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대한 권리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7.26 09:17 | 최종 수정 2024.07.26 11:02 의견 0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 1901-1991)는 프랑스 태생의 철학자중 한사람으로 60여권의 책을 남겼다.청년기에는 베르그송 철학을 비판했고, 마르크스, 레닌의 저서를 프랑스어로 번역했으며, 데카르트, 파스칼, 뮈세 등 사상가에 관련된 저서를 집필했다.

우연히 접하게 된 '도시에 대한 권리(LE DROIT 'A LA VILLE)'는 1968년에 나온 책으로 2024년 올해 처음으로 번역되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도시권의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르페브르의 책을 보고 문득 수년전 세종대학교 대학원 도시부동산 박사과정에 다닐때 공부했던 '모두를 위한 도시(Cities for all)'가 생각나서 검색해 보았다. [참고로 이런 저런 핑계로 아직 학위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훌륭한 교수님들 덕분에 나의 지식이 많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

2016년 유엔 해비타트 3차 회의시 새로운 도시 의제로 선정된 ‘포용도시’는 ‘모든 거주자가 도시에 대한 접근과 이용, 그리고 변형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 도시에 대한 권리(Right to the City and Cities for All)’가 르페브르 도시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이 60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감히 내가 요약해서 정리하기에는 다소 난해한 측면이 있다.

또한 철학적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르페브르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책의 내용 중 내가 띠지로 표시해 놓은 부분 위주로 그대로 메모해 보았다.

참고로 르페브르는 고대도시는 city(cit'e)로 중세이후 보편개념의 도시로 ville, 산업화 시기 이후 도시화(urbanisation)를 통해 나타난 도시는 urbain을 사용했다.

앙리 르페브르의 저서 .'도시에 대한 권리'


도시계획은 이론이며 동시에 실천이 된다. (p.34)

오래된 도시는 시장이자 가용 자본의 원천, 그 자본이 관리되는 장소(은행) 경제와 수장들의 거주지, 인력 저장고(임금을 중시하고 잉여가치를 확대하는 '프로레타리아 예비군'이 생계를 이어가는 장소)가 된다. 게다가 도시는 작업장처럼 도구, 원료 등 생산수단을 같은 공간에 집결할 수 있게 한다. (p.43)

그렇게 도시적 삶이 응축된 중심부(예를 들어 파리 라탱지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오래된 중심부의 아름다움은 이들이 살아남는데 큰 역할을 했다. 거기에는 기념물, 각종 기관의 본부, 축제, 퍼레이드, 행진, 축하행사 등에 적합한 공간이 있다. (p.51)

도시는 시민을 거주하게 했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 거주할 권리를 줬다. (p.59)

제2차 대전후 사람들은 인구 급증, 산업화 고조, 농촌탈출과 도시를 향한 인구 쇄도 같은 긴급하고 다양한 제약상황에 따라 매번 국면이 수정되는 현실을 자각했다. (p.62)

국가는 중개기관을 통해 주택건설문제를 해결하기로 했고, '새로운 형태의 주택단지'와 '신도시'시대가 열렸다. 이런 변화는 그때까지 시장경제에 속했던 문제를 공공기능이 맡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주거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거권은 '인권'의 부속적 권리로 인식될 뿐,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p.63)

결정적인 시기마다 도시의 자발적인 성장이 정체되고 그 때까지 지배적이었던 사회적 관계들이 지향했던 도시 개발이 중단되면, 그제야 도시에 관한 성찰이 시작된다.(p.121)

도시에는 서비스, 문제, 정보 채널, 조직망,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처럼 특정한 기관을 중심으로 적용되는 운영규범이 있다. 도시계획에 반영되는 사회구조는 도시 고유의 현상, 그런 도시 자체 ,도시 생활의 다양한 표현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처럼 도시의 기능은 '주거'만이 아니고, 이런 분리된 기능만으로도 도시를 정의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생태학 수준에서 거주는 필수적이다. 도시는 거주를 포함한다. 거주지는 형태이고, '사생활' 공간의 외양이며, 정보를 주고받고 명령을 전달하는 네트워크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p.128)

소위 '개발도상국'에서 농업구조의 해체는 권리를 빼앗기고, 몰락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농촌과 도시, 농업생산과 산업생산 사이의 (불충분한)매개 역할을 한다. 판자촌은 종종 기반이 강화되고, 거기서 사는 이들에게 비참하지만 강렬한 도시 생활의 대체를 제공한다. (p.151)

도시의 확장은 교외를 태어나게 했고, 교외는 도시의 핵심을 삼켜버렸다.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시점에, 문제의 역전이 일어났다. 생활하기 어려운 교외에 거주하면서 도시로 일하러 가기보다는 교외로 일하러 가면서 도시에 거주하는 편이 더 일관되고 합리적이며 더 즐거운 방법이 아닐까? (p.156)

산업생산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 도시화를 이루고, 거기에 여러 조건을 제시하고, 가능성을 열어준다. 도시문제는 위상이 달라져 도시 개발 문제가 된다. 마르크스의 작품(자본론)에는 도시, 특히 도시와 농촌의 역사적 관계에 관한 귀중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는 작품에서 도시문제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마르크스의 시대에는 엥겔스의 연구를 통해 오직 주거 문제만이 제기됐다. 그런데 도시문제는 주거문제를 훨씬 넘어선다. (p.160)

도시에 대한 권리는 단순히 전통적 개념의 도시로 돌아가거나 그런 도시를 모색할 권리가 아니다. 그것은 개선되고 재생된 도시에서 살아갈 권리로서 표현될 뿐이다. (p.214)

자본주의 도시는 소비 중심을 만들었다. 산업생산은 특권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주변에 노동자 도시를 건설한 주요 기업자체로 중심성을 구성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자본주의 중심성, 소비의 장소와 장소의 소비라는 이중적 특징을 잘 알고 있다. 상점들은 도시 중심부에 밀집해서 특별한 전문점과 사치품과 고급 식자재 같은 것들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이런 중심성은 역사적으로 적절하게 조성된 구도심에 자리 잡는다. (p.237)

도시에 대한 권리는 더 높은 형태의 권리, 즉 자유에 대한 권리, 사회화 속의 개인화의 권리, 주거와 거주의 권리와 함께 나타난다.
작품에 대한 권리(참여활동에 대한 권리)와 전유에 대한(소유에 대한 권리와 매우 다른) 권리는 도시에 대한 권리에 함축돼 있다. (p.245)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건강, 주거, 여가, 생활의 권리가 사회적으로 실천된다면 현실을 바꿀 것이다. 이렇듯 형성되는 권리 중에 바로 도시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대에 존대했던 도시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도시적 삶에 대한 권리, 이런 시간과 장소를 온전히 사용하는 삶의 리듬과 일정에 대한 권리 등), 사용(교환가치를 배제한 교환과 만남)이 주도하는 도시적 삶의 선포와 실현에는 경제(교환가치, 시장과 상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노동자 계급이 주도하는 혁명에 대한 준비가 포함된다. (p.254)

도시에 대한 권리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 계층, 성별, 직업, 재산 수준과 상관없이 인간답게 거주하고, 도시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향유하며, 더 나아가 도시 행정에 참여할 권리'를 말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그 결과가 도시 행정에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서유럽, 미국, 중남미 국가에서는 급격한 도시화로 사회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70년대 부터 '도시권'에 대한 개념이 확산되고 활발하게 논의돼 왔다. 그 배경에 1968년 출간된 앙리 르페브르의 『도시에 대한 권리』 가 있다. (p.259-260, 옮긴이 말)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기회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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