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유명 아파트 단지. 이 아파트 매매가는 이미 평당 1.5억원을 훌쩍 넘겼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서울 전세가가 64주 연속 상승에 집값도 19주 연속 상승하는 등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여·야 모두로부터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탄생 배경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정으로 인한 국민 스트레스라는 점을 윤 정부가벌써 잊은 것 같아서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문 정부 시절에 부동산 정책 잘못을 수없이 지적한 국민의 힘 목소리를 무시하면서 시장을 엉망으로 만든 점을 반면교사 삼아, 지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하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 정부 최대의 失政(실정)인 엉터리 부동산 대책으로 정권 5년 동안 전국의 집값은 평균 2배가량 올랐고, 인기지역은 3배까지 올랐다.

서울에서 6억 이하의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서울 이외의 수도권에서도 3억 이하 아파트는 씨가 말랐다. 임대차 2법으로 전월세 시장의 왜곡이 심각해졌다.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과세와 다주택자들을 범죄자 취급해 매매시장을 위축시켰다.

정비사업 인허가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도심 주택공급 길목을 막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주택 노후도를 높였다. 이제와서 한꺼번에 재건축을 하려다 보니 말 그대로 딜레마에 빠졌다.

급기야 문 정부는 엉망이 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통계수치까지 마사지하고, 불리한 자료는 감추고 유리한 수치만 내놓으면서 시장을 왜곡시켰다.

결국 집이 있어도, 없어도 걱정인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묻지마식 야당 몰아주기 투표를 하면서 탄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부다.

아이러니하게도 윤 정부 역시 부동산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드디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1일 더불어민주당의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실패가 집값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진 의원은 서울 아파트값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지적하면서 “18주 연속 서울 집값이 올랐는데도 국토부 장관은 일시적 반등이라며 축소·왜곡하기 급급하다’면서 “국민은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 폭등을 우려하는데 정부는 정책대출 등 집값을 부채질하는 대책만 내놓고, 실거주의무와 임대차 2법도 폐지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 우려, 이에 따른 수요 및 가격 상승,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지 않는 맹탕 공급대책 발표,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 저하에 따른 추가상승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치 문 정부 시절 국토부 장관이었던 김현미 장관에 대한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이 비난하는 목소리를 발언 주체만 바꿔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느낌이다.

본인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런 생각과 지적을 했더라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도 덜 망가졌고 정권도 뺏기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7월 말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정권은 2022년부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하락하던 집값을 정부가 일부러 떠받치는 바보 같은 정책을 펴왔다”면서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특례대출 등 저금리 정책대출로 매년 수십조씩 퍼부어 하락하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부양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 DSR 규제를 갑자기 연기하고 여야정 모두 종부세 폐지 혹은 완화를 거론하는 것도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가 없다는 시그널만 시장에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PF 부실의 신속한 구조조정 등 문제 해결과 금융·세제 수치 조정과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도 주문했다. 그러면서 "만약 집값 급등을 막아내지 못하면 윤 정권은 끝장이다. 이 정도 각오를 해야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제발 정신 차리기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2020년 문 정부 시절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란 의미로. 문 정부 내내 지적을 받았던 내로남불을 지적한 신조어였다.

내로남불은 사자성어가 아니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을 줄여놓은 말이다. 이중잣대를 비꽈서 한 지적이다.

현재의 집값 상승세에 올해 4분기부터 시작될 금리인하가 겹칠 경우 ‘백약이 무효’란 말이 나올 수 있다. 문 정부 말기 부동산 정책에 대해 모든 신문에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이 바로 ‘백약이 무효”였다.

이미 주택 건축 인허가가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줄었다. 벌써 이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서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야당의 목소리나 미운 사람의 목소리라도 옳은 소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이 傾聽(경청)이었다. 우이독경(牛耳讀經) 조짐이 보여서 하는 소리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