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담합 조장 사례 적발…단톡방 만들어 집값 유도 ‘방장’ 입건

-공인중개사에 "특정가 이하 광고 말라" 강요•항의
-허위매물 신고도…온라인채널 담합 고강도 수사 예정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7.18 08:16 | 최종 수정 2024.07.18 10:35 의견 0
서울시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아파트값 담합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왜곡현상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향후 아파트값 조장 현상이 자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아파트 단지별로 매매가 가이드를 정해놓고 부녀회를 중심으로 가이드보다 싸게 내놓지 못하게 압박을 가하는 등 시장 질서를 훼손시키는 부작용이 다수 발생해왔다.

18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채팅방에서 집값 담합을 주도한 혐의(공인중개사법 위반)로 A씨를 형사 입건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집주인만 모인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집값 담합을 주도한 '방장'이 적발됐다. 서울에서 단톡방을 이용한 집값 담합 적발은 처음이다.

A씨는 아파트 소유자만 채팅방에 들어오게 한 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을 모니터링하면서 매매 가격을 높이도록 유도했다.

이 채팅방에서는 다른 공인중개사보다 낮은 매매가격으로 광고한 공인중개사를 겨냥해 "가격이 너무 낮다", "그런 부동산은 응징해야 한다"고 성토하며 실명과 사진을 올리는 '좌표찍기'가 이뤄지기도 했다.

또 A씨는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특정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광고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허위 매물이라고 신고하는 방법으로 공인중개사의 정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방해하기도 했다.

매도인 사정으로 급매로 내놓은 경우에도 매도자와 이를 광고한 공인중개사에게 가격이 낮다면서 전화나 문자로 항의했으며, 부동산 정보 플랫폼의 신고센터에 허위 매물로 신고해 중개사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공인중개사의 정당한 표시·광고를 방해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권순기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이번 사건은 아파트 단지 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방해한 사례로, 건전한 부동산 거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호가가 많이 오른 아파트 중심의 단톡방, 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유사 행위와,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신고한 다음 취소하는 등 거짓 거래 신고를 포함한 부동산가격 왜곡 행위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기존 민생사법경찰단을 이달부터 민생사법경찰국으로 강화 개편하고 부동산과 대부업, 식품, 다단계 등 민생분야 범죄에 대해 더욱 엄중히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부동산 중개업의 한 대표는 “단지별로 부녀회 등 아파트 매매가에 대해 참견이 상당히 많은 편이고, 특히 고가 아파트 단지의 경우 더욱 심하기 때문에 급매물 처리하는 데 애를 먹고 영업에 큰 방해를 받는다”면서 “이번 적발을 계기로 단속을 더 철저히 하고, 전국적으로도 확산시켜 시장 가격을 왜곡시키는 잘못된 행태를 근절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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