(최고경영자) 21명을 교체했는데 이는 전체 CEO의 36%에 달한다. 또한 전체 임원 중 22%를 해고했다. 임원 다섯명 중 한명 이상이 짐을 쌌다는 얘기다. 신규 승진자를 감안하면 전체 임원 수는 13% 줄어들게 됐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인사에 있어서 롯데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외부 수혈도 되도록 자제하는 대신 웬만한 잘못이 아니면 임직원을 내보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의 대대적인 인적쇄신은 창업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 업계 의견일 정도로 롯데가 다급하긴 했나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동빈 회장의 아들인 신유열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을 두고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옥에 티’ 차원을 넘어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너 일가는 그룹 위기의 책임과 관계없고, 모든 책임을 하인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롯데는 인적쇄신 외에 경영합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실적이 부진한 점포 매각에 나섰고, 부실면세점 철수, 호텔브랜드 ‘L7’, ‘시티’ 매각 그리고 그룹 위기의 중심에 있는 롯데케미칼의 저수익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무엇보다 12월 초 기한이익상실 시점이 도래하는 롯데케미칼 부채를 연장하기 위해 그룹의 자존심인 롯데월드타워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등 그룹 유동성 리스크를 잠재우기 위해 온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영합리화 조치 역시 오너가 책임지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역시 이번 구조혁신 작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지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및 롯데바이오로직스 실장은 1986년 생으로 올해로 38살이 됐다. 2022년 5월에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들어가서 그해 말에 상무, 지난해 말 전무, 이번에 부사장이 되는 등 2년 반만에 상무보에서 부사장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결국 그룹 위기의 중심에 서있는 롯게케미칼에서 근무했고, 그룹 전체 위기와 관련있는 롯데지주에서 근무했지만 그룹의 위기에 대한 책임과는 전혀 관계없이 승진행진을 벌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적자행진을 시작한 것이 2021년부터니까 신 부사장 역시 그 적자의 늪 한가운데 있었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롯데 안팎에서는 신 부사장이 내년에는 사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아직 한국인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하고, 롯데의 사정에도 어두운 인물을 그룹 경영의 중심에 서게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 부사장의 본명은 시게미치 사토시로서 아버지 신동빈 회장(본명 시게미치 아키오)이 1986년 노무라증권 런던지점 근무 당시 어머니 시게미쓰 마나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외아들이다. 할머니는 고 신격호 회장의 사실혼 관계였던 시게미쓰 하쓰코였으니가 집안 대대로 일본인 여성의 피가 흐르고 있다. 신 부사장의 부인 역시 본인보다 2살 많은 일본인 시게미츠 아야다.

신 부사장 노무라증권 시절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여성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보니 신 부사장은 평상시에 일본말을 쓰기 때문에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져있다.

신 부사장은 아버지 신 회장과 아바타 같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대학을 일본에서 나왔다. 신 회장은 아오야마 가쿠인대이고 신 부사장은 게이오대다. 그리고 똑같이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밟았다. 첫 직장도 모두 일본 노무라증권이다. 신 회장은 런던지점, 신 부사장은 싱가포르 지점이었다.

롯데그룹 첫 입사 역시 신 회장은 일본 롯데상사이고 신 부사장은 일본롯데다. 경영수업도 모두 롯데케미칼에서 했다.

이중국적을 통해 군대를 면제받은 것도 똑같다. 신 회장은 41세까지 이중국적을 유지하다가 병역의무가 없어진 38세 이후인 41세에 일본국적을 포기하면서 한국인이 됐고, 신 부사장은 올해가 38세니까 이제 병역의무에서 해방이 됐다. 머지않아 일본 국적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어떠한 각도에서 살펴도 그룹의 위기를 해결하고 롯데를 키워나갈 능력이 검증되지 않아 보이는,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룹의 중심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시작은 일본에서 했지만, 주요 사업은 모두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롯데인데, 피도 가족도 언어도 모두 일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한국 기업인으로서 한국의 운명에 대해서도 책임의식을 가지고 경영판단을 할 수 있을까?

마치 이번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통해 보충한 체력으로 아들 신유열에게 강력한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면서 오너가는 승진잔치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가 좋으냐 나쁘냐의 가장 큰 책임은 최고경영자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좋은 경영자는 좋은 기업문화를, 나쁜 경영자는 나쁜 기업문화를 만든다. 어려울 때 남의 땅을 절대 뺏지 말고 그들을 살펴줘야 한다는 경주최씨 가문의 가훈이 있다.

그래서 경주최씨는 지금도 존경을 받는 부자다.

임원 22%를 내보내고, CEO 36%를 바꾸면서 내 아들이니까 승진시킨다면 짐싸는 사람들은 잘못을 누구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나가겠는가. 분명 나쁜 기업문화를 만들게 될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은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고 생각지도 않는 경영요인들이 튀어나온다. 혼자서 막을 수는 결코 없다. 현재 위기에 빠진 롯데가 그나마 남아있는 우군 마저도 돌아서게 할까봐 그것이 걱정이다.

이기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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