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해서 주식 사라는 식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에서 재테크 관련 차관급들의 설화가 이어지면서 본질을 흐리는 ‘말조심’ 경고등이 켜졌다. 자칫 정책의 실제 목적과 의도를 왜곡시켜 시장에서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높아 입단속과 함께 인사 실패란 말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지난 4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은 라디오 시사프로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빚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우려되는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동안 빚투에 대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면서 “적정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시장 하락장에서 치명적인 것이 ‘빚투’인데 이를 조장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시장에서는 정부의 고위당국자가 할 말 치고는 너무 위험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빚투 장려 발언에 이어 자화자찬까지 늘어놨다.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넘어선 이유에 대해 시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정부의 기본정책과 상법개정 등 주주가치 보장 노력이 국내외에서 지지를 받게 됐다는 내용의 발언을 이어갔다.

권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향후 주가지수 5000포인트 이상 자신이 있으니 빚투에 인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권 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빚투는 안되고 주식 빚투는 된다는 거냐”는 반응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내놓은 세 번의 부동산 대책 중 6.27대책과 10.15대책은 강력한 수요억제책으로서 기본적으로 수도권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인 LTV가 70%에서 40%로 줄어들었고, 최대 6억원,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4억원, 25억원 이상은 2억원으로 묶어놨다.

부동산 대책 추진의 주무 책임자인 국토교통부 이상경 차관 역시 빚투 금지를 강력하게 막아놓은 10.15대책 관련해 한 유튜브 방송에 나가 “돈이 없으면 모아서 집값이 떨어졌을 때 사면 된다”는 식의 집장만이 요원해진 무주택자들의 염장을 지르는 발언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사퇴를 한 바 있다.

이 차관은 1년 여 전 성남에 30억여원 아파트를 갭투자 한 것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는데, 차관직을 사퇴하면서 직 대신 집을 선택했다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권대영 부위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한 것은 맞지만, 시장에서 주식은 빚투를 해도 되고 집은 빚투를 하면 안 되는 것이냐라고 지적하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개인 재산의 75% 이상이 부동산에 매여있어 OECD 가운데 가장 부동산 비중이 높은 나라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집값이 국민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정책이 주택정책이 돼있다. 우리나라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생산성이 없는 자산에 국민 재산의 대부분이 잠겨있으면서 자본시장을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강남의 아파트는 국민평형 규모가 30억원을 훌쩍 넘기고 인기 지역은 5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집 한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수십억원의 자산가지만, 부동산의 특성상 부가가치로 연결이 되지 않으면서 엄청난 자산이 묶여있는 구조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의 50억원은 주가와 함께 기업가치를 올리면서 자본시장을 강하게 만들고 기업의 성장을 돕는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국민 자산의 구조를 현재 부동산 중심에서 금융 및 자본시장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같은 돈이라도 어디에 들어있느냐에 따라 돈의 역할은 극명하게 갈린다. 증권시장 속에서는 살아 움직여 새로운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데 반해 콘크리트 속에 묶여서 숨만 쉬게 하면 집값 오르는 재미에만 빠지는 고인물 경제를 만든다.

증권시장 활성화를 통해 자본시장의 건정성을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구상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도 시도했다. 지난해 9월 24일 금융감독원은 밸류업 지수 100 종목을 선정 발표해 코리안 프리미엄을 위한 정책을 펼친 바 있다. 별 성과는 없었지만, 기업들이 밸류업 지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당 등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갖는 불안정함의 대표적인 이유는 기업들의 주주가치를 무시하는 정책 때문이었는데 정부는 주주환원을 비롯해 주식시장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대안을 만들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주식시장을 앞에 두고 주무 부위원장이란 사람이 자화자찬에, 빚투 조장 발언을 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이 발언으로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안정을 노리고 있는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결국 주택에 대한 ‘영끌 빚투’와 같은 반열에 올라가게 된 것이다.

당나라 말기에 풍도(馮道)란 사람이 쓴 설시(舌詩)에 나오는 말로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 安身處處牢(안신처처뢰)란 말이 있다.

“입은 곧 재앙의 문이오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란 뜻이다.

나라의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이 유튜브나 라디오방송에 나가 공식적인 정책 발표도 아니고 정책에 대한 꼭 필요한 보완 설명도 아닌 연예인 팬서비스 하는 듯한 발언을 왜 하는지를 모르겠다. 그런 방송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말 몇 마디로 정부의 정책이 오염되고 훼손돼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을 늘 봐왔다. 지금까지 보면 이재명 정부도 구시화지문으로 인한 고생을 많이 할 것 같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