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사, 이젠 돈만 생각한다…윤 정부 오판이 빚은 결과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7.30 07:00 | 최종 수정 2024.11.30 11:20 의견 0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병원도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복귀를 하지 않고 있고, 돈 되는 과 전공의들은 대부분 복귀를 했다. 앞으로는 돈이 되는 곳으로만 몰릴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의 장기화는 이제 단순히 의사수가 부족하냐 아니냐 하는 단순한 수준을 크게 이탈해 우리나라 의료계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기초의학과 필수의학을 뿌리째 뽑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분야는 기본적으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을 우리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분야로 필수의료라고 부른다. 간단히 말해서 과거에는 의사라고 하면 이들 분야의 의사를 일컬었다. 그래서 그들을 우리는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이번 의정 갈등으로 이들 필수의료 분야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9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흉부외과 전공의는 정원 107명 중에 12명 만이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내년에 배출되는 전문의는 6명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 학회가 이달 24일부터 26일까지 흉부외과 전공의 사직 현황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 107명 중 75명이 사직 처리됐고, 20명은 보류 상태로 사직 처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현재 복귀해 근무 중인 전공의 12명 중 4년차는 6명으로 결국 내년에 배출할 수 있는 신규 흉부외과 전문의는 최대 6명이라는 것이다.

학회는 "신규 전문의 배출과 이를 통한 지역의료 활성화는 이미 붕괴했고, 지역의 권역 심혈관센터나 응급의료센터도 작동할 수 없게 됐다"며 "향후 몇 년간 전공의 사직의 파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회는 연간 2만 건이 넘는 심장수술과 폐암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공의 12명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비단 흉부외과만 그렇겠는가. 쉽게 말해서 이번 의정 갈등으로 인해 외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대부분이 이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동안 수가 중심으로 수입이 계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적은 수입에도 사명감으로 버텼던 필수의료 의사들이 이젠 대놓고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병원의 경우 모든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분야만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비급여 항목으로 수입이 보장된 분야의 전공의들은 거의 대부분 돌아왔다고 한다.

예를들어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에 이어 산부인과에서도 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서도 내분비과 등의 전공의들은 이미 대부분 돌아와서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과는 대부분 비급여항목 비중이 높아 미래 수입이 보장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기존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던 전공의들은 이번에 1년 정도 쉰 김에 인기과로 전과를 준비한다고 한다. 어차피 죄인취급 받고 악마화 돼있는데 이제 사명감은 버려버리고 실속을 챙기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한들 이렇게 무너진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할 전공의는 별로 없어 보이고, 우리나라 의료계는 미용 전문 병원으로 모습을 바꿀 것이라는 것이 현재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제와서 정부의 결정이 잘됐느니 잘못됐느니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재 1509명 증원을 철회하고 원래 정원으로 되돌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이미 너무 멀리 왔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점 중에서 가장 해결하기 힘든 문제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해결방안을 내놓기에는 너무나 큰 국민적인 희생이 요구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해결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됐다.

선진국 뿐 아니라 외국의 경우 필수의료 의사들의 수입은 타 미용 의사들에 비해 적지않고 오히려 높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존경도 받는다. 생명을 다루는 만큼 그들의 말과 판단은 그야말로 법 이상이다.

과연 현재 상황에서 이들 필수의료 분야 의사의 수입을 정상화시키고, 그들의 자존심을 살려 사명감을 되찾아 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부터 그런 부분은 무시하고 의대 정원만 늘리면 국민들이 표를 줄 것이라는 단순한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이런 엄청난 사태를 만든 정부는 이미 해결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정부가 현재 의료보험 체계를 바꾸고 수가 체계를 바꾸고, 엄청난 이권과 연계된 비급여항목을 재정비해서 우리나라 의료계의 고질적인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를 먼저 보이고, 다음으로 의대 증원을 철회하고 그리고 나서 의료계의 쌓인 문제점을 의료계와 함께 해결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국민들의 표는 다 날라간 것 아니겠는가.

텅텅빈 종합병원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필수의료 부분을 폐쇄하고, 미용 병원으로 바뀌는 끔찍한 모습을 보기 싫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래야 할 것이다.

결자해지란 말을 되새기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는 ‘답정너’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기영, 편집국장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