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AMD '사일로AI' 인수, 제2의 '델' 신화 만들까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7.11 09:35 | 최종 수정 2024.10.19 06:46 의견 0
지난 4월 사일로 AI가 출시한 대형언어모델인 '바이킹' 이미지 사진

엔비디아의 경쟁자인 美 반도체회사 AMD가 핀란드 AI 스타트업인 ‘사일로 AI(Silo AI)’를 인수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끈다. 현재 세계 AI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AMD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대결 구도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MD가 인수를 추진중인 사일로AI는 고객 맞춤형 AI 모델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지난 4월 발표한 ‘바이킹’은 핀란드어, 아이슬란드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영어 및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와 같은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기업용 LLM(대형언어모델)이다.

핀란드 사람이나 스웨덴 사람이 업무 이메일에 답하거나 과학 연구를 요약하는 데 바이킹을 사용하는 경우, '챗GPT'보다 효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사일로AI의 강점은 바로 고객 맞춤형 모델을 개발해서 내놓기 때문인데, 개인용컴퓨터(PC)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델’의 성공 스토리를 생각나게 한다.

1984년 마이클 델이 창업한 델은 기존 개인용컴퓨터의 절대 강자인 휴렛패커드의 아성을 무너뜨린 신화를 만든 회사다.

누구나 퓨렛패커드를 찾던 시절 마이클 델은 고객 맞춤형 제품을 주문형으로 제작해, 중간 유통 없이 직접 제공함으로써 가격도 낮춰 시장 점유율을 늘려갔다.

마이클 델은 어려서부터 기존 시장 질서를 무시하는 기발한 영업전략으로 성공 DNA를 만들어갔다.

13살 어린 나이에 이미 비지니스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었는데, 고향인 미국 휴스톤에서 우편 주문 중개(mail-order stamping) 사업을 해서 몇개월만에 2000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당시는 우표수집이 유행이었는데, 우표값 거래 과정에서의 중간상 마진을 없애는 직접 거래 방식으로 기존 우표값보다 훨씬 싸게 제공하면서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16세때에는 신문 구독 유치로 돈을 벌었는데 일반 영업방식은 무작위로 가가호호 연락을 하는 것과는 달리 마이클 델은 신규로 이사 온 사람들 명단을 입수해 그들을 대상으로 안내장을 보내 일반 직장인의 1년 연봉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대학때 IBM으로부터 대량으로 RAM 칩과 디스크 드라이브를 구입해서 신문이나 컴퓨터 잡지를 통해 소매가격보다 10-15% 정도 싸게 판매했다. 1984년에는 한달에 1억 정도(80,000 달러)의 판매를 하면서 학교를 자퇴하고 창업에 나선 것이다.

고객과의 직접 거래를 통해 고객 맞춤형 제품 공급으로 시장을 확대시킨 ‘델’은 특히 일반 컴퓨터보다 보안이 필요한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입맛을 맞출 수가 있었다.

현재도 미국 정부부처나 공기업의 70% 이상이 델의 컴퓨터를 쓴다.

델은 PC’s Limited란 이름으로 IBM 복제품들을 만들어 팔았는데, 중간 소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를 했다. 유통업체들의 마진을 제거함으로서 IBM 제품가격의 40%에 불과한 가격으로 판매를 할 수 있었다.

1996년부터는 인터넷으로 PC를 판매하기 시작해서 98년에는 하루에 1천만 달러에 이르던 매출액이 2002년에는 하루에 6-7천만 달러에 이르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PC를 팔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다양한 메뉴를 통해 고객의 수요를 반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면판매에서 오는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소통능력을 높여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델 컴퓨터는 미국시장에서 컴퓨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미 엔비디아 등 AI칩 기업들의 중요한 고객으로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엔비디아의 실적을 예상하려면, 델의 실적을 먼저 살펴보란 말까지 나온다.

엔비디아의 경쟁자인 AMD가 이번에 사일로 AI를 인수하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로 맞춤형 AI칩 공급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속셈으로 읽힌다.

사일로 AI는 기업을 위한 맞춤형 AI 모델을 개발하는 회사로서, 바이킹 모델 기반 100여개의 기업용 AI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인텔, 유니레버, 알리안츠 등 뿐만 아니라 유럽 통신사 및 자동차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만일 델이 거대 공룡 휴렛패커드를 고객맞춤형 전략으로 넘어서듯이 AMD가 그런 방식을 구상했다면, 앞으로 엔비디아와 AMD의 싸움은 볼만할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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