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회장 ‘보석’ 호소에, 검찰 ‘도주 우려’ 반대

-황재복 SPC 대표이사, 부당노동행위가 허 회장의 지시 주장
-여론은, "엄정한 법의 잣대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되풀이 말아야"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7.10 09:19 | 최종 수정 2024.07.10 10:16 의견 0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9일 열린 보석 심문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를 성찰하고 부족함이 없었는지 뒤돌아보겠다"며 보석을 호소했지만, 검찰이 도주우려를 강조하면서 보석허가 불허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조승우) 심리로 열린 보석 심문에서 허 회장은 "무엇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조직의 책임자로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허 회장의 변호인은 "3년간의 수사를 통해 진술과 증거물을 이미 제출한 상황으로, 무엇보다 공동 피고인들에 대한 회유는 불가능하다"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진술 조작 시도 역시 추호도 없다"며 보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석 불허 사유를 꼽으며 변호인 측과 강하게 대립했다. 검찰 측은 "구속 사유에 대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공동 피고인(황재복 대표)과 접근한 정황이 있으며 도망의 염려도 있다"면서 "충분히 방어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빈번한 해외 출국 등 재판에 충실히 응할지 의심된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불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동 피고인을 비롯한 사건 관계인 다수가 SPC 그룹에 재직 중으로 허 회장의 지휘 아래 있다"며 "보석이 허가되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증언할 수 있는 사건 관계인이 몇명이나 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진행된 재판에서 허 회장 변호인 측은 파리바게뜨 지회 노조원들에 대한 탈퇴를 종용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불법 시위를 막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허 회장은 2021년 2월∼2022년 7월 민주노총 소속 SPC 직원 570여명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배임 혐의를 받는 허영인 회장의 수사 정보를 빼내기 위해 검찰 수사관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내부 정보를 건네받은 혐의 등이다.

검찰은 노조 탈퇴 강요와 수사 정보 거래 의혹의 정점에 허 회장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 그동안 수차례 소환했지만 허 회장은 업무를 이유로 한 번도 응하지 않으면서 검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검찰을 화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사임한 황재복 대표 측 변호인이 허 회장 변호인과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라, 그동안 황 대표 진술과 공소장 내용을 토대로 검찰 조사에 대비했을 거란 관측이 나오면서 보석허가에 대한 검찰의 의지는 확고하다.

SPC의 문제점은 노조 탄압 외에도 잇단 사망사고 등 안전불감증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2022년 10월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데 이어 2023년 8월에도 계열사인 샤니 공장에서 빵 반죽 기계에 끼인 50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두 사고 모두 안전 설비나 경보 장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던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잇단 사망 사고에 허 회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고,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가 따로 열린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자리에서 허 회장은 “샤니는 제가 퇴직한 지가 한 5년 됐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제가 거의 대표이사한테 완전히 일임을 하고 책임경영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지금까지 운영을 해 왔었습니다만 불행하게도 지난번에 그런 사고가 생겨서 너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고 말해 책임을 회피한 바 있다.

허 회장은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 내 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가 회사에 비판적인 활동을 이어가자, 지난 2021년 2월~2022년 7월 조합원 570여명에게 탈퇴를 종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21일 구속기소됐다.

여기에 2021년 5월 민주노총 화섬노조 소속 근로자라는 이유로 승진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승진 인사에서 배제한 혐의, 2019년 7월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조합원 모집을 지원하는 한편, 2021년 4월~2022년 8월 한국노총 노조 위원장에게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터뷰를 하게 하는 등 노조의 조직과 운영에 깊게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황재복 SPC 대표이사는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가 허 회장의 지시 아래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허 회장은 황 대표이사에게 노조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범죄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거나 범죄에 대한 인식 등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한편, 3차 공판은 16일 속행된다.

산업계의 한 중진 임원은 "그룹 회장으로서 그동안 그룹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회피해와놓고,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않는데 법이 편을 들어준다면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는 것이다"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직한 경영활동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는 모습이 필요하고, 법은 엄정한 잣대를 기준으로 삼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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