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추진했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백지화하면서, 이번 규제안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났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 대신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방향을 틀었을 뿐만 아니라, 핵심으로 꼽혔던 ‘사전지정제’마저 제외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신 ‘사후 추정’ 방식을 통해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적 플랫폼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애플 등 4~7개 기업이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사전 지정 방식보다 신속한 법 집행을 기대하고 있지만,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동안 공룡포털로 불려지는 네이버와 카카오(네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국민과 시장에 행사한 횡포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근래 1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손실을 끼친 위메프 사태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공정위가 당초 추진하려던 플랫폼법의 핵심은 시장지배력이 강한 몇 곳을 집어 독과점 플랫폼의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멀티호밍 금지 등 4대 반칙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업계의 반대가 거세지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방향을 틀었고, 당초 사전 지정을 핵심으로 한 플랫폼법은 사실상 무산됐다.
플랫폼법 제정 백지화 대신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규제에 대해 급변하는 플랫폼 시장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인 경우’이거나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각 사의 이용자 수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 지배적 플랫폼으로 보고 규제할 예정이다. 두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하더라도 연간 매출액 4조원 이하 플랫폼은 제외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제시한 지배적 플랫폼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구글, 애플, 메타, 네이버, 카카오 정도로 추정된다. 쿠팡이나 배민 등 플랫폼들은 매출액이나 시장 점유율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가 지배적 플랫폼을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사전 지정제는 플랫폼 기업이 법 위반 행위를 하기 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공표되고,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기업은 위법행위를 할 때 ‘경제분석 과정’을 건너뛰고 불법행위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조사와 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 해당 플랫폼 기업이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인지를 따지는 경제분석 과정이 사라지는 만큼 신속한 사건 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반면 사후 추정 방식에서는 불법행위로 인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플랫폼 기업이 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사후적으로 추가 경제분석이 진행되면서 신속한 사건 처리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공정위가 제재 카드로 꺼낸 임시 중지 명령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상거래법 관련해 임시 중지 명령이 사용된 적은 단 두 번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솜방망이 규제법을 내놓은 공정위에 대해 결국 거대공룡 네카오를 비롯한 구글 등의 연합군이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정치적인 세력화를 통해 국회를 움직여 사전지정제를 피해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국내 많은 단체들은 네카오의 독점적 지위로 인한 피해를 개선시켜 달라고 호소해왔다. 국내에서의 독점적 포털 지위를 이용한 광고 싹쓸이, 언론 장악 등 네이버의 국내 시장 영향력은 슈퍼파워 급이다. 국내에서 독점적인 지위에 안주하다보니 국제 경쟁력은 떨어져, 일본에서는 라인야후에서 밀려나고, 계열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주가는 연일 하락행진 중이다.
지난 6월 27일 나스닥에 상장한 네이버의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상장 당일 23달러에서 9월 19일(현지시간) 11.83달러로 두달 반 만에 48.7% 폭락했다. 그동안 시가총액은 2조원 이상이 날아가 서학개미들 손실의 근원이 됐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상장 이후 첫 실적에서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 주가 폭락의 원인이다.
토종 양대 포털중 하나인 카카오의 불법과 편법경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구속 중인 김범수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의 SM 주가조작을 비롯해서 130여 개로 쪼개놓은 계열사를 통한 각종 수익사업 과정에서의 일감몰아주기와 임원들의 배임 횡령, 심지어 카카오페이는 고객 동의 없이 4045만명 고객정보를 540억건이나 알리페이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 정상적인 독점적인 플랫폼 기업에게 정부는 견제구마저 날리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의 반발이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산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플랫폼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특히 AI기능이 활성화될 경우 무소불위의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데, 자칫 국민 전체를 포털 속에 가둬놓고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적으로 막지 못한다면 정부도 그 포털에 갖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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