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 회장, 체코 원전 수주전에 올인…대통령과 원팀 필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이명박 대통령 진두지휘 거울 삼아야
EU 원전시장 교두보 차원에서 대한민국 미래 운명 가를 수도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5.15 18:38 | 최종 수정 2024.05.15 20:21 의견 0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13일 체코 프라하 조핀 궁전에서 체코 원전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주관하고 주요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운데가 박정원 회장. 사진=두산그룹


박정원 두산 회장이 지난 13일 체코 프라하 조핀 궁전에서 개최된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주관하고 나서면서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막판 전쟁에 지휘봉을 잡았다.

체코 원전은 사실 국가적인 사업인 만큼 한수원이 주관이지만 원전에 들어가는 주기기 대부분을 두산에너빌리티가 담당하고 실제 시공은 대우건설이 하게 돼 기업 차원을 넘어서 대통령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프로젝트다.

과거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사례를 잘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박 회장의 행사 주관은 수주를 위한 국가 차원의 힘을 한데 모으는 모멘텀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15일 한수원이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참여를 위한 최종 입찰서를 제출한 가운데 두산그룹이 체코 현지에서 원전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서 박 회장은 "두산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성공적으로 주기기를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15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해외원전 수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에너지 및 기계산업 분야에서 체코와의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온 만큼, 앞으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다음날인 14일 체코 플젠 시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현장점검에도 나섰다.이 회사는 터빈 전문 제조사로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증기터빈을 생산하고 있다. 두산에 합류한 2009년 이후부터는 유럽을 넘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두산은 한수원이 체코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하고,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 한수원과 프랑스 EDF간 최종 경쟁을 겨루고 있는 30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원전은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200MW규모의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당초 1기 건설에서 지난 1월 31일 4기로 확대하기로 변경하면서 사업규모가 커졌다.

오는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어 내년 중 최종사업자를 선정한 후 2029년 착공해 2036년 1기 원전 준공을 목표로 하고있다.

현재 한수원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APR-1400을 바탕으로 체코 측의 요구에 따라 설비용량을 낮춘 APR-1000의 공급을 제안했다. 한수원은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비교해 월등히 앞선 가격 경쟁력과 계획 기간 안에 원전을 완공하는 공기 관리 능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의 교두보 격인 체코에서 원전 수주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판세로 봐서 한수원과 프랑스 EDF간 수주가능성은 서로 막상막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공기단축 측면에서 유리한데다, 가격 측면에서 EDF측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는 평가다. 그러나 체코가 프랑스와 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인데다, 한수원이 유럽에서 시공경험이 없는데 반해 EDF는 유럽에서의 시공경혐이 많아 실적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적극적인 공동 전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를 위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UAE를 직접 방문해 수주팀을 지휘한 사례를 거울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UAE 바라카 원전 역시 4기로 구성돼있는데, 공사금액은 200억달러(한화 27조 여원)이다. 2009년 11월 초 UAE가 프랑스에 원전수주를 공식적으로 통보했지만, 이 후 같은 달 6일 이명박 대통령과 UAE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화한 이후 11일 무함마드 왕세자가 ‘입찰 연기’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수주 불씨를 살렸다.

이 후 같은 해 12월 26일 이 대통령이 UAE를 방문해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할리파 대통령이 원전건설을 대한민국에 맡기겠다고 공식적인 수주 결정을 발표하면서 해외 원전 첫 수주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 것이다.

바라카 원전은 2018년 3월 26일 1기가 준공했으며, 준공식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참석했다.

건설업계 한 중진 임원은 “원전의 해외 수주는 순수 경쟁력 차원을 넘어서 국가간의 이해관계와 협력관계가 더욱 중요한 만큼 대통령이 직접 정부와 함께 나서서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앞으로 AI시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전력 공급인데, 현재 전 세계 전력공급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SMR(소형 원전)등 원전 수요가 급증할 것이어서 이번 기회에 유럽 원전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국가 미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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