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부터 약 한 달간 열릴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요 기업 대표·경영진을 비롯한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됐다. 현재 국회 17개 상임위는 국감 증인·참고인 명단을 최종 확정한 상태다. 증인과 참고인을 국감에 출석시키려면 출석일 7일 전까지 출석요구서가 송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은 지난 1년 간 각 분야에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화제의 인물들이 많았다. 특이한 점은 그동안 국정감사에서 줄소환으로 고초를 겪었던 건설업계 경영진의 소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우선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참고인으로 소환됐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KT 최대주주에 올랐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함이고, KT 김영섭 사장은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호진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 사업부장(사장)도 중저가 모바일 보급 요청 관련 설명을 듣기 위해 참고인으로 참석한다.
정무위원회는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소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편법적인 승계 의혹에 대한 증인 차원이다.
기업 지배 구조와 관련해 정무위는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관련 증인으로 김민철 두산그룹 사장을 소환하기로 했다.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내 두산로보틱스에 붙이는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해명을 듣겠다는 것이다.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재무담당 부사장은 신사업을 물적분할 후 별도 상장해 신사업 투자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친 의혹으로 증인 채택됐다.
금융사고와 지배 구조 문제와 관련해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려졌고, 국내 은행 중 지난 10년 간 횡령 1위에 회수율 꼴찌를 기록한 데 이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게 부정당대출로 인해 은행에 피해를 끼친 우리은행 임종룡 회장도 소환장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해외투자 손실을 입은 KB국민은행 이재근 은행장도 증인 이름에 올렸고, SG증권 발 주가조작 관련 후속대책 미흡으로 지적받고있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도 증인으로 출두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히 장 고문은 낙동강 핵심 오염원에 대한 그룹의 책임을 묻기 위한 증인으로 환노위에도 출석할 예정이다. 김 회장도 고려아연 인수합병 추진에 따른 지역 사회 우려에 대한 답변을 위해 국토교통위원회에 참석한다.
산자위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수조원을 투입한 핵심 공정기술이 중국이 빼돌려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이들에게 반도체 기술·유출 예방 조치 및 점검·향후 대책에 대한 질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대기업-중견·중소기업 교란 행위와 관련해 국감장에 나오고,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카카오 택시 등 수수료 및 이용 불편과 관련해 증인 출석할 예정이다.
이 외 개인정보 유출 관련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와 신이 한 알리페이 코리아 대표가,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와 김경훈 구글 코이아 대표를 불러 불법 개인정보 유출과 시장 독과점 상황을 점검한다. 송도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서는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도 소환된다.
산자위는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중개 수수료 인상 논란과 관련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피터 얀 반데피트 대표이사와 함윤식 부사장, 전준희 요기요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반데피트 대표이사는 정무위 국감에도 증인으로 나선다. 당초 이들과 함께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던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쿠팡이츠의 모기업 쿠팡의 강한승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 관련 증인도 채택했다. 산자위는 조성호 전 공영홈쇼핑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소환해 티메프 사태 관련 공영홈쇼핑의 부실 경영 책임을 물을 전망이다. 다만 기존 산자위 증인 명단에 올라왔던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이름은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신정권 티메프 사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양인철 푸드조아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티메프 사태 관련 피해자 구제 방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티메프 모기업 큐텐그룹 수장 구영배 대표와 이시준 재무본부장은 정무위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구 대표는 큐텐그룹 계열사·자회사 임직원의 임금·퇴직금 미지급 등 임금 체불과 관련해 환노위에도 증인으로 참석한다. 짝퉁·발암물질 논란에 휩싸였던 알리익스프레스의 레이 장 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정무위 증인에 이어 올해 산자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을 산업재해 발생 관련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안 와르 알 히즈아지 S-OIL 대표이사도 사업장 탄소 다배출 등에 관한 질의를 위해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최금락 태영건설 부회장은 전주 리사이클링 사고 관련 증인으로 환노위에 참석한다.
또 환노위는 쿠팡 노동자 사망 사건 증인으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와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를 채택했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조선소 노동자 사망 등 산재 사고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고,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콜센터 노동자 처우 관련 증인으로 환노위에 출석할 예정이다.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질의를 위해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와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도 각각 참고인과 증인으로 채택됐다.
식품업계에선 서흥덕 오뚜기 경영전략실장이 농해수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농해수위는 서 실장에게 농산물 가공식품 가격 결정 정책에 대한 적절성을 질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될 것으로 거론됐으나, 최종 명단에서 함 대표가 빠지고 서 실장의 이름이 올라갔다.
공정위 관련해서는 정몽원 HL한라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공정위 전관예우 의혹에 따른 것이다.
포스코홀딩스 정기섭 사장은 외유성 초호화 해외 이사회 개최 관련으로 증인에 채택됐다.
이번 국감에서는 그동안 단골손임으로 줄줄이 소환됐던 건설업계 경영진의 이름이 상당수 빠졌다.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6월부터 전남 광양시에 ‘더샵 광양 베이센트’ 아파트의 부실공사 관련 입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증인으로 산자위에 소환됐다.
전 사장은 ‘평택물류센터 준공 지연 문제’와 관련해 국토위에도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았다. 포스코이앤씨는 평택물류센터를 지으면서 시행사인 알앤알(RNR)물류와 준공 지연의 책임 소재를 놓고 분쟁 중이다.
삼성물산 오세철 건설부문 사장도 증인으로 소환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감사와 관련해 하청업체 도산 및 자금지급 등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오 사장에 출석을
10대 건설사 중 올해 가장 많은 5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우건설의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혹은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환노위 국감에 출석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9월30일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 결과 정 회장과 백 사장은 증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계 관계자는 “매번 국정감사를 통해 상당수 기업인들이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소환되고 있는데, 대부분 보여주기식 망신주기 방식이지 엄격하게 잘잘못을 따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국정감사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면서 “기업이 정확하게 책임질 부분을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따지는 자리가 돼야 기업들도 정도경영에 힘을 쓸 것이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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