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돌파 나선 SK] ①10분기 연속적자 SK온 살릴 수 있을까

-미래 먹거리로 배터리 육성한 SK그룹, 연속 적자에 부담 그룹으로 전이
-SK이노베이션 51조원, SK온 12조원의 부채가 발목
-최태원 동생 최재원 투입, 28~29일 경영전략회의에 이목 집중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6.23 11:41 | 최종 수정 2024.06.24 08:17 의견 0
서울 종로구에 위치함 SK그룹 사옥. 사진=수도시민경제

SK그룹이 SK하이닉스의 HBM(AI용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의 선전과는 달리, 전반적인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시장에서 SK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SK위기설의 진원지는 SK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과 추락하고 있는 석유사업이다.

석유사업을 하고있는 SK이노베이션이 지분 89.5%를 들고있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지난 3년 간 20조원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온이 올해 4분기에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SK그룹은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SK온 살리기'에 힘을 싣겠다는 계산이지만 현재 SK그룹 자금 사정상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SK온이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해 공식 출범한 이후 올해까지 시설투자에 투입하는 비용은 20조원 수준이다.

그간 SK온의 연간 시설투자(CAPEX) 규모는 2022년 5조원, 2023년 6조8000억원, 2024년 7조5000억원 등이다.

출범 당시 SK온은 국내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였지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미국 조지아주, 헝가리,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나섰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에도 미국과 헝가리 신규 공장의 생산량 증대 지연, 수율(양품 비율) 개선 지연 등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고, 2차전지 선발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관련 소송에 말리면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SK온이 SK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분사하기 전인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2023년 7월 2조원 규모의 합의금 지급으로 판결이 났다. 이 금액은 현재까지 계속 지급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하반기부터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미국 정부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보조금 축소 등이 맞물려 SK온의 적자는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21년 4분기에 3098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연간 영업손실 9912억원, 581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3315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출범 이래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10개 분기 누적 적자 규모는 2조5876억원에 이른다.

이번 2분기에도 3천억원대 영업손실로 적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증권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SK온의 부채규모도 심각한 상황이다. SK온의 총 부채는 2024년 1분기 기준 11조9000억원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3조2000억원의 3배를 훨씬 넘어선다.

이렇다 보니 최근 SK그룹이 착수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중심은 'SK온 살리기'다. 우선 가장 큰 불씨인 배터리 분야에서의 적자를 줄이고 부채를 줄여야 그룹 전체의 문제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동안 SK온에 차입보증을 서 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S&P 신용등급이 지난 3월 'BBB-'에서 ’BB+'로 하락한 이후 이자율 상승에 따라 이자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 출범 전인 2020년 23조396억원에서 2023년 말 50조7592억원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SK온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으며 투자자에게 약속한 상장 시한은 2026년 말이지만 적자가 지속될 경우 이것도 물건너 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SK그룹 내부에서는 SK온 IPO를 앞두고 배터리 사업 투자금 확보를 위해 SK온을 SK엔무브에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 이차전지 분리막 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돼 왔다.

최근에는 SK그룹에서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SK온 문제 해결을 위해 SK이노베이션 수장도 바꿨지만, 갈 길은 오리무중이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기자 일각에서는 'SK온 살리기'에 그룹의 힘을 쏟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다음주 28~29일 양일간 진행되는 그룹전략회의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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