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한-체코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한국과 프랑스가 수주를 놓고 경쟁 중인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우선협상대상자 결과가 이번 주 나올 전망이어서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정부와 원전 업계에 따르면 체코 측은 이르면 이번 주 17일 경 각료회의를 열어 신규 원전 4기 건설 사업 추진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팀코리아’를 결성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상대는 프랑스전력공사(EDF)다.
이번 체코 신규 원전은 두코바니(5·6호기), 테멜린(1·2호기) 지역에 각 1.2GW(기가와트)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는 최소 30조원대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가격 및 기술 등을 평가해 결정한다.
국내 원전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가 향후 체코를 교두보로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줄줄이 예정된 유럽 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현재 팀 코리아는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기술을 갖추고 공기를 정확히 지키는 데다, 프랑스에 비해 예산 준수 측면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이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페크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여는 등 국가 정상급 외교전을 나선 것도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동안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팀코리아는 민·관이 합심해 최선의 노력을 해 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원전에 주기기를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노력이 팀코리아에 대한 우호적인 현지 분위기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지난 5월 13일 체코 프라하 조핀 궁전에서 체코 원전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주관하고 나서면서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막판 전쟁에 지휘봉을 잡았다.
행사는 4월 15일 한수원이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참여를 위한 최종 입찰서를 제출한 가운데 두산그룹이 체코 현지에서 원전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행사에서 박 회장은 "두산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성공적으로 주기기를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15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해외원전 수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에너지 및 기계산업 분야에서 체코와의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온 만큼, 앞으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이 체코 원전을 수주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하고,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할 계획이어서 체코 현지와의 상생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이번 주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면 내년 중 최종사업자를 선정한 후 2029년 착공해 2036년 1기 원전 준공을 목표로 하고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판세로 봐서 한수원과 프랑스 EDF간 수주가능성은 서로 막상막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공기단축 측면에서 유리한데다, 가격 측면에서 EDF측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는 평가다. 그러나 체코가 프랑스와 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인데다, 한수원이 유럽에서 시공경험이 없는데 반해 EDF는 유럽에서의 시공경혐이 많아 실적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계의 한 임원은 “이번에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을 수주할 경우 대한민국 산업계에는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다”면서 “향후 세계적으로 전력 부족현상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MR(소형 원전) 등 원전시장 규모가 생각 이상으로 커질 것이기 때문에 유럽에 교두보를 만드는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