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 케이의 시장분석]핑계 만드는 주식시장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9.05 06:15 의견 0

9월 3일 미국 증시는 큰폭으로 하락하였습니다. 나스닥은 3.26%가 하락하고 S&P500은 2.12%가 하락하였습니다. 최근 가격 흐름을 놓고 생각을 했을 때, 나스닥이 3% 이상 하락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얼마전에 블랙먼데이(8월 5일) 이후로 다시 한번 증시가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4일에는 상승을 시도했지만 결국 조정을 보였습니다. 다우지수는 조금 상승했지만, 나스닥과 S&P500은 하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일단 "계절성"이유를 꼽고 있습니다. 과거 역사를 고려했을 때 9월에 주식 시장의 가격 흐름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주식 시장을 포함해서 자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격 흐름이 약세를 보였던 시기가 바로 '9월'이었습니다. 주식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평균적으로 9월에 2% 정도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참고로 비트코인 역시 계절성을 따진다면 9월은 대부분 가격 흐름이 좋지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9월 3일 발표된, 미국의 공급관리협회(ISM)에서 발표하는 8월 제조업 PMI(구매자 관리지수)가 다시 한번 좋지 않은 수치를 발표했습니다. 8월 제조업 PMI는 47.2를 기록하여, 7월 데이터보다는 높은 수치가 나왔지만, 월가 예상치(47.5)보다는 낮았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50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 제조업 업황이 좋은 것으로 판단하고, 50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면, 제조업 업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최근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 22개월 중에 무려 21개월을 50 이하의 데이터를 기록하면서, 수축 국면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제조업이 위축 국면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지난 20년 동안 처음입니다. 그만큼 지금 제조업 경기가 좋지않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더욱 우려가 되는 상황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신규 주문은 무려 2.8%p가 하락하면서 44.6을 기록하였습니다. 제조 기업의 신규 주문이 감소한다고 하는 것은, 도매/소매 업체들이 그만큼 제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침체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신규 주문이 감소하면 당연히 그만큼 생산을 줄이므로 생산 데이터도 감소하는 흐름이 나왔습니다. 통상 이 경우 고용도 같이 감소하는데 다행히 이번 8월 PMI 데이터에서는 고용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이전 달의 고용은 43.4로 상당히 낮았습니다. 이번에 46으로 증가하긴 하였으나, 낙관을 하기에는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객 재고는 제조업체들의 고객사들이 재고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인데,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만큼 실제 미국 소비 시장에서 소비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 입니다.

재고 데이터가 무려 44.5에서 50.3으로 올라왔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이야기하는 재고와 고객 재고는 다릅니다. 고객 재고는 제조 업체들의 고객들의 재고를 보여주는 것이고, 재고는 제조업체들의 재고를 이야기 합니다. 제조업체들의 재고에는 대표적으로 원재료, 재공품 등이 있을 것입니다.

가격 데이터는 상승세를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이전 달 52.9에서 이번 달에는 54로 재차 상승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제조업체들의 원자재 부담이 세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왜 PMI에서 재고 수치가 높게 나왔는지 설명이 되는 것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심하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더 올라가기 전에 미리 원자재를 확보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원자재를 사와야할 것이고, 이는 기업들의 이익을 갉아먹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드린 설명만 들어도, 제조업의 업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지금 미국 제조업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소비가 원활하지 않아, 도매/소매 업체들에 재고가 쌓이고 있고, 그렇다보니 신규 주문이 제조업체로 들어오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생산은 감소하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은 올라서 기업들의 부담감이 심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 원자재를 미리 구매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물건이 많이 팔리지 않는데, 기업들의 원자재 부담이 올라가고 있다면, 제조업체들이 버티기 쉬울까요? 그래서 최근에 자료들을 보면 미국에서도 파산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흐름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영향을 크게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지속적으로,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데이터를 분석해드리면서 미국의 소비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음을 말씀을 드려오고 있었고, 경제 순환의 중심에 있는 소비가 위축이되면 결국 경기는 침체되고 위기 시그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씀을 드려왔습니다. 이번 ISM-제조업 PMI 역시 이런 모습을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PMI가 좋지 않게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흐름이었고, 경제 지표 발표 하나 하나 마다 일희일비하게 만드는 보고서와 신문 기사 등이 우리의 판단을 흐려지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를 지탱하는 두 산업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있습니다. 이중에 경기 침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지표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자는 미국 산업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11% 정도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제조업 지표를 가지고 경제를 논하는 것은 이제는 어렵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 단편적으로 제조업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제조업이 경기 침체 여부를 확인할 때 유용한 이유는 바로 이렇습니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겠습니다. 삼성전자가 공장을 이전한다고 합니다. 평택에 있던 삼성전자 공장을 해남 땅끝마을로 옮긴다고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삼성전자 공장이 이전을 한다면, 우선 새로 공장을 짓기 위해서 건설업이 필요하고, 여기서 고용이 상당 부분 창출됩니다.

공장이 다 지어지고 본격적으로 가동을 하기 시작한다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근로자들은 공장에서 일을하고 받은 월급으로 주변에 나가서 소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회식도 할 것이고, 백화점 등에 가서 쇼핑도 할 것이고, 가족들과 외식도 할 것입니다. 여기서 관련 서비스업들의 업황이 개선되고 도시 분위기가 살아날 것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경영이 어려워진다면, 삼성전자는 우선 불필요한 컨설팅을 줄일 것이고, 광고 등 마케팅 역시 비용절감 차원에서 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또 관련 서비스업의 업황은 악화되겠죠.

이렇게 서비스업의 상당 부분이 제조업에 의존을 하고 있는 부분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침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업황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제조업은 생산하고 재고가 축적되고 이것이 판매되는 제조업의 사이클 때문에 경기 순환 주기가 발생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미국의 제조업 업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확인이 되었는데, 서비스업은 상황이 어떤지 보겠습니다. 서비스업은 특성상 서비스업 관련 경제지표가 실제로 경기 침체나 경제 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잘 악화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서비스업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면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미국의 경제 상황은 현재, "제조업은 부진하고, 서비스업이 미국 경제를 받치고 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지금 미국의 서비스업마저 침체 징후를 보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ISM에서 발표하는 경제 데이터 중에 서비스업 PMI도 있습니다. 제조업 PMI와 마찬가지로 50을 기점으로 침체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런데 서비스업 PMI는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웬만해서는 50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1년간, 무려 두번이나 50을 깨고 이 지표가 밑으로 내려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서비스업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조금더 자세히 살펴보면 서비스업이 우려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매판매 지표 중에서 식음료점 판매 부문을 살펴보면 식음료점 판매 부문의 소매판매가 더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모습을 확연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매판매란 소매업체들의 매출을 집계한 데이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매판매 데이터가 더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식음료 판매점의 매출이 정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식음료 판매 부문은 서비스업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식음료 없이 인간이 살 수 없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여러분들께서 더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문에서 소비가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미국인들의 소비 여력이 한계에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여전히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비스업은 많으면 원가의 80%까지도 인건비가 차지합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의 증가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서비스업 대표들은 당연히 원가 부담을 크게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소매업체들의 매출마저 증가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업들은 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간다면, 결국 서비스업 역시 제조업처럼 침체의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말씀드립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미국 애틀란타 연준에서 발표하는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2.5%에서 다시 2%로 하향 조정된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주가는 결국 경제 상황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합니다. 투자를 하시더라도 항상 이런 경제 상황은 염두에 두시고 투자를 현명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피셔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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