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포고 한 효성 차남 조현문의 속내

-상속재산 사회환원 선언했지만, 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감면 노림수
-비상장 주식 등 상속 지분 처리를 두고 법적 다툼 예상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7.08 11:26 | 최종 수정 2024.07.08 11:29 의견 0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석래 전 회장의 차남

효성그룹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의 상속재산 전액 사회환원 선언 배경에 상속세 감면과, 효성그룹에 대한 상속인 중 한명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서울 강남 스파크플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가지를 제안했는데 첫번째는 조석래 전 회장의 사망에 따른 상속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할 것, 두번째는 본인을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풀어달라는 것, 세번째는 그동안의 형제 갈등을 종료하고 이만 화해하자는 것 등이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첫번째 요구사항인 상속재산 전액 사회환원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 전 부사장은 “상속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공익재단을 설립하여 여기에 출연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쓰임 받게 하는 선례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 공익 제단 설립에 다른 공동상속인들도 협조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면서 공동상속인인 형제들의 동의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산업계 및 법조계에서는 현재 조 전 부사장이 받을 수 있는 약 1000억원의 상속재산 중 상속세는 500억원쯤 되는데, 조석래 전 회장이 유언을 통해 조현문 차남이 상속세를 완납한 이후에만 상속재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당장 세금 납부가 시급해졌다는 해석이다.

조 전 부사장은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공익재단 설립을 구상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공익재단의 경우는 비과세이기 때문에 세금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해결과제는 공동상속인인 형 조현준 회장과 동생 조현상 부회장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국세청이 이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기자간담회 내용에서 조 전 부사장이 이러한 본인의 생각을 한 달 전에 조 회장과 조 부회장에게 알렸지만 한달이 넘게 답이 없다고 밝혀, 형과 동생의 생각은 조 전 부사장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익재단 설립에 따라 상속세를 사전에 납부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형제들이 동의한 이후 상속재산을 다른 곳에 쓸 경우가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다. 그럴 경우 공동상속인들과 국세청 모두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 상속인들의 분위기를 감지한 조 전 부사장이 사회공헌 의지를 국민에게 알리고 여론의 도움을 받고자 기자간담회라는 형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익재단 설립의 경우도 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것 보다 자신을 위한 재산운영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을 받는다. 공익재단을 설립할 경우 5명까지 이사를 선임할 수 있어,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해 본인의 가족들이 모두 안정적으로 생활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내놓은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효성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조 전 회장의 상장 및 비상장사 지분 등 얽혀있는 부분이 여전히 많아 법적인 다툼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 내놓은 그동안의 형제간의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효성 내에서는 말과 행동이 다른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조 전 부사장이 진심으로 가족과 형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어머니라도 뵙고 인사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효성 측 한 인사는 “부모에 대한 예를 차리지 않는 상황에서 형제간의 갈등이 해결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조 전 부사장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일종의 폭풍전야를 알리는 선전포고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재계 전문가는 “조 전 부사장이 당장은 상속세 납부 어려움이 있어서 손을 내밀고 있지만, 기자간담회 내용 전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공격적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향후 효성가 형제의난 2차전이 시작될 듯 하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다음은 조현문 효성 전 부사장의 기자간담회 전문이다.

[기자간담회 전문]

먼저 지난번 선친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해주신 많은 분들께 뒤늦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그동안 선친이 작성하셨다는 유언장에 대해 입수경로,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유언집행인에게 몇차례 질의하였습니다. 그동안 유언집행인이 전해온 답변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며, 상속인 중의 하나인 저로서는 현 상황에서는 아직 유언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서는 유언의 집행이 이미 완료된 듯 보도되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형제간 우애를 당부하신 선친의 유언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안이 무엇일까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이 결심을 하였습니다. 참고로 이 결심과 이에 따른 요청은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이미 조현준 회장님과 조현상 부회장 등 공동상속인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첫째, 저는 선친이 물려주신 상속 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한푼도 제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을 설립하여 여기에 출연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쓰임받게하는 선례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 공익 제단 설립에 다른 공동상속인들도 협조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둘째,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저의 계열 분리와 이를 위하여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 주길 바랍니다. 이미 조현준 회장님과 조현상 부회장도 계열 분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더 이상 효성 그룹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이지 않고 삼형제가 독립경영을 하는 것 역시 선친의 유훈이라 생각합니다.

이 역시 다른 공동 상속인들이 반대하실 이유가 없으리라 믿습니다.

셋째,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벌어졌던 형제 간의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를 이루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저에게 벌어졌던 여러 가지 부당한 일들에 대해 문제삼지 않고 용서하려 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저 때문에 형제들과 집안이 겪었을 어려움이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의 고소는 그 동기절차 내용상 잘못된 것이며 이와 관련되어 많은 진실의 왜곡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잘못된 행동은 이제는 중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선친이 형제간에 우회 있게 지내라는 유지를 남기셨는데 계속해서 거짓을 기반으로 비방하고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서로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각자 길을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이런 저의 결심과 요청 사항을 법무법인 바른 그리고 법무법인 화우와 유언집행자를 통해 조현준 회장님 조현상 부회장 등 공동상속인들에게 전달하였고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도록 형제들은 이 같은 저의 결심과 요청 사항에 아직 공식적인 답변이 없습니다. 이에 저는 오늘 간담회를 통해 다시 한번 조현준 회장님, 조현상 부회장과 효성에 저의 전달 사항들을 수용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만약 형제들과 효성이 저의 진심어린 요청을 거절하거나 명확하게 답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끈다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제게 주어진 모든 법적 권리를 포함 저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세간에 있었던 몇 가지 오해를 해소하고 싶습니다. 우선 저는 효성 경영권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효성의 불법 비리에 대한 저의 문제제기를 경영권 분쟁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저의 진의와 전혀 무관한 것이므로 앞으로는 그러한 오해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효성으로부터 자유입니다 저를 더 이상 효성에 얽어매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선친께 공적인 대기업인 효성을 깨끗하고 정직한 일류 기업이 되도록 정도경영 하자고 충언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시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저는 아버님께 정도 경영을 위한 충언을 할 것이고 그것이 아버님에 대한 진정한 효도라고 믿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공익재단 설립과 상속재산 전액 환원은 아버님께서 생전에 강조하셨던 산업보국 정신에 조금이나마 공적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저의 작은 효도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비록 돌아가시기 전 뵙지는 못하였지만 아버님도 저의 오늘의 결심을 하늘나라에서 들으시고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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