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와 전문의 구분 못하는 한심한 언론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6.28 05:07 의견 0
인기드라마였던 SBS의 '낭만닥터 김사부'의 한 장면. 사진=SBS홈페이지 캡쳐

의대 정원을 기존 3000명에서 별안간 2000명을 늘려서 5000명으로 하겠다는 미친 짓에 대해선 한마디 못한 신문이 이제 와서는 전공의 보다는 전문의 중심의 병원이 돼야 한다고 기획기사를 쓰고 있으니 웃기는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그럴싸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바보다. 전문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전공의를 거쳐야 전문의가 되는 것이다.

실력이 있는 병원, 명성이 있는 좋은 병원에서 전공의를 해야 동네병원을 개업해도 환자들에게 신뢰를 준다. 동네병원 대기실에 그 병원 의사가 어느 의대를 나오고 어느 병원에서 전공의를 했는지를 알리는 증서를 액자에 넣어서 걸어 놓은 것을 보게 된다. 환자가 동네 병원을 쇼핑하는 데 있어 참조하는 기본적인 정보가 바로 이것이다. (이번에 무더기로 증원하는 덕분에 의대를 졸업해서 개업하는 의사들은 졸업장을 걸어 놓기가 힘들 것이다. 그런 의사를 누가 믿겠는가?)

우리가 전공의라고 부르는 의사는 영어로는 ‘Resident Doctor’다. 의대를 졸업한 의사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 전공 분야를 결정하고 3년에서 8년에 이르는 기간을 큰 병원에서 일을 한다. 미국의 많은 주에선 혼자 병원을 여는 의사(solo practitioner)도 ‘Resident Doctor’를 몇 년 간은 거치도록 한다. 큰 병원에 가서 환자가 처음 만나 상담을 하는 의사는 ‘Resident Doctor’, 즉 전공의이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된 후에도 어떠한 이유에서 큰 병원에서 더 배우면서 일하기를 원하면 Fellow라는 명칭으로 근무한다.

미국에서 Resident Doctor의 연봉은 평균 65,000 달러에서 시작해서 매년 3,000~5,000 달러씩 올라간다. 전문의가 되면 연봉은 4배 이상 뛰어서 최소한 25만 달러는 받는다. 심장의와 신경외과 전문의 연봉은 전문의 평균 연봉의 두 배에 달한다. 어려운 대신 거기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는 것이 바로 ‘정의’(justice)다.

전공의는 연봉이 적기 때문에 의대를 부모님 돈이 아닌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다녔다면 전공의를 하는 동안 경제적으로도 무척 힘들다. 전공의가 일하는 큰 병원은 주로 큰 도시에 있어서 아파트 월세도 만만치 않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는 방법은 사랑하는 전공의를 만나서 아파트를 같이 쓰는 것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다. 전공의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며 환자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무식한 정부, 몰상식한 신문이 화나게 했다.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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