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20년 전 상속세 ‘0’에서 현재 4억7000만원 물어야

-28년 전 기준 적용하는 국세청, 물가 상승만큼 세금 더 거둬
-한국세무사회 ‘물가연동지수를 과세표준 구간‧세율‧공제에 연동’ 주장

김한식 기자 승인 2024.07.10 16:48 | 최종 수정 2024.07.10 21:21 의견 0
수십억원의 상속세를 물어야 하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들. 사진=수도시민경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과세기준으로 정부가 일반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 증가폭이지나치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 7월 말 세법 개정안에 보완이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었는데, 세금부담은 더 커지는 등 명목소득을 기준으로 정한 소득구간별 과표 때문이다.

특히 상속 및 증여의 경우 일반공제 및 배우자 공제 기준은 1997년 정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시장의 저항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를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일반공제 5억으로 정한 1997년 당시 은마아파트 매매가는 2억원이어서 상속이나 증여 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은마아파트가 일반공제 대상에서 벗어난 5억원이 된 시기는 2002년이었다. 2002년 이후부터는 은마아파트를 상속받았을 때 5억원 초과분에 대한 세금을 내게 된 것이다.

문제는 2020년대 집값이 폭등한 이후다. 2024년 7월 10일 기준 은마아파트 시세는 KB부동산 기준으로 22억5000만원이다. 현재 세법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면, 4억7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5억원 일반공제에, 1억 초과분에 대해 10%, 5억원까지 20%, 10억원까지 30%, 30억원까지 40% 등 구간별 세율을 적용해서 나온 금액이다. 2002에 자식에게 물려줬다면 상속세를 안내도 됐는데 지금와서 상속하게 되면 5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초고가 아파트 군에 들어가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70억원짜리를 놓고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상속세로 25억6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물론 시가 외에 공시가나 감정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금액은 다소 달라질 수도 있지만, 상속세 부담은 마찬가지로 걱정거리가 됐다.

이러한 불합리한 세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세무사회가 지난 9일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초로 산출한 물가연동지수를 과세표준(과표) 구간‧세율‧공제에 연동하는 물가연동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여당에 공식 제안했다.

‘세금과 물가를 연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계속된 물가 오름세 속에서 명목소득이 상승했고, 여기에 맞춰져 있는 세율도 조용히 오르며 ‘소리 없는 증세’가 벌어졌다는 지적에서다.

특히 근로소득 관련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과세표준 1400만원 이하였던 사람은 과표의 6% 세율을 적용받는데, 이 사람의 명목 근로소득이 상승해 과표 1400만원을 넘으면 기본 84만원에 1400만원 초과 금액의 15%를 더 내야 하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껏 과표 구간을 물가에 맞춰 올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2010년부터 유지하던 소득세 과표 구간을 13년 만인 지난해 수정했다. ‘12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원 이하’로, ‘4600만원 이하’를 ‘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렸다. 그러나 2008~2022년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5%에 이른다는 점에서 물가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과표 ‘8800만원 초과’ 구간은 2008년 이후 물가 상승을 반영한 조정을 하지 않았다.

연간 2000만원이라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도 11년째 그대로다.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2013년 3134만원에서 지난해 4725만원으로 51% 올랐는데, 과세기준은 요지부동이니 과세 대상이 늘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여론과는 달리 기재부는 물가 연동 세제 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세는 누진세제를 적용하다 보니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이 내는데, 이를 물가에 연동하면 고소득자부터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대부분의 과표 구간에서 보편적으로 세 부담이 줄어들지만, 그 이득은 고소득자에게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족한 세수를 더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소득세 외에 주세·유류세 등에 물가 연동을 도입했을 때 세 부담이 증가하거나 세제가 과도하게 복잡해지는 문제도 있다.

세무 관련 한 전문가는 “모든 과표를 물가와 연동시킬 수는 없지만, 주기적으로 실정과 동떨어진 기준들은 고쳐나가야 한다. 특히 구간별 적용 세율은 1999년, 공제 기준은 1997년에 정한 것이어서 거의 30년이 다 된 낡은 기준을 가지로 과세를 하니 국민들 반감은 당연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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