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통위, 금리인하 8월 or 10월?

-이창용 한은 총재 "물가 긍정적 그러나 리스크 많아”
-美 파월의 디스인플레이션 발언으로 9월 인하 가능성 커져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7.10 08:28 의견 0
힌국은행 사진=수도시민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물가 흐름을 긍정 평가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내일(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출현할지 관심이 쏠린다. 9일(美 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fed)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 관련 발언도 나오면서 연내 금리인하는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시기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최근 물가 상승률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지금껏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에 부합하냐는 물음에도 "대체로 부합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달 금통위와 관련해서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되고 있기에 그 추세의 지속을 확인하고 또 그 기조하에서 성장과 금융안정의 상충 관계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금통위원들과 금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가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로 접어든 만큼,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 또한 기존보다는 진전됐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금리 인하 명분이 한층 강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4%를 기록하면서 전월(2.7%) 대비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일반인들의 물가 상승 기대를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0%로 2%대 하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의 발언으로 미국의 9월 금리인하 전망에 힘을 보태면서 우리나라도 연내 금리인하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회 상원에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 나선 파월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를 너무 높게 오랫동안 유지하면 경제 성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라며 "정책적 제약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완화하면 경제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이날 메시지에서는 그동안 인플레이션 상승에 초점을 맞춰 온 기존 발언과는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인플레이션에 이어 노동시장 둔화 시그널이 확인되면서 Fed가 통화정책의 초점을 물가 안정에서 고용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글로벌 시장 전략 헤드는 "노동시장이 둔화되고 있고 파월 의장이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그는 정책이 제약적이고 인플레이션에 진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하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우리는 위험 균형에 대한 그의 발언을 특히 비둘기파적으로 읽었다"며 "목요일(11일)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보고서 등 향후 들어올 데이터가 Fed의 진전된 평가를 뒷받침한다면 9월 금리 인하의 기반이 계속 구축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한국과 미국 금리 책임자들의 발언을 보면, 미국은 9월, 한국은 10월 금리인하에 무게가 실린다. 내일 국내 금통위원들 중 2명 이상이 소수의원을 내놓을 경우 8월 금리인하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하에 앞서 국내 금리인하를 결정하기에는 리스크가 많다는 의견이 다수다.

현재도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2%p로서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서 외환관리에 더 큰 애를 먹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가계부채 증가속도와 서울 중심의 집값 상승세 역시 금리인하 결정에 커다란 장애물이다.

지난 9일 이 총재도 국회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현재 9월 또는 12월로 시장에서 나눠 보고 있다"고 말해, 9월 인하가 유력시 되는 미국보다 앞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대통령실은 금리인하 시점을 앞당기고 싶어하면서 잇단 발언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선을 그었다.

최근 정부•여당에서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의견을 듣되 금통위원들과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이어서 집값 상승세와 PF 부담 등 금리인하 걸림돌에 대한 고민도 밝혔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의 이자율이 낮아지고 있고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은 올라가고 있다”며 “이를 금융안정 측면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관련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과 중장기 금융시장은 이미 연 내 금리인하를 확신하면서 빠르면 미국 9월 인하에 앞서 8월 인하까지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미국에 앞서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EU가 현재 어려움을 겪는 등 학습효과가 있어 미국에 앞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이주연 기자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