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위기’에 빠진 삼성, 부문장 교체 카드 꺼내

-반도체 부문장으로 전영현 부회장 발령,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마이크론에 쫒기는 삼성, 위기 탈출구 찾기 분주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5.21 15:00 의견 0
삼성전자 신임 DS(반도체)부문장으로 발령받은 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가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DS)부문 부문장으로 전격 발령했다. 갑작스러운 인사를 놓고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지고 있는 HBM(고대역푝 메모리) 역량 강화를 위한 비상대책으로 풀이한다.

그동안 DS부문장을 맡았던 경계현 사장은 전 부회장이 맡고있던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업에서 살짝비켜났다.

수장 교체를 통해 삼성전자는 HBM 부문을 대대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 부회장은 업계에서 D램 전문가로 통한다. HBM이 D램을 적층해 만드는 메모리인 만큼 전 부회장의 경험이 HBM 강화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삼성은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 자리를 유지 중이지만 HBM에서 만큼은 SK하이닉스에 밀렸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HBM3E 8단이 최근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통과한 반면, 삼성전자는 공급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전 부회장은 LG반도체 D램 개발팀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뒤 2009년 D램 개발실장,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맡았다. 메모리사업부장 시절에는 20nm(나노미터, 10억분의1m) 이하 미세 공정 개발을 주도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대표이사직을 맡아오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임명됐다.

한편 전 부회장 체제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 사장의 갑작스런 용퇴로 경영을 후방 지원하던 전 부회장을 앉힐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경 사장의 다음 타자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신임 DS부문장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삼성전자의 주요 먹거리 사업이기 때문에 최 사장을 DS부문장으로 당장 부를 수 없는 형편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 이번 부문장 인사로 삼성의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인지 노출이 됐다. 인텔은 파운드리 2위를 목표로 삼성전자 추월을 노리고 있고, 마이크론은 HBM3E 양산에 앞서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번 밀리면 회복하기 어려운 현실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 부문장 교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볼 때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순으로 삼성전자가 2위지만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에 5세대 제품을 공급하게 돼 한국의 반도체 점유율은 하락할 것이 유력하고, 특히 삼성전자 마켓쉐어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과 인텔이 자국 반도체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이 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에 뒤진 삼성전자가 위기의식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급작스런 부문장 인사 역시 그런 위기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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