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바쁜 행보가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시장에까지 영향을 크게 미치면서 일종의 이복현 신드롬이 일고 있다. 비교적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서민들이나 개미투자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경제대통령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두산그룹이 대주주 이익 챙기기란 지적을 받아오던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인수 추진이 백지화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주주만을 위한 합병”이라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압박에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추진해온 합병”이라고 주장해왔던 두산그룹이 합병을 포기한 것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두 회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
애초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지분율 46.0%)인 두산밥캣을 분리한 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은 철회하고 밥캣을 에너빌리티에서 분리시키는 것만 추진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렇게 되먼 ㈜두산의 손자회사인 두산밥캣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피인수 기업 지분을 100% 인수해야 하는 규제 때문이다.
일단 두산에너빌리티의 일반투자자들과 국민들 상당수가 대주주 배불리는 과정에서 일반투자자의 이익이 훼손되고 두산에너빌리티 측면에서의 기업 밸류업 대신 밸류킬이란 지적을 이복현 금감원장이 받아들여, 합병신고서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합병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았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이복현 원장님 지지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크게 환영을 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서 밥켓을 에너빌리티에서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역시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에도 이 원장에게 SOS를 쳤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 370명은 이 원장을 지지한다는 서한을 통해 “앞서 이 원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식회사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합병)’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정정 요구를 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란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주식을 잃게 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의 차입여력이 어떻게 변동하는지, 차입금 7000억원과 관련된 자산은 얼마인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증권신고서의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에너빌리티 주주들 중 일부는 지난 2020년, 2021년 2조4000억원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과 블록딜로 확보한 2760억원의 행방을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추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법에 보장된 소수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자고 주장했다. 소액주주 측은 “두산에너빌리티는 ‘자본금이 1000억원 이상 상장회사’에 해당해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을 적용, 현재 액트에 모인 주주들만으로도 회계장부 열람 요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액트 플랫폼에 집결된 소액주주 지분은 0.88%(1045억원)이다.
한편 액트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주명부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서 부본을 송달 받았음에도 이를 공시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는 여전히 주주명부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소액주주 규합을 막는 ‘밀실주주총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하면서 이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결국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인수 포기에 이어 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 내는 것에까지 이 원장이 나서게 됐다.
이 원장은 글로벌 금리인하 추세를 무시한 국내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반대로 올리면서 예대마진을 과도하게 챙기는 대신 서민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은행에 대해서도 칼날을 댔다.
이 원장은 지난 8월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은행들을 대상으로 “쉽게 금리를 올려서 대응하고 있다”며 “더 세게 개입하겠다”고 하자 주요 은행들은 만기 축소 등 추가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에 은행들이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최장 대출기간을 줄이고는 있지만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철회하거나 후퇴하고 있다.
서민들의 부담을 덜고 은행들의 과도한 이익에 대한 경고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이 원장을 비롯한 금감원이 기획재정부가 할 일을 대신 나서서 서민들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있어서 기획재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금감원의 주요 업무는 금융투자업자, 증권금융회사, 종합금융회사 보험회사, 상호저축은행과 그 중앙회, 신용협동조합 및 그 중앙회, 농협은행,수협은행 등 주로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 감독인데, 산업계의 편법적인 합병 등에까지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이라도 나서서 증권신고서 감시를 명분으로 서민들의 애로사항을 살피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위안을 삼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한 투자자는 “이 원장이 나서서 대기업 오너 일가 배불리기를 막아주고 서민 등 개미투자자의 손해를 막아주니 ‘서민 지킴이’ 같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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