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처남-매제간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 시작

-물러나는 백정완 사장 후임으로 정창선 회장의 사위 김보현 총괄부사장 선임
-오래 전부터 알력을 벌여온 정 회장과 김 사장 간의 주도권 싸움 본격화 예상

이기영 승인 2024.11.06 15:59 | 최종 수정 2024.11.06 21:05 의견 0
지난 5일 대우건설 신임사장으로 선임된
김보현 대우건설 총괄부사장. 사진=
대우건설


지난 5일, 대우건설은 새로운 대표이사 사장에 정창선 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보현 현 총괄부사장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중흥 정창선 회장이 현 백정완 사장의 후임으로 김 부사장을 선임하면서 회사 내에서는 처남인 정원주 회장과 매제인 김보현 신임사장 간의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백 사장의 임기가 내년 2월까지라고 하지만, 이미 경영 실무를 김 신임사장이 챙기고 있던 상황이어서 인수인계는 자연스럽게 이뤄진 상황이고, 그동안은 김 신임사장과 정 회장 사이에 백정완 사장이 직책 상 사장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처남-매제 간의 충돌은 다소 완화시킬 수 있는 완충장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회장과 사장으로 직접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딪히게 됐다.

현재 대우건설의 지배주주는 지분 40.6%를 가지고 잇는 중흥토건이다. 중흥토건은 정원주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어서 지분 상으로는 대우건설의 오너는 정원주 회장이다.

그런 이유로 김보현 신임사장은 중흥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 인수준비단장으로 인수를 진두지휘했지만, 인수 후 경영책임자이기 보다는 1년 동안 고문직을 맡으면서 인사와 관리 부분을 총괄해왔다. 당시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지 얼마 안된 상황이어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불승인 권고로 공식 임원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 2023년 3월 주총에서 김보현 당시 총괄부사장은 사내이사에 등재되면서 실질적인 경영일선에 나서게 됐다.

결국 공군사관학교 36기의 공군 준장 출신인 김 총괄부사장이 경영상 파워가 실리게 되다보니, 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 정창선 회장을 따라다니며 건설현장 실무를 익힌 건설현장 전문가인 정원주 회장과는 많은 것에서 부딪히게 되는 결과가 됐다.

회사 분위기도 정원주 회장과 김보현 총괄부사장으로 완전히 이분화 돼,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누구에게 업무보고를 해야 할지 그리고 누구의 지시를 따라야 할 지를 두고 매번 헷갈리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두 오너 실세의 틈새에서 임직원들은 눈치보기에 바쁜 꼴이 된 것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정창선 그룹 회장이 정원주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자 김보현 부사장이 일주일 이상 회사를 출근 안하고 보이콧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보이콧 일 주일 여 후 김 부사장이 힘을 얻어 출근을 재개한 것을 보면서 정창선 회장이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줬을 것이라는 말이 당시 돌았다.

그 후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경쟁관계가 돼, 정 회장 지시받은 임직원에게 김 부사장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 회장은 결과보고를 재촉하는 등 조직 내에 혼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나이로 봐도 갈등의 요소가 있다. 손위 처남인 정 회장이 1968년생인데 비해 김 신임사장은 1966년생으로 매제가 처남보다 2살이 많다.

한편으로는 주요 경영진 모두가 엔지니어가 아닌 사무직인 점도 상호 갈등 요소가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창선 회장과 정원주 회장 모두 건설 현장실무자 출신인데다, 김보현 신임사장도 기술직이 아니고 여기에 더해 최근 합류한 정진행 부회장도 서강대학교 무역학과 전공자여서 기술적인 의사결정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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