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돌파 나선 SK] ②최태원 회장의 승부수는

-SK이노베이션과 SKE&S의 합병, 산넘어 산
-산은이 지원할 경우 큰 대가 치러야
-28~29일 비상 경영전략회의, 최창원∙최재원 투톱 역할에 기대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6.24 07:27 | 최종 수정 2024.06.24 14:55 의견 0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있는 SK그룹 사록 입구. 사진=수도시민경제

지주사인 SK㈜로 시작하는 주요 계열사 12개를 비롯해 소위 SK그룹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219개 자회사 대부분이 손실을 보고 있는 SK그룹이 대대적인 대수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 희망적인 평가보다는 SK그룹의 앞길에 드리워진 검은 먹구름이 쉽게 걷힐 것 같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SK그룹의 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고있는 SK온의 누적적자와 과도한 부채이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SK그룹의 방대한 조직구조에 있다는 지적이다.

SK그룹은 총 219개 계열사로 구성돼있는데, 이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 63개의 3.5배에 이르는 규모다. SK그룹 고위 임원도 전혀 모르는 계열사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SK 최태원 회장이 많지 않은 지분을 가지고 그룹을 지배하려다 보니, 회사들을 계속 쪼개기 형식으로 늘려갔던 것이다. 자회사는 지주회사 지분의 50%만 확보하면 지배할 수 있고, 손자회사는 25%, 증손자회사는 12.5%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회사가 감당이 안될 정도로 늘어났는데, 수익구조가 선순환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악순환에 빠질 경우에는 전체 틀이 무너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결국 이번 최 회장의 대수술 관전포인트는 첫째는 현재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에 대한 집중과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보강, 둘째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모아지고 있다.

우선 위기에 빠진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 SK온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이 89.5% 지분을 가지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다. 결국 SK온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는 SK이노베이션의 체력을 강화시킬 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기준 자산이 86조3841억원인데 반해 부채가 50조 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으로 매출 77조2885억원 대비 2.5% 수준이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이 가지고있는 51조원 규모의 부채와 자회사인 SK온 부채 12조원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룹이 고민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는 SK이노베이션과 그룹의 가장 알짜회사 중 하나인 SKE&S를 합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E&S는 그룹 지주사인 SK㈜가 90%의 지분을 가진 회사로, 수소·재생에너지·LNG등 에너지 전문기업이다. 비상상사로서 2023년 말 매출 11조1672억원에 영업이익 1조3317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2%의 알짜 캐시카우다.

문제는 이 두 회사의 합병비율인데, 하나는 상장사이고 하나는 비상장사인 관계로 합병비율 산정에 대한 공식이 없다. 결국 삼성물산의 제일모직과의 합병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시에는 그나마 양사 모두 상장사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합병에 대한 기준점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지만, 이 경우는 SKE&S가 비상장이기 때문에 기준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이 높은 SKE&S의 지분가치를 높게 산정할 것이 뻔하고, 그럴 경우 SK이노베이션 주주들 특히 일반투자자들의 합병비율에 대한 거센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 문제는 아직까지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E&S 간 합병할 경우에는 삼성보다 훨씬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SK그룹이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은행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물론 SK 측이나 산은 측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하더라도 산은의 지원은 쉽지않은 상황이다. 우선 산은이 자금여력이 별로 없고, SK 측에서 자금 수혈 대신 내놔야할 대가가 크기 때문이다. 일단 산은의 자금이 들어간다는 것은 최소한 자율협약을 맺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협약을 맺을 경우 경영상 의사결정은 대부분 산은이 하는 구조가 되는데, 무늬만 자율협약이지 실질적으로 워크아웃과 큰 차이가 없는 구조다.

SK그룹은 우선 자금 수혈을 위해 과거 베트남에 투자한 마산그룹의 풋옵션 행사와 빈그룹에 대한 투자금 총 1조원을 회수할 방침으로도 알려져있지만, 현재 그룹이 가지고 있는 부채 및 현안 해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과 함께 자금 수혈이 긴박한 SK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별로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합병을 통한 SK온과 SK이노베이션 살리기와 함께 그룹의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우선 전체 219개 계열사 통폐합 작업이 대대적으로 일어날 것이고, 대규모 대표이사급 인사 교체와 함께, 계열사별로 임원급 인원 축소가 예상된다.

이미 그룹 수펙스 대표로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회장이 들어왔고, SK이노베이션에는 친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들어왔다.

이번달 말인 28일과 29일 양일간에 걸쳐 개최되는 그룹 경영정략회의에서 구체적인 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안팎에서는 최창원 수펙스 의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주도가 돼서 그룹 주조조정을 이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 회장과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 간의 1조3800억원 위자료에 대한 최종 판결도 그룹의 운명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위기에 빠진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향후 행보에 국내외 모든 눈이 쏠려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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