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수렁에 빠진 우리은행…임종룡 이후 실적도 내리막길

-우리은행 10년간 횡령액•횡령직원수 1위, 반대로 환수율은 꼴찌
-인사비리로 행장까지 처벌 받았던 횡령 비리 백화점이란 지적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7.05 17:41 | 최종 수정 2024.07.07 06:18 의견 0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최근 100억 원대 금융사고를 낸 우리은행이 앞서 10년간 은행권 횡령사고 발생액과 인원수에서 1위에 오르는 등 도덕적 해이가 가장 심한 은행은행이라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임종룡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실적도 내리막을 밟고 있어, 영업 측면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우선 2년 전 발생한 700억 원 규모 대형 횡령사고 이후에도 고객 돈을 빼돌리는 사고는 끊이지 않아 내부통제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2023년 국내 은행별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해당 기간 외국계은행과 국책은행을 포함한 17개 국내 은행 중 횡령액이 가장 큰 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총 772억7780만 원의 횡령이 발생했다. 지난해 595억 원에 달하는 횡령사고가 발생한 경남은행(10년 합계 총 611억8,120만 원)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의 횡령 규모가 유독 큰 이유는 2022년 발생한 700억 원 규모 대형 금융사고 때문이다. 직원 A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에 걸쳐 고객돈 707억 원을 해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빼돌리는 방식 등으로 횡령을 저질렀다. 대법원은 4월 A씨와 공범인 그의 동생에 대해 각각 징역 15년과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우리은행은 횡령액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횡령에 가담한 직원 수도 31명으로 전체 은행권에서 가장 많았다. 횡령액 2위인 경남은행에서 10년간 적발된 인원수는 5명에 불과했다. 5대 은행과 비교하더라도 우리은행 횡령 직원은 하나은행(29명)이나 NH농협·KB국민은행(각 23명)보다 많았다.

횡령액 환수율도 압도적 '꼴찌'였다. 10년 횡령액에 대한 우리은행 환수율은 1.7%(13억1370만 원)에 그쳤다. A씨 형제가 빼돌린 700억 원 중 검찰이 추징한 80억 원 안팎을 제외하면 나머지 횡령금은 거의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이 횡령사고를 제외한 횡령금 환수율도 13.3%에 그쳐, 5대 은행 중에서 환수율이 가장 낮았다. 10년간 직원들이 횡령한 85억7520만 원 가운데 63.1%를 되찾은 하나은행과 대비된다.

문제는 대형사고 이후 "내부통제 체계를 쇄신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횡령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 총 25억8700만 원 규모의 횡령사고 2건이 추가로 발생한 데 이어, 올해에도 대리급 직원 B씨가 100억 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쇄신 대신 범죄자만 는 셈이다. 특히 B씨가 횡령한 금액 중 60억 원가량은 코인 투자 실패로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횡령사건 외에도 굵직굵직한 비리들이 자주 일어나는 은행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2023년 11월 파생거래 손실과 관련해 관련 임원에 징계를 내린 바 있다.

거래 당시 자금시장그룹 집행부행장이었던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과 이문석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이 각각 견책과 주의 처분을 받았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3년 6월 ELS(주가연계증권) 상품 파생거래에서 평가손실 962억 원가량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같은 해 6월 말 결산에 반영했다.

당시 담당 딜러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여러 헷지(위험 분산) 전략을 실행했지만 평가손실을 회복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2023년 7월 이후 헷지거래 밖의 주식파생상품 거래를 중단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고객 손실이 발생한 사안은 아니지만 내부통제가 부실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나왔다. 금융감독원도 해당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점검을 실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인사 청탁 비리로도 한때 시끄러웠다. 과거 이광구 행장이 인사비리로 사퇴하고 법적 처벌도 받은 바 있다.

2017년 10월 심상정 당시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우리은행 채용 비리' 사건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6명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고위 공직자와 주요 거래처 및 은행 임직원 등의 청탁을 받아 30여명을 부정 합격시킨 것으로 이 전 행장은 2020년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거래처 등 외부기관의 청탁자와 은행 내 친인척 명부를 관리하면서 지원자들을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임직원의 도덕성이 무너지다보니, 실적도 타 은행에 비해 떨어지는 등 저조한 경영실적을 보이고 있다.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2023년, 대부분 은행들이 고금리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늘어난 상황이었지만 유독 우리은행만은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우리금융지주의 2023년 실적을 보면 매출은 41조9863억원으로 전년 42조3727억원 대비 3864억원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2022년 4조4305억원에서 3조4990억원으로 9315억원 줄었다. 1년 사이에 영업익이 21%나 줄어든 것이다.

같은기간 신한지주는 매출은 31조6553억원에서 39조4329억원으로 25% 늘고, 영업익은 5조9056억원에서 6조1008억원으로 3.3% 늘었다.

KB금융은 매출 83조621억원에서 77조4828억원으로 줄었지만, 영업익은 5조2892억원에서 6조4353억원으로 21.7% 늘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매출은 70조2483억원에서 69조6936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영업익은 4조6883억원에서 4조6934억원으로 다소 늘었다.

오로지 우리금융지주만 매출과 영업익 모두 줄었고, 특히 영업익은 대폭 줄어들어, 가장 경쟁력 없는 금융기관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결국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실적 악화와 함께, 도덕성 해이 역시 지속되고 있어, 리더십에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됐다.

임 회장은 표면적으로는 회사의 기강은 잡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취임사에서 조직혁신과 새로운 기업문화를 강조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문화혁신TF(태스크포스)를 ‘기업문화리더십센터’로 확대 개편해 경영진 후보군 육성 프로그햄을 전담하는 기능을 만들었지만, 이후로도 직원 횡령 등 비리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도덕성을 강조했지만, 말잔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부통제 체계도 그룹 내 사각지대가 없도록 실효성 있게 업그레이드하고 윤리·준법의식 강화와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 보니 금융계 및 정치권에서 임 회장의 금융기업 수장에 대한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올해 6월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임종룡 회장은 오랜 기간 기재부 관료로 차관에다 금융위원장까지 역임한 대표적 모피아 출신으로 사모펀드 사태와 수백억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 당사자로서, 내우외환을 겪는 우리금융 수장으로 온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금융감독원은 한 해 걸러 100억 원대 금융사고가 연이어 벌어지고 계열사에 횡령과 사기 등이 난무하는 우리금융을 대상으로 회장을 포함한 전방위 조사와 특별검사를 실시해 그 잘못이 확인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 취임 이후 해외 법인에서도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2023년 12월에는 우리은행의 필리핀 법인인 '우리웰스뱅크필리핀'에서 20억 원 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해당 외부인은 해킹을 통해 현지인 직원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아냈고 이를 통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수사에 나섰고,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의 전산 보안 책임 미흡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3년 7월에는 우리은행 한 지점 직원이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7만 달러(약 9163만 원)을 빼돌린 사건도 벌어졌다.

금융업계의 한 전문가는 “금융기관의 돈은 모두 고객의 돈인 측면에서 어느 업종보다도 임직원의 도덕성이 중요한데, 유독 우리금융에서 금전사고를 비롯해 인사비리까지 발생하니 도덕성 해이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면서 “일반 기업의 경우 이정도 사건이 일어나고 경영실적이 나쁘면 전문경영인 교체가 우선적으로 일어나는데, 자칫 PF 등 금융리스크가 현실화 될 경우 이런 은행은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연 기자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