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 케이의 시장분석]비트코인은 왜 금보다 뛰어난 걸까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05 19:32 의견 0

미국 연준은 9월 FOMC에서 50bp나 기준 금리를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통화 정책도 이제 유동성 공급의 방향으로 간다는 사실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연준의 '빅컷' 이후 약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전체적인 자산 시장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미국 증시도 훈훈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안전 자산의 대명사인 금도 가격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 금리 인하에도 미국 국채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흐름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발표된 9월 미국의 고용 지표가 예상치보다 좋게 나오다보니,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부분도 있겠지만, 그동안 '기준 금리 빅컷' 효과를 노리고 들어온 단기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의 기준 금리가 인하되면 미국의 단기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는 흐름으로 가게되며, 시간을 두고 미국 장기채(10년 이상)의 수익률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략적인 시황 정리는 이정도로 하고, 오늘의 주인공 '비트코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비트코인 가격도 최근에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모든 자산 클래스 중에 유동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자산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반감기 등등 많은 비트코인만의 특성이 있지만, 오늘은 유동성과 금과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상당 수는 비트코인이 금의 지위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디지털 금'에 대한 내러티브가 비트코인 긍정론자들의 대표적인 논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비트코인은 금보다 뛰어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트코인이 금을 100%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금에는 여러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그 여러가지 기능 중에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기능을 대체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우선, 우리는 금과 화폐의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과 화폐의 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비트코인이 과연 앞으로 어떤 지위에 있을 것인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과 화폐의 관계를 말한다면, 여러분들은 '금본위제'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머리 속에는 '금은 사실상 화폐다'라는 사고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금이 정말 화폐로서 기능을 했던 것은 중세 시대였지 근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이 시대는 아닙니다.

중세 시대에는 금으로 금화를 만들어서 화폐로 사용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런 금화는 가장자리를 깎아내서 금을 훔칠 수 있기 때문에, 금화의 가장자리에는 톱니바퀴 모양이 있었습니다. 톱니바퀴 모양이 훼손된다면 이는 누군가가 그 금화를 깎았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금화의 가치는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전통이 이어져 지금도 동전 가장자리에 보시면 톱니바퀴 모양이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영국이 주도하여 만들어낸 금본위제는 정확히 말하면 '금환본위제'에 가깝습니다. 금을 화폐로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금을 은행의 금고에 넣어두고 화폐는 종이 돈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화폐 가치를 금의 가치에 고정을 시켜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후 글에서는 편하게 금본위제라고 명명하겠습니다.

그렇다보니, 20세기 초에 금이란 것은 사실상 그 나라의 국력과 경제력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바꾸어줄 수 있는 화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금의 한계가 나옵니다. 당시 독일의 빌헬름 2세가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을 때, 유럽에 여행을 간 미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여행자 수표를 유럽 국가들이 받아주지 않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유럽의 정세가 전쟁으로 불안해지자, 미국의 금이 유럽으로 유출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시만해도 금은 경제력이자, 국력이자, 곧 화폐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유럽인들은 미국의 금 지불 능력에 대해서 회의적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여행자 수표를 유럽에서 받아줄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유럽에 가서 꼼짝없이 고립되었고, 심지어 돌아오는 교통편마저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뉴욕의 연준 의장이었던 벤자민 스트롱이 정부에 요청하여, 미국의 금을 군사 전함에 실어서 유럽으로 이동시킵니다.

그 이유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게도 미국이 충분한 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여행자수표의 지불 능력을 인정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을 전함에 실어서 옮기는 비용이 더 들지 않았을까요?

금본위제는 위기 상황에 안정적으로 경제를 관리하기 위하여 고안된 시스템인데, 웃기게도 정작 세계 대전이라는 위기 상황이 되자, 금을 전함에 실어서 날라야 할 정도로 크게 위기 대응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에피소드 이외에도, 당시 유럽에서는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전쟁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금을 옮기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했으며, 금을 옮기는데 문제가 생겨서 군대를 투입하다가 정작 전투에서는 고전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만약, 이 때 당시에 비트코인이 있었다면, 이런 문제가 있었을까요? 어차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온체인으로 실제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3자가 상시 확인할 수 있으며, 대규모 비트코인 이동도 군함에 실어서 갈 필요 없이, 블록체인망을 이용하여 금방 상대방에게 보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 경제는 이제 금본위제가 아니라 달러를 기축통화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금본위제 시절에는 금으로 화폐를 통제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통화 정책이 중요했지만 금 자체가 무한한 재화가 아니기 때문에, 화폐 공급, 한마디로 '돈풀기'도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을 중심으로한 브레튼 우즈 체제 이후, 정확히는 닉슨의 금태환 중지 선언 이후에 달러는 이제 금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통화 공급을 미국 연준에서 어려가지를 고려하긴 하겠지만, 이전보다는 자율성을 가지고 할 수 있게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달러는 이전의 금과 다르게 위기 상황에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했을까요?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 할 때, 당시 대통령도 같이 도망을 갔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도망가면서 남기고 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달러 현금 다발'이었습니다. 기축통화인 달러마저도 위기 상황에서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기능을 충실히 하지 못한 것입니다.

달러도 들고 도망가려 하면, 부담이 되는데, 금은 오죽할까요? 그 모습을 우리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보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전쟁을 피할 때, 그들이 들고 간 것은 달러도 금도 아니었습니다. '비트코인' 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폴란드를 포함한 주변 국가에 있는 그들의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자금 지원을 비트코인으로 받기도 했습니다. 아직 우리 인식 속에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금'의 개념이 크게 박혀 있어서 그렇지만, 결국 우리 현실에서 지금도 위기 상황에서의 가치 저장 수단 기능은 비트코인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비트코인이 앞으로 금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저는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시대입니다. 과거처럼 금에 화폐를 연동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반되는 문제가 바로 '지나친 유동성 공급' 입니다.

유동성 공급은 경제를 성장 시키지만, 결국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경제는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면 현재 금융 시스템에서는, 다시 돈풀기를 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 아니라도, 화폐 가치 자체가 지금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금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결국 화폐 가치 하락을 어떻게 방어하고 가치를 저장하고, 미래로 온전히 보낼 것인가의 게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비트코인은 아직 만들어진지 1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금의 시가총액의 7%가량을 따라잡았습니다. 이미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이자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수요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은 93%의 금의 시가총액을 따라잡는 것은 오래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위에 말씀드린, 이런 비트코인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일반인들 역시 많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참고로, 비트코인에는 가치 저장 수단 외에도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이런 기능의 가치는 아직 제대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극심해질 화폐 가치 하락 시기에, 어떻게 나의 자산을 방어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입니다.

피셔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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