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컴팩트 시티’가 필요하다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5.16 12:54 | 최종 수정 2024.05.18 16:56 의견 0

90년대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는 한동안 경기도 시흥에서 강남 개포동까지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서 거의 왕복 4시간 통근했었다. 그 땐 서울에 내집을 마련할 능력이 안되니 교외지역 도시에 조그만 아파트에 살면서 10년가까이 통근했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 중에 출퇴근을 4시간에 걸쳐 하라고 하면 대번에 손사래치며 회사근처로 좀 비싼 월세라도 당장 집을 옮기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1950~1960년대 성숙한 도시 주변의 교외지역에 주택을 건설해서 노동자와 중산층에게 공급함으로서 어메리칸 드림을 이루게 했다.

이러한 교외지역 개발은 도시에 지하철, 터널, 고층빌딩을 건설하는 것에 비하여 매우 저렴한 개발방식이었고, 이는 1930년대 케인즈 부양이나 2차대전때의 대규모 동원활동 보다 미국 경제성장의 황금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교외지역은 도시화한 지식경제의 수요에 부합되지 않아 부유하고 학력이 높은 백인들은 도시로 돌아가고 있고, 이민자, 소수인종, 가난한 사람들이 교외지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교외지역은 더이상 아메리칸 드림의 절정이나 경제성장 엔진도 아니며 슬럼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더이상 확산이 아닌 집중이 필요한 때이고, 교외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밀집되고, 도시화되고, 토지이용이 더 복합적이고 대중교통으로 도심지역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리처드 플로리다, The new urban crisis,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

​현대 자본주의 도시의 선배(?)인 미국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우리에게 닥쳐올 도시의 위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천당 아래 분당이라던 분당의 집값이 2020년을 전후로 마포구, 성동구 등에 역전 당했다는 자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재개발로 신축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일자리 주변 도심으로 모여든 영향도 클 것이다.

우리의 신도시들과 미국의 교외지역을 동일하게 놓고 보는 것이 논리의 비약이지만 현대적 의미의 지식경제 일자리 주변부로 많은 주택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30년이 넘은 우리의 노후도시들도 단순한 주거의 개량을 통한 통상의 개념을 가진 재건축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20~30년뒤에는 진짜 미국의 교외지역처럼 슬럼화 될 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지식화된 도시는 비용이 좀 들더라도 토지이용의 효용을 높이고, 복합화·고밀화·집중화된 컴팩트시티(compact city)를 통한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하여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서울을 비롯한 도심지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쉽고 싼 방법으로 논과 밭을 갈아엎지는 말아야 한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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