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 경기침체 대응이냐 정치개입이냐 논란

-금리, 연말 4.4%, 2025년 3.4%, 2026년 2.9%, 2026년 말 2.25~2.50% 전망
-정치개입이란 트럼프 측 주장 있지만, 경기침체 선제 대응이란 시각 우세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9.19 09:03 | 최종 수정 2024.09.19 09:06 의견 0
지난밤 미 연준이 빅컷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뉴욕 증권시장은 오히려 일제히 하락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막판까지 인하 폭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 가운데, 마침내 미국이 빅컷으로 결정하면서 미국 경기에 대한 연착륙 가능성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예상보다 큰 폭의 인하를 두고 해리스를 도와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존 5.25~5.5%이던 기준금리를 4.75~5.00%로 11명 찬성, 1명 반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의 금리 인하이면서 지난해 7월마지막 금리인상 이후 1년 2개월 만의 인하 전환이다.

연준은 이날 점도표와 경기전망을 통해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4.4%로 전망했다. 현 기준금리가 4.75~5.00%임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하겠다는 뜻이다.

금리인하는 2026년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내년 금리 수준을 3.4%, 2026년에는 2.9%에 이어 2026년 말에는 2.25~2.50%까지 낮출 것이라는 점도표를 발표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폭을 빅컷(0.5%포인트)으로 결정하고 추가 두 차례 더 인하를 전망한 배경으로 인플레이션은 안정된 가운데 고용시장 냉각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밤 뉴욕 증권시장의 분위기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빅컷을 발표하자 뉴욕 증권시장은 환호하며 일제히 반등했지만,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제히 하락반전 했다. 결국 빅컷을 선물이라기 보다는 경기침체의 시그널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올 연말 개인소비지출(PCE)을 2.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당초 목표치인 2.0%보다는 높지만 경기위축에 따른 소비지출의 자연스런 감소를 전망했다. 반면 실업률에 대해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다.

연준은 연말 실업률을 4.4%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6월 전망치(4.0%)보다 크게 올라간 수준이다. 고용지표는 경기의 후행지표이기 때문에, 고용지표 상으로 보면 미국은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높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고용 증가가 둔화됐다(slowed)”라고 평가했는데 지난 7월 FOMC 성명서 당시 고용증가가 완화됐다(moderated)라는 표현에 비해 악화된 표현을 썼다. 특히 연준은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2% 복귀를 위해 전념하겠다는 기존 표현에 추가로 ‘완전 고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빅컷에 대해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과 함께,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로 나선 해리스 현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치적 개입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을 향해 “대선 전에 금리인하를 하는 것은 정치개입으로서 금리인하는 대선 이후에 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에 베이비컷을 결정했다면, 어느정도 경기 지표를 고려한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빅컷을 두고는 명백하게 해리스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해리스 후보와 바이든 대통령은 환호하고 나섰다. 해리스는 빅컷과 동시에 “연준의 빅컷은 고물가에 시달려온 미국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고 입장을 짧게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은 “(금리인하가) 비평가들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우리의 정책은 비용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바이드노믹스가 옳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인 존 폴슨 헤지펀드 대표는 “연준은 선거 47일까지 (금리인하를)미루며 그 동기에 대해 의문을 야기시켜놓고 갑자기 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은 해리스의 선거운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어차피 미뤄왔다면 11월에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인데 정치적인 판단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번 빅컷의 배경을 두고 경기침체 대응이냐, 정치적인 지원이냐를 두고 시각이 갈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배경보다는 미국이 이미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봐야하고 이를 어느정도 수준으로 막아야 하는 지의 고민에 빠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임태섭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빅컷의 배경으로 두가지 측면이 혼재돼있는데, 팬데믹 이후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따라 과열된 경기를 어느정도 잠재워야 하는 입장과, 경기순환 측면에서 경기둔화 측면으로 가는 것을 걱정하는 측면이 있다. 연준 입장에서는 경기둔화를 어느정도에서 막을 것인가의 고민을 보여주고 있는데 경기둔화에 대한 것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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