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광주광역시의 광주대표도서관 현장 붕괴사고로 4명이 매몰돼 그 중 2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2명은 현재 매몰 위치 파악도 어려운 상태로 수색 중인데 시간이 갈수록 생존 가능성이 떨어져 대형참사가 우려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립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는 지난 2021년 6월에도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 철거 작업 중 건물이 무너져 건물 잔해가 도로에 있는 시내버스를 덮쳐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그 붕괴사고 발생 5개월여 만인 2022년 1월에는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구조물 붕괴로 작업자 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역시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이번 광주대표도서관 붕괴사고는 이미 예고된 사고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당초 이 공사는 광주의 유력 건설사인 영무토건의 자회사인 홍진건설이 충청도 건설사인 구일종합건설과 51%대 49%의 지분으로 공동시공하기로 하고 시공을 진행했지만, 초기 암반이 발견되는 등 공사 진행이 더뎠다. 그로 인해 준공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연장했는데, 그 사이 올해 6월 영무토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공사가 또 중단됐다.

3개월 공사 중단을 거쳐 올해 9월 구일종합건설이 홍진건설 지분까지 인수해 공사를 진행하던 중 3개월 만에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 공사는 2022년 착공해 당초 2024년 12월 준공예정이었지만, 시공 주관사인 홍진건설의 자금사정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2025년 5월로 준공시점이 연기됐다가 다시 2025년 12월 30일로 연기했지만 홍진건설 부도로 인해 내년 상반기로 다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반기를 마지노선으로 삼은 것은 내년 지방선거가 6월 3일이기 때문에 그 전에 준공 세러머니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공사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간에 주관 시공사가 부도가 나면서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구일종합건설이 지나치게 시공 속도를 낸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구일종합건설은 주로 토목건축공사업과 조경공사업 산업환경설비공사업 기계설비 및 가스공사업을 하는 건설사로서 물론 건축공사 경험도 있지만 토목과 산업설비를 주로 하는 기업이다.

아무래도 건축물 시공경험이 부족할 수 있고, 더군다나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예견하고 사전적으로 대처하는 노하우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광주지역의 배타적인 특성 역시 구일종합건설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는 외지 업체가 들어와서 일하기 매우 어려운 지역으로 유명하다. 기존 홍진건설의 경우 광주 토박이 건설사였기 때문에 대관을 비롯해 자재, 장비, 인력 등 관련 업체를 통솔하는데 별 문제가 없지만 구일종합건설은 충청남도 부여에 기반을 둔 건설사로서 광주에서 주관적으로 공사하는 데 한계가 분명했을 것이라고 지역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공법을 잘못 써서 사고가 났다는 진단도 나오지만 가장 중요한 사고 원인은 겨울철 콘크리트 양생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간을 무시하고 공기를 당기기 위해 졸속으로 레미콘 타설을 강행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현장은 지난 6월에도 현장소장인 A씨가 집중호우에 대비한 보양작업 중 추락해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1월 붕괴사고가 난 광주화정아파트 공사현장의 사고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2년 6명의 사망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화정아파트 공사현장 붕괴 역시 공기를 맞추려고 무리하게 레미콘 타설작업을 하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2022년 1월 11일 추위가 가장 심한 한겨울에 일어난 사고였는데, 레미콘 타설 작업 중 23층부터 38층까지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영하의 날씨에는 레미콘 타설을 중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온풍기를 틀어가며 억지로 타설 하다가 건축물이 붕괴한 것이다. 당시 현장 관계자는 “입주일정을 맞추기 위해 공기에 쫒기다 보니 윗선에서 현장을 많이 닦달하는 바람에 가장 기본적인 공정을 지키지 않고 속도를 낸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공사의 하청업체인 가현건설에 따르면, 겨울에 들어서는 11월부터 공기가 늦어진다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압박에 4~5일에 한층씩 레미콘 타설을 했다는 것이다. 날씨가 정상적인 경우에도 10일에 한층 꼴로 공사를 하는 것이 정상인데, 겨울철 낮은 온도에서 4~5일에 한층씩 올리는 것은 붕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청사의 재촉이 있다고 해도 콘크리트 붕괴가 뻔히 예견되는 상황 속에 공사를 강행한 것은 엄연히 의도적인 붕괴 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의 붕괴사고 대부분은 공기에 쫒기면서 졸속으로 공사를 강행하다가 일어난다. 특히 광주는 타지역 건설사들이 들어가 공사하기 매우 어려운 배타적인 문화가 강하다보니 내부 다툼이 심하고 그런 과정에서 공기를 까먹으면서 막판에 서두르면서 사고가 더 많이 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이나 구일종합건설 모두 외지 건설사들인 만큼 광주 업체들 입장에서는 남으로 간주되지 않을까 하는 지적 속에 사고의 가능성은 늘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 출신 한 전문가는 “광주는 일종의 갈라파고스같은 문화가 있어서 외부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이 상당해 외지 기업들이 들어와서 사업을 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로 돼있다”면서 “그렇다보니 발전도 더디고 대형 마트도 자리잡기 어려운 상황인데, 좀 더 개방적인 시민의식과 문화적 개선이 절실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