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0여만명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 오는 12월 17일 국회가 쿠팡 청문회를 열 예정이지만, 과연 제대로 된 청문회가 될지 아니면 무늬만 청문회가 될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피해자인 상황에서 손해보상 관련 집단소송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 이번 청문회는 대단히 중요한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알맹이가 빠진 봐주기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인물들을 보면 윤석열 정권과의 유착 관계 쪽으로 몰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조국혁신당 및 문재인 정부 시절 연관 인물들이 불려 나오고 정작 의혹의 핵심인 이재명 정부와 연관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 보좌관 출신인 송 모씨와 김병기 원내대표 보좌관 출신인 이 모씨가 빠졌기 때문이다.
채택된 증인은 김범석 쿠팡Inc 의장, 박대준 전 대표, 강한승 전 대표, 민병기 정책협력실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해럴드 로저스 신임 대표 등이다.
가장 중요한 김범석 의장은 미국 국적자로서 미국에 머물러 있으면서 쿠팡Inc 의장을 맡고는 있지만 대표이사 직에 올라있지 않다는 이유로 참석을 하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 지분 8.4%로 소프트뱅크 15.9%에 이어 2대 주주이지만, 의결권 기준으로 74.3%를 가지고 있어서 절대적인 오너로서의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증인이 빠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꼬리자르기 의혹을 받으면서 사퇴한 박대준 전 대표와 신임 해럴드 로저스 대표는 허수아비 증인으로 보인다. 박대준 전 대표는 이미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별 말이 없을 것이고, 신임 해럴드 로저스 대표는 미국인으로 한국말을 모르는 상태에서 별로 소통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쿠팡 대표를 지낸 강한승 전 대표가 핵심 증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강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회 동기로서 막역한 술친구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을 받았고, 2021년 8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시절에는 강한승 쿠팡 대표의 부친인 강신옥 전 의원의 빈소를 찾아 강 대표를 조문하기도 했다.
강한승 대표가 쿠팡 재직 시절 본인과 윤 전 대통령 연관 검찰 및 법조인들이 다수 쿠팡으로 낙하산으로 떨어졌다. 강한승 대표는 2025년 6월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됨과 함께 대표 자리를 떠나 북미지역 사업총괄로 옮긴 후 3개월도 안 돼 회사를 떠났다.
강 대표 재임 기간 쿠팡은 회원들의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가격 인상을 하면서 결국 흑자로 돌아서는 가반을 만들었다. 그 외에도 독과점, 불공정거래, 잦은 근로자 사망, 퇴직금 부당 미지급, 정보유출 등 사태 등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큰 제재 없이 넘어갔다. 윤 정권과의 끈끈한 관계를 가진 대관의 힘이란 평가가 나왔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3비상계엄 이후로 쿠팡은 본격적으로 민주당 인사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이번 청문회에 불려 나오는 민병기 정책협력실 부사장과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은 과거 문재인 정권에서 보좌관을 한 인물들로서 이 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보좌관을 하다가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쿠팡으로 자리를 옮겨 대관업무를 하고있는 인물들이다.
조국혁신당이 범여권이기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는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한발 비껴있어서 질문과 답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고 쿠팡에 들어간 인물 중 핵심은 정청래 현 당 대표의 보좌관 송 모씨와 김병기 원내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이 모 변호사인데 이번 청문회 증인에서 빠졌다.
이들 두명의 핵심 보좌관 출신들이 쿠팡에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시점은 쿠팡의 이번 해킹사태의 한 가운데에서 급박하게 정부 및 국회와 소통할 필요성이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눈길이 간다.
쿠팡은 지난 6월 24일 처음 해킹이 시작됐는데 그동안 모르쇠로 있다가 11월 18일 제보에 따른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같은달 20일 4500명 정보노출을 인정한 후 9일이 지난 29일 3370여만명의 고객정보 유출을 인정한 바 있다. 이들 두 명의 보좌관이 쿠팡으로 들어간 시점은 바로 11월 중순으로서 연일 국회에서 쿠팡을 질타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월 16일 ‘관봉권 띠지 분실 및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에 대한 상설특검으로 안권섭 변호사를 임명한 시점과도 일치한다.
쿠팡이 송 전 보좌관 영입 후 정청래 대표의 태도도 변화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쿠팡을 향한 검찰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한 비판을 제기해왔는데, 근래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오히려 무혐의 처리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문지석 부장검사를 언급하며, 검찰개혁 당위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팡 대상 특검이 임명된 지 이틀 뒤인 18일에는 김병기 원내대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이 모 변호사가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과 함께 여의도 식당에서 2시간여에 걸쳐 점심식사를 했다는 내용이 밝혀져 쿠팡의 김 원내대표에 대한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메시지에는 상설특검 임명 하루 만에 상설특검 후보 추천 기관인 대한변협과 법사위 중진 의원이 수사 대상인 쿠팡의 임원과 오찬을 갖는 것에 대해 언론이 ‘부적절’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모 변호사는 쿠팡 임원을 지내다 최근 퇴직 의사를 밝혔고 오찬 자리에는 대한변협 정무이사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누가 봐도 쿠팡 특검 관련 청탁이 오가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빠른 속도로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점들을 정치권이나 사정기관 출신들을 영입해 로비스트로 활용하면서 위기를 넘기는 방식을 써왔는데, 이번 엄청난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일단 한계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오너인 김범석 의장도 미국인이라고 미국기업처럼 행동하는데,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한국기업인만큼 한국 법에 따라 한국인 정서를 반영한 경영을 해야하고, 한편으로는 정치권이나 사정기관도 향응 등을 받고 비리와 불법을 눈감아주는 행태를 이제는 멈춰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