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IB 모건스탠리, 작정하고 한국 때렸나

-“반도체 겨울” 한국에만 해당, 미국 마이크론은 열외…편파 논란
-모건스탠리, 미쓰비시가 지분 24% 가진 일본기업…작정하고 한국 때리나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9.22 13:01 의견 0
최근 미국 모건스탠리의 한국 반도체에 대한 보고서 "겨울이 다가온다"가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일고있다.

미국 유력 IB(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반도체)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란 보고서가 한국 반도체 대표적인 두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때리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행렬에 나섰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기업으로 알고있지만, 실제 대주주는 일본의 대표적인 재벌기업인 미쓰비시 그룹 계열사인 미쓰비시UFJ은행이어서 결국은 반도체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한국 반도체 때리기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있다.

추석 연휴 바로 다음날인 18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위원회의 빅컷(0.50% 금리 인하)와 동시에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반도체보고서로 인해 한국 증권시장은 빅컷의 효과를 보지 못한 채 SK하이닉스는 6.14%, 삼성전자는 2.02% 각각 떨어지면서 한국증시 전체를 끌어 내렸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는 수상한 점이 많다. 한국거래소가 조사에 착수한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모건스탠리의 아태지부 리서치센터가 내놓았는데, 국내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대해서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똑 같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마이크론에 대해 미국 반도체팀은 지난 6월과 같게 투자 의견으로 ‘중립’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의도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모건스탠리의 한국 반도체 기업 깎아내리기 시도는 지난 7년 사이에 벌써 3번째다. 지난 2017년 11월 모건스탠리는 금융투자업계 중 최초로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리포트를 냈고, 그 결과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루만에 5%가 폭락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오판’이었고 삼성전자는 2년 연속 영업이익 5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에도 모건스탠리는 비슷한 보고서로 국내 반도체주를 흔들었다. 그러나 이 때의 보고서는 정확하게 예측을 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2년과 2023년 2년 간 정말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두 회사 모두 연속으로 영업이익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결국 그동안 두 번의 보고서 중 한 번은 맞췄고, 한 번은 틀린 결과를 보였던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소 지나치다며 반박의견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범용 D램 PC, 스마트폰 수요 등 IT 기기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을 들어 범용 D램 시장이 올 4분기 고점을 찍고 내년부터 2026년까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AI가 탑재된 스마트폰과 PC 등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열리고 있고, 메모리 3사 모두 HBM 생산량을 늘리면서 범용 D램의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이라는 반박 논리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이미 D램 가격이 꺾이기 시작했고, 중국이 HBM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으면서, 4분기 이후 HBM 과잉공급도 고려해봐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다.

세계 D램 시장의 1위가 삼성전자이고 2위가 SK하이닉스이기 때문에 D램 가격 하락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에게 더 큰 리스크가 될 것은 확실하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HBM부분의 주 공급업체이기 때문에 중국의 HBM 집중 공략은 SK하이닉스에 겹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반 이하로 제시한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모건스탠리가 내면적으로 볼 때 미국기업이라기 보다는 일본기업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냐를 두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과거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이 한국 삼성전자에게 현재 크게 밀려있기 때문에 의도적인 한국 반도체 때리기라는 의심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1년 미국의 리만브라더스와 함께 망한 기업을 일본의 미쓰비시UFJ은행이 지분 24%를 취득해 1대주주에 오르면서 실질적인 일본 기업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미쓰비시 인수 시기부터 지난해까지 모건스탠리 CEO였던 제임스 고먼 회장에 이어 2023년 10월 일본 색깔이 짙은 테드 픽으로 교체되면서 본격적인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한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바로미터는 다음주 중 나올 예정이다. 마이크론이 오는 25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 다소 하향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실적 결과를 가지고 어느정도 보고서의 진정성 여부는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지나친 한국 때리기일 수는 있지만, 실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중국의 대대적인 공격 등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사전적인 준비를 하는 차원에서 참고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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