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 케이의 시장분석]빅컷, 이젠 자산시장 상승만 남았나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9.23 21:41 의견 0

미국 연준은 9월 FOMC에서 빅컷(기준 금리 0.5%p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빅컷을 할 것이라고 예측을 해왔기 때문에 생각보다 자산 시장에 큰 훈풍은 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에서도 금리 인하 기조로 변하는, '피벗'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자산 시장의 가격 흐름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을 포함한 일반적인 자산의 가격은 올라간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금리가 내려가면 자산 가치는 올라가니까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배워온 '경제학'의 관점에서 생각을 하니까 그럴 것입니다.

주식을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들의 이자 비용 등 레버리지 부담이 내려갑니다. 이는 기업의 당기순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실적 개선과 함께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데 기여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책정할 때,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을 사용하게되는데, 이익 증가와 함께 할인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 또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자산 시장에 레버리지 부담을 완화하여 주는 것만으로도,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경제학 교과서' 적인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우리가 학습한 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최근, 미국 연준의 '빅컷' 이후, 한국은행 역시 기준 금리를 내리는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개인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과연 기준 금리가 낮아지는 시기에 한국의 부동산 가격 흐름도 같이 좋았을까요?

2008년 미국에서 있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우리나라 역시 급격하게 금리인하를 2%까지 했었고, 이후에 기준금리를 2011년 6월에 3.25%까지 올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2012년 7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했었습니다.

그렇다면 2012년 7월 이후에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의 흐름은 좋았을까요 ?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에 오히려, 우리나라 부동산은 가격 흐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때 당시에, 극심한 역전세 난이 발생하였고, 지금은 들으면 다들 살고 싶어하는 아파트가 미분양이 나서 할인 분양을 진행하는 등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국 주식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하한 이후, 주식 등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과거 데이터를 보면 미국 연준에서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 이후에는, 통화 정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기간을 거쳐왔습니다. 그리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고는, 한동안 주식 시장이 좋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경기 침체나 위기 등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를 두고도,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폭락한다'는 사람들과 '기준 금리가 내려가기 때문에 자산 시장 가치가 좋을 것이다'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각각의 타당한 논리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하냐 안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경제적인 상황에서 기준 금리를 인하하는가?'라는 경제적인 상황이 어떤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9월 미국 연준의 FOMC에서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서 간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이제는 물가 보다는 고용 안정에 신경을 쓰겠다'는 것입니다. 일단 저는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했을 때 인플레이션 2%에 대해서 그렇게 강할 정도로 확신을 갖기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근거는 차차 말씀을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이후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와 주고 받은 내용입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경제가 좋고 경기 침체의 어떠한 징후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기자는 '고용 지표가 최근에 많이 악화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그랬더니, 파월 의장은 '고용이 둔화가 된거지 악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을 합니다.

기자는 이제 '고용이 어쨌든 좋지 않으면, 경기 침체 우려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어 봅니다. 파월 의장은 '고용이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경기 침체는 아니다'라고 답변을 합니다. 기자는 '그러니까 당신은 고용은 안 좋긴 한데, 경기 침체는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이냐?'라고 물어보니까, 파월은 '고용은 안 좋지만, 경제는 좋다'고 재차 답변을 합니다.

이 파월 의장과 기자와의 질의 응답을 통해서, 미국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용은 전형적인 경기 후행 지표의 대표주자 입니다. 다시 말해, 고용 지표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미 경제 상황이 상당 부분 악화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파월은 기자의 질문에 뭐라고 응답을 했습니까?. "고용은 좋지 않지만, 경제는 좋다"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경기 침체 그림자가 서리다가 시간을 두고 고용 상황에 반영이 되는데, '고용은 좋지 않지만, 경제는 좋다'라는 말이 성립이 될 수 있을까요? 기자가 재차 물어보는 질의에도 파월 의장은 앵무새처럼 이 말만 반복하면서, 다소 짜증난다는 투로 답변을 합니다.

파월의 이야기나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처럼 좋은 논리만 붙여서 고용의 상황이 예전과 다른 부분이 있고, 충분히 지금 경제 상황에서 고용은 좋지 않지만, 경제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용 관련 세부 데이터를 찾아보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미국의 고용보고서를 보니, 아쉽지만 파월 의장의 논리는 다소 정치적인 논리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미국의 제조업 상황은 좋지 않은 상황으로, 신규 고용 등 고용 관련 데이터 역시 좋지 않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를 보니, 미국의 서비스업마저 둔화되는 흐름과 함께 서비스업 관련 고용 데이터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의료 서비스와 같은 필수 서비스 부문을 제외한, 다른 서비스 부문 같은 경우에는 이미 상당히 고용이 둔화가 된 것이 확인됩니다. 게다가 전체 비농업 급여 근로자수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돈풀기로 만들어낸 일자리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한다면 생각보다도 미국의 고용 상황은 좋지 않으며, 경제 상황 역시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파월 의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고용 데이터는 좋지 않지만 경제는 좋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AI 및 다른 첨단 기술 도입으로 적은 고용으로도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제조업의 고용이 좋지 않은 것은 넘어갈 수 있다고 합시다. 문제는 서비스업입니다.

아직도 서비스업에서는 실제 근로자들의 서비스 제공이 주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업에서도 고용이 둔화되고 악화하는 흐름이 나온다는 것은 명백히 서비스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서비스 부문 중에 식음료점에서의 매출을 보여주는 소매판매 데이터는 이미 더이상 증가하기 어려운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관련 고용 데이터도 같이 둔화되는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식음료 관련 부분은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식음료 관련 서비스 부문의 둔화가 확연히 미국 경제에 나타난 것을 고용 데이터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면 '경제는 좋지만, 고용은 좋지 않다'라는 파월 의장의 말을 어디까지 신뢰를 해야하는지는 각 투자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미국 연준 FOMC를 통해서 연준이 미국 경제의 침체 신호를 공식적으로 '기준금리의 빅컷'을 통해서 인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미국인들의 개인 가처분소득 데이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 못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가 한계에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산업생산부터 시작해서 자본재 투자 등 일부 AI 분야를 제외하면 미국 내 산업도 삐그덕대는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자 대출을 포함해서, 각종 대출의 연체율을 치솟고 있으며, 이미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의 수준을 넘어서는 연체율 데이터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연준이 이 모든 데이터를 모르고 있을까요? 이런 미국 경기 침체 및 악화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실업률이 최근 완연히 상승하는 흐름으로 전환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용 데이터는 한번 악화하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빠르게 악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고용 데이터가 전형적인 경기 후행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부분이 쌓이고 쌓이다가 고용 데이터에 반영되기 때문에 고용에서 경기 침체 징후가 나타나면 급격하게 고용 데이터가 악화하고,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연준 위원들도 과거 회의에서 여러 차례 '고용은 한번 악화하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파월 의장은 '고용은 안 좋지만, 경제는 좋다'고 언급을 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신뢰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물론 미국 대선이 다가오고 있고, 이에 따라 유동성 확장이 상당히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이 당장 직면한 경기 침체 그림자가 주가 지수에 반영이 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과거 데이터를 보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초기에는 자산 시장이 좋은 가격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지나서는 크든 작든 경기 침체나 경제 위기에 따른 주가 폭락 상황 역시 찾아왔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리하자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지금은 다른 경제 세부 지표를 본다면, 명백히 경기 침체 시그널을 알리고 있으며, 우리 투자자들에게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아직도 금리가 인하된다면 자산 가치는 오른다는 생각이 정답으로 느껴지시나요?. 이 세상에는 내 눈앞에 보이고 머리 속으로 드는 생각이 정답이 아닌 경우도 많았다는 사실을 꼭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피셔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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