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마트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쇼핑하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DB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일수록 명함이 화려하다. 반면에 실제 힘을 가진 사람들의 명함은 단출하다. 이름 하나, 직책 하나로 모든 게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명함과 비슷하게 조직의 구성이다. 잘 나가는 조직일수록 지휘체계가 단출하고 명확하다. 반면에 뭔가 잘 나가지 못하는 조직, 뭔가 숨기고 싶은 조직은 지휘체계가 매우 복잡하다. 도무지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이며, 그 명칭도 헷갈리게 만들어져 있다.
특히 서양보다 동양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다. 서양은 직위와 그 직위가 갖는 힘이 대부분 일치하도록 하는데 비해, 동양은 직위와 그 직위가 갖는 힘이 차이가 날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동양권에서는 '실세'라는 말과 '정권 2인자'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예컨대, 중국의 덩샤오핑은 평생 국가주석을 지낸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최고지도자, 혹은 최고실권자'로 불렸고, 실제로 그렇게 힘을 발휘했다. 일본에서 과거 가네마루 신이라는 정치인이 있었는데, 그는 총리는 하지 못했어도 '막후 실세, 최고 실세'로 불리며 일본 정계를 주물렀다.
윤석열정부에는 김건희, 이재명정부에서는 김현지가 그렇게 불리고 있다. 요즘은 영어로 V0, V2 등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떤가? 대한민국도 대외적인 얼굴과 실세 얼굴이 다른 경우가 매우 많다. 재계 회장님들 가운데 아예 그룹의 공식 의사결정 과정에서 빠져있는 분들도 많다. 그러면서도 대주주로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른다. 쿠팡의 김범석 대주주도 '쿠팡의 정보 유출'에 관해 공식 결정라인에서 빠져있고, 아예 미국에 머물면서 들어올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권한은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전형적인 형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이재명정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물가책임관'이다. 물가가 뛰니까 이를 책임지라고 만든 직책인 모양인데, 그렇게 자리 만든다고 물가가 잡히면 아예 물가전담장관, 물가전담총리를 따로 두는 게 어떤가 싶다.
민생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어물쩍 사람만 둬서 나중에 문제가 되면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심산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 때 일은 김정일이 시켜 놓고, 나중에 박남기 같은 실무자만 처형된 게 생각난다. 중국에서 대약진운동 때도 일은 마오쩌둥이 시켜놓고, 나중에 류사오기 같은 사람이 책임을 뒤집어썼다. 대한민국이 좌파사회주의 이념에 물들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얼마 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자본주의 타도하자!"라는 구호도 울려 퍼졌다는데.
아무튼 이재명정부 들어서 환율상승, 물가상승, 집값상승, 금리상승의 '4고(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6개월만에 환율이 무려 9% 가까이 뛰었고, 집값 상승률은 19년만에 최고란다. 이때 피해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그 책임은 물가책임관이 져야 하나?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