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국가 각 도시의 중위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산출된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인 PIR(Price to Income Ratio)을 살펴볼 때 홍콩이 28, 런던 20.4, 뉴욕이 16.8, 도쿄가 9.2이고 서울이 23.6으로 OECD국가 중 최상위권 수준이다. 즉, 본인이 받는 급여를 하나도 쓰지 않고 저축을 했을 때 23.6년이 되어야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PIR이 3.0~5.0을 '적정수준' 또는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고, 이를 넘어서는 경우 주거비 부담이 과도한 것으로 평가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서울의 집값은 '적정수준'을 넘어 '넘사벽'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과 관련된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2025년도 수도권의 집값이 다이나믹하게 올랐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고, 경기도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여 있는 등 이중 삼중규제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거나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단지들만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의 집값을 살펴 보았다.
네이버 부동산의 올해 1년간 8개 단지 실거래가 그래프를 Gemini Pro를 이용해서 분석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송파 신천(B)과 개포(H)는 잠실과 대치동의 바로 인접 지역으로, 2.12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실, 삼성, 대치, 청담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직후 한 달 만에 약 10%의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토허제 해제로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자 투자 수요(갭투자)가 급격히 유입되었고, 이는 인근 단지들의 호가를 순식간에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초강세 지역 (B, E, H)인 강남, 송파(신천), 마포 지역은 세 번의 대책 발표 시점마다 가격이 계단식으로 급등했다. 특히 9.7 대책 전후로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시장의 유동성이 상급지로 집중되었음을 보여준다.
송파(문정), 분당, 광교는 초기에는 완만했으나, 상급지의 급등 이후 10.15 대책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시세가 따라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 서울 핵심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준상급지로 전이된 결과이다.
노원, 용인 지역은 대책 시점과 관계없이 1년 내내 거의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이 모든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보다, 특정 선호 지역에만 수요가 몰리는 '극심한 양극화'가 있었음이 수치로 증명된다. 위 데이터는 각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규제 지역의 희소성이 오히려 부각되면서 가격 상승을 자극했던 2025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위 단지들을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연 환산액인 전국 7,317만원, 서울 9,173만원, 경기 6,174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각 아파트의 전국 및 지역PIR은 다음과 같다(통계청 및 KB자료).
서울은 지역 중위소득이 전국 평균보다 높기 때문에, 지역 PIR(B)보다 전국 PIR(A)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난다.특히 신천(B)과 개포(H)의 경우, 전국 평균 소득자가 진입하려면 서울 거주자보다 약 8~9년을 더 숨만 쉬고 모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서울 상급지가 이미 전국적인 소득 수준과는 많이 괴리되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경기도 일부 지역은 전국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보다 지역 가구 소득 통계가 낮게 잡히는 경향이 있어, 지역 PIR(B)이 더 높게 나타난다. 광교(F)의 경우 지역 PIR이 28.7배로, 수치상으로는 서울 마포(25.1배)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내 집 마련의 고통이 더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강남·송파·마포(B, E, H)의 경우 PIR 30~43배로 대한민국 평균 소득을 가진 가구가 숨만 쉬고 소득을 31년에서 최대 44년 동안 모아야 살 수 있는 가격대이다.
서울 핵심지는 이미 일반적인 근로 소득자의 구매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 있으며, 자산 증여나 고액의 대출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신천동(B)과 개포동(H)은 40배를 넘겨 역대 최고 수준이다
노원 상계동(C)은 PIR 7.4배로 가장 낮지만, 과거 '중산층 진입의 교두보'였던 서울 외곽 지역조차 이제는 전국 평균 가구가 7년 이상을 꼬박 모아야 하는 수준이 되었다.
2025년 말 현재, 집값 시세는 전체 국민의 '평균 소득'과는 더 이상 상관관계가 없음이 명확해졌다. 핵심 지역(B, E, H)은 특정 고소득층이나 자산가들 사이의 리그로 굳어졌으며, 전국 평균 소득 가구에게 서울 주요 단지는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러한 높은 PIR 수치는 향후 금리 인상이나 경기 침체 시 가계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정부가 2025년에 내놓은 6.27, 9.7, 10.15 대책들이 결과적으로 가격을 더 밀어올려 PIR 지수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쯤되면 부동산대책이 효력을 발휘하는 곳은 집값이 한 번도 올라본 적이 없는 동네이다. 집값 안정대책은 정말로 방법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없는 것이 대책일까.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