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동산신탁, 신용등급 하향…부동산신탁사 리스크 현실로

-부동산 시장 PF리스트가 신탁사 리스크로 전이
-KB부동산신탁, A2+에서 A2로 신용등급 하향 변경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6.19 07:00 의견 0
KB부동산신탁 홈페이지 화면 캡쳐

19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KB부동산신탁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변경했다. 근래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리스크로 인한 신탁사들의 어려움이 반영된 결과다.

한신평이 등급을 하향시킨 주된 이유는 첫째, 부동산 업황 저하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에 직면했다는 점. 둘째, 대규모 대손 발생으로 수익성이 저하되었다는 점. 셋째, 신탁계정대 발생 등 재무부담이 현실화되었다는 점. 넷째, 부채비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자본완충력이 저하되었다는 점 등 4가지를 들었다.

신용등급이 하향 변경됨에 따라 한신평의 KB부동산신탁에 대한 관리포인트도 달라졌다.

앞으로 부동산 업황개선 등으로 시장지위 및 수익성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거나, 재무안정성이 개선되고 우발위험이 격감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등급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한신평 위지원 실장은 “향후 중점 모니터링 포인트는 수익창출력·이익안정성 회복 여부, 재무안정성 관리 수준, 책임준공 기한 미준수 사업장에 대한 우발위험 수준 등에 주목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부동산시장, 금리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조성됨에 따라 부동산신탁 산업의 전망은 비우호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고, 현 수준의 저조한 수주실적이 지속될 경우 수익창출력 저하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으로 전망했다. 높아진 이자비용 및 대손비용 부담 수준을 고려하면, 이익안정성 회복에 시일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신평은 책임준공형 개발신탁 관련 신탁계정대 추가 투입 부담은 2024년 중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혼합형 차입형 개발신탁 분양 성과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당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 투입 부담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위 실장은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사업장에 대한 우발위험이 존재한다. 2025년부터는 동 사업장에 대한 소송리스크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올 들어 급격하게 실적 악화된 KB부동산신탁

실제 KB부동산신탁의 경영상태가 심각한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의 지난 1분기 영업수익(매출)은 320억원으로 전년 동기(357억원) 89%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7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469억원으로 역시 적자 전환했다.

한편, 1분기 영업비용은 891억원으로 전년 동기 107억원의 8배 이상 늘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항목에서 비용이 늘었지만 ▲이자비용(65억원) ▲대출평가 및 처분손실(45억원) ▲기타 영업비용(692억원)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기타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2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69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기타 영업비용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장의 부실채권 발생 영향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 2월 3개의 사업장에서 총 1034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유는 부동산 경기침체 및 건설업 환경 악화다. 사업장의 분양률 저하 혹은 책임준공에 따른 건설사의 부실로 인한 채무가 신탁사에 전이된 것으로 분석된다.

KB부동산신탁은 올해 1분기 기준 56건의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사업장을 진행 중이다. 신탁사 중에서는 많은 편이다. 책임준공 관리형 사업장에 대한 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약정금액은 4조7226억원, 실행잔액은 3조4790억원이다. 모든 사업장에서 책임준공 미이행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라 꾸준히 부실채권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금난을 겪으면서 우선 차입금에 의존하며 급한 불을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차입금이 최근 반년 사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부터 차입금한도를 늘리기 시작했는데 올해 2월말 기준, 단기차입금 한도를 7650억원까지 늘렸다. 이 중 실제로 차입을 한 금액은 당시 3450억원이다. 다만 3450억원도 KB부동산신탁의 자기자본 2860억원의 120%에 달하는 만큼 이미 자기자본 규모를 넘어섰다. 일종의 금융기관으로서는 위험수위를 넘긴 것이다.

1분기 KB부동산신탁의 영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한 달 사이 차입금은 더 늘었다. 1분기 KB부동산신탁의 장·단기 차입금은 5050억원이다. 차입금 내역은 은행차입금 1900억원과 기타차입금 3150억원으로 구성됐다. 이 중 단기차입금은 3650억원으로 이전 2월 말 대비 200억원이 증가했다.

향후 계열사인 KB금융에서 자금 대여 방식을 당분간 이어가면서 KB부동산신탁의 포트폴리오 조정 및 재무건전성 회복에 시간을 벌 확률이 높다. 자칫 KB금융 계열사로 불똥이 튈 수 있다.

IB업계 한 전문가는 “근래 신탁사들이 책임준공형 방식으로 시행 물량을 늘려왔는데, 중소 및 중견건설사들의 어려움과 도산 등으로 신탁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이러한 상황은 타 신탁사들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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