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뉴욕시장에 당선된 민주당 소속 조란 맘다니.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미국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의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번 뉴욕시장 선거는 트럼프 대 반트럼프의 대결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올해 34살의 인도계 무슬림(시아파)이며 우간다 출신의 이민자인 맘다니는 좌파 사회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 단체 소속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반트럼프 세력을 결집시켰고, 거기에 젊은층, 여성층 중심으로 몰리면서 2위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10%가 넘는 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에 함께 치른 뉴저지주와 버지니아주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모두 승리했다. 주지사와 함께 선거를 통해 뽑는 부지사, 법무장관, 교육위원장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싹쓸이했다.

특히 워싱턴과 인접한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는 기존의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었는데 이번에 민주당이 탈환해 민심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 버지니아주지사에 당선된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상원의원은 버지니아주 최초의 여성 주지사란 기록을 세웠다.

이번 미국의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딱 1년 만에 치러진 선거로서 그동안의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대한 평가의 의미를 갖는 한편, 딱 1년 후인 내년 11월 3일 치러지는 하원을 비롯한 상원 3분의 1을 바꾸는 중간선거의 방향타가 된다는 측면에서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정치지형 변화의 전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번 민주당의 완승으로 앞으로 관세와 이민단속 강화 등 트럼프의 주요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국민들의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인 민심이 확인된 만큼, 공화당 내에서도 내년 중간선거에서 당선을 노리는 사람들이 이제는 트럼프와 거리를 두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중간선거에서는 하원의원 435명 전체와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을 뽑는다. 현재는 공화당이 상하원 전체의 다수(상원 53명, 하원 220명)를 차지하고 있지만 내년 선거에서 패할 경우 트럼프 남은 2년의 임기는 사사건건 의회의 브레이크에 걸리게 된다.

이번 뉴욕 선거를 트럼프 대 반트럼프로 몰아간 장본인은 바로 트럼프 자신이었다. 트럼프는 대놓고 자신보다 45살 어린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면서 공격을 했고, 맘다니가 당선될 경우 정부 지원금을 한푼도 주지않겠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그러면서 전 뉴욕주지사로서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쿠오모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맘다니의 대승으로 나타났고, 트럼프 고향인 뉴욕의 민심은 반 트럼프로 돌아섰음을 보여줬다.

맘다니의 주요 공약은 다분히 트럼프 경제정책 실패를 파고들었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관세와 금리인하 등에 더해 확장재정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피해를 부각시킨 것이다. 그의 주요 3대 공약은 아파트 임대료 동결, 버스요금 무료, 시간당 임금 2배 인상 등으로 물가지옥 속에 사는 뉴욕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들을 내놓은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반응을 얻고있는 공약이 아파트 임대료 동결이다. 트럼프 정부가 국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모기지와 직접 관계가 생기면서 모기지 금리가 폭등하고 집값과 주택 임대료에 영향을 미치면서 서민 주거환경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서 민주당은 생활비 상승, 의료·교육비 부담 등 실질적인 생활 문제를 핵심 의제로 내세워 중도층과 청년층의 표심을 결집시켰다.

그런 반면 공화당은 MAGA를 입으로만 떠들면서 실제로는 글로벌 갈등으로 인해 미국 경제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트럼프와의 정치적 연계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이 이제 트럼프의 정치 프레임에 피로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는 “트럼프의 이름이 더 이상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실용적 진보를, 공화당은 탈트럼프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이번 선거결과 바로 직전에 나온 트럼프이 지지율은 37%로 임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CNN이 공개한 트럼프 지지율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7%에 불과했다. 트럼프 2기 들어 최저 지지율이고, 트럼프 1기 취임 1년차때의 지지율 39%보다 낮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63%였는데 2021년 트럼프 1기 퇴임 당시 부정평가 62%보다 1%p 높은 수치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셧다운에 대한 트럼프 책임이 80%, 경제상황 악화 72%, 대통령의 권한남용 61%, 외교적 손상 56%, 생활이 어렵다 47%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대통령에 당선한 트럼프가 오히려 미국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외교적으로도 이미지가 손상돼 위상을 떨어트렸다고 국민들은 평가한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트럼프는 투표용지에 ‘트럼프’란 표기가 돼있지 않아서 패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제 내년 중간선거와 관련 민심을 확인한 만큼 정책 전반의 궤도수정이 필요한 상황을 맞이했다.

맘다니의 당선은 트럼프 극우에 대한 반발력이 작용했다고 한마디로 평할 수 있겠다. 극우가 설치면 따라서 극좌가 함께 등장하게 돼있다. 반대로 극좌가 설치면 극우가 같은 반발력으로 힘을 얻는다.

다수당에 더해 행정부까지 장악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언론개혁 등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미국의 사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는 생물이어서 항상 움직인다고 정치인들은 입으로 늘 떠든다. 말로만 하지 말고 실제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정치를 생물로 인식하고 지나침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괴물은 반드시 괴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