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에 비상이 걸린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시기를 당초 7월 1일에서 9월로 연기하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권의 대출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일(15일)부터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은행이 가계대출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하면서 대출을 무분별하게 취급하거나 이사회 승인 없이 경영계획을 수정했는지 가계대출 경영 목표 수립 과정을 살펴본다. 또 신용대출을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로 대환을 독려하는 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확대하는 꼼수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본다.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는 주택을 담보로 할 뿐 생활자금용도로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신용대출과 동일하지만, DSR 한도 산출 시 만기가 길어 DSR 한도가 최대 2.2배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서다.
아울러 대출 증가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모기지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다. 금감원은 정책모기지 대출 분포를 분석해 실제로 주거 취약층에게 정책모기지가 얼마나 많이 공급됐는지 점검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둘러 점검에 나서기로했지만 대출 증가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난 열흘 만에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가 1조8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이 연기되면서 대출 문턱이 낮아졌고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대출 수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일 기준 710조1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708조5723억원에서 1조5501억원 증가한 것이다. 앞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5조3415억원 급증하면서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54조264억원으로 약 열흘 만에 지난달 말(552조1526억원)보다 1조8738억원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전월보다 5조8467억원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전월 증가분의 약 32%에 해당하는 금액이 9거래일 만에 불어난 것이다. 주담대 증가폭은 4월 4조3433억원, 5월 5조3157억원에 이어 점차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근래 대출금리도 하락하는 등 부담대 증가 요인들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2%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주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형·주기형)금리는 연 2.87~5.67%, 변동형 금리는 3.80~6.62%로 집계됐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담대 금리도 내려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2일 3.356%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 다시 살아나면서 스트레스 DSR이 더 강화되기 전에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가계대출 급증에 은행들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15일부터 5년 변동 주기형 주담대 상품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가계 주담대의 감면금리 폭을 1일부터 최대 0.20%포인트 조정해 금리를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11일부터 대면 및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3일에도 주담대 혼합형(고정형)과 변동형 금리를 0.13%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은 12일부터 대면 및 비대면 5년 변동 주기형 아파트 담보 주담대와 2년 고정형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를 0.1%포인트씩 올렸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주담대가 늘어나는 것인데, 이미 서울 집값이 16주 연속 상승했고 그 상승세는 하반기에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집값을 잡지않고 대출만 옥죄일 경우 시장은 또 다른 부작용에 직면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