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 냈지만, 불편한 이유?

-영업이익 10.4조로 전년 동기 대비 15배 늘어 ‘어닝서프라이즈’
-3나노는 TSMC에 밀리고, HBM은 SK하이닉스와 격차 벌어져 불안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7.05 10:32 의견 0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1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5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을 보면, 회사는 올 2분기(4~6월)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각각 2.9%, 57.3% 늘어난 것이다. 전년 같은 기간 매출 60조 100억원, 영업이익 6700억원 대비 매출은 13조9900억원, 영업이익은 9조7400억원 늘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전망치 평균(영업이익 8조3044억원)을 넉넉하게 뛰어넘는 실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이러한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여전히 위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바로 대만의 비메모리반도체 기업인 TSMC와의 3나노 반도체 전쟁, 그리고 엔비디아 향 HBM 품질 테스트 통과 지연에 따른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은 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본격 개선되기 시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증권가는 이번 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5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올해 1분기(1조9100억원)에 견줘 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다만 파운드리와 시스템엘에스아이(LSI) 등 메모리를 제외한 다른 반도체 사업부는 ‘적자 행진’을 이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실적은 부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의 원가가 오르면서 수익성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회사의 모바일(MX)·네트워크 사업부문 영업이익이 1분기(3조5100억원)보다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폭발적인 영업이익 증가로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정작 삼성전자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우선 대만의 TSMC가 구글 스마트폰에 ‘AP칩’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는 주요 AP 고객사인 구글을 뺏길 위기에 처했다.

최근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구글과 손잡고 첨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구글은 이전까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AP 생산을 맡겨온 만큼, 구글이 TSMC에 AP 위탁생산을 주문하면 삼성전자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TSMC와 구글은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 10' 시리즈에 탑재할 5세대 AP 칩 '텐서 G5칩' 양산을 위한 '테이프 아웃' 단계에 들어섰다.

테이프 아웃은 반도체 양산 직전 단계로, 최종 설계 도면이 양산 라인으로 투입되는 단계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이다.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 10' 시리즈는 내년 출시 예정이다.

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텐서 G5'는 TSMC의 3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생산되며 기존 제품(텐서 G4칩)보다 성능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구글은 이를 통해 고급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장에서 역량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TSMC와 구글의 텐서 G5 협력 가능성만 제기됐지만, 최근 양사는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구글은 올 하반기에 출시할 픽셀9 시리즈에 탑재할 4세대 AP 텐서 G4의 생산을 삼성전자의 4나노 파운드리에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구글의 텐서 G4를 수주하며 이후에도 계속 TSMC와 파운드리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구글이 TSMC와 차세대 AP인 텐서 G5 협력에 나서며 향후 생산할 AP도 TSMC에 맡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대형 고객사가 경쟁사인 TSMC로 이탈할 가능성에 노출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텐서 G4를 수주했지만 구글과의 AP 협력을 지속하지 못할 우려가 커지게 된 것이다.

TSMC와의 3나노 경쟁에서 밀린 것에 더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의 품질 통과 지연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로이터통신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납품할 HBM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하면서 삼성전자의 HBM 리스크가 수면위에 올라왔다.

삼성전자는 즉각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현재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현재 HBM 시장의 SK하이닉스와의 기술력이 크게 벌어져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 내에서는 AI 시대의 핵심 메모리칩인 HBM 사업부문에서 경쟁사들에게 크게 뒤져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5월 21일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을 기존의 경계현 사장에서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고있던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한 바 있다, 인사철도 아닌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핵심사업부문인 DS부문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극약처방을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HBM 역량 강화 처방도 내렸다. 삼성전자는 어제(4일)자로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지난 4일부포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D램 제품 설계 전문가인 손영수 부사장이 팀장으로 발령냈다.

이번에 신설된 HBM 개발팀은 HBM3와 HBM3E뿐 아니라 차세대 HBM4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메모리사업부 내에서 HBM 개발 조직을 운영해 온 데 이어, 이번 조직 개편으로 HBM 전담 조직을 한층 강화해 차세대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으로 올 2분기 깜짝 실적을 실현했지만, 향후 먹거리라고 할 수 있는 3나노와 HBM 분야에서 뒤쳐지면서 미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실질적인 위기라고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오랜기간 호황을 누린 것의 배경에는 대규모 시설투자를 바탕으로 하는 메모리반도체 전쟁에서의 승리에 기반을 둔 것이었는데, 너무 오래 매너리즘에 빠지다 보니 미래 성장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준비가 부족했고, 특히 스타트업 분야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한 결과 새로운 먹거리 흐름 변화에 둔감해진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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