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할로윈데이에 백악관을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백악관

미국 트럼프가 짠 내년도 미국 행정부 예산안이 상원에서 35일째 통과가 되지 못하면서 행정부 예산 셧다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 전 35일 셧다운 역시 트럼프 1기 시절 있었기 때문에 트러블 메이커 트럼프의 명성을 다시 한번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셧다운의 여파는 미국 전체를 흔들고 있지만, 여전히 트럼프와 민주당 간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파장은 미국 경제 전체를 흔들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놓고 트럼프와 민주당 간의 싸움은 내년 11월에 있을 선거를 두고 펼치는 기싸움이기 때문에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더 큰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는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의 예산 회계연도는 10월 1일부터인데 2026년 예산이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행정서비스 전반이 마비가 된 것이다. 이미 미 정부의 각종 경제지표도 한달 여 발표가 중지되면서 연준의 금리정책이나 통화정책 모두 깜깜이 정보를 가지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

연준의 금리정책은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지수, 고용지표 등을 바탕으로 결정하는데 이러한 경제 지수들 발표가 한달 여 중단된 상황이다.

셧다운으로 인해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다보니 공무원들이 대거 휴가에 들어가면서 항공 운송도 셧다운 위기를 맞고 있다.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만약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모든 공역(air space)을 닫을 것"이라며 "사람들의 (항공편을 통한) 이동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당수 항공관제사가 휴업에 들어가면서 항공관제시스템 리스크가 커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재 근무하는 항공관제사 1만3000명은 필수 근무 인력으로 분류돼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목표 인력 규모보다 3500명 정도 부족한 실정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다수 관제사가 초과 근무나 주6일 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델타,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 아메리칸 등 미국의 주요 항공사와 전미항공관제사협회는 의회에 셧다운을 끝내기 위한 임시예산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행정부 예산이 떨어지다 보니 11월부터 저소득층에 지급되는 'SNAP 카드' 보조금 입금이 중단되는사태가 벌어지면서 밑바닥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일명 푸드 스탬프(Food Stamp)로 불리는 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 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의 보조금이 이달 1일부터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관련 예산이 고갈됐기 때문인데, 법원이 현재 남은 예산을 전용해서라도 일단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일부 지급에 나서고 있지만, 곧 예산 고갈로 지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저소득층 가구에 식료품 구입비를 보조하는 SNAP 대상자는 약 4200만명으로 미국인 8명 중 1명 꼴에 해당된다. 연간 예산은 100억달러인데 1인당 약 250~300달러로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금액이다.

이로 인해 서민 민심이 급격히 움직이고 있고, 이를 두고 트럼프는 민주당이 예산을 통과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고, 민주당은 트럼프가 2026년 예산에서 오바마케어를 없애면서 서민 의료시스템이 붕괴돼 예산을 통과시켜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와 민주당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민심은 서서히 트럼프로부터 돌아서고 있는 분위기다. 기본적으로 내년 예산에서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없애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2100만명 저소득층의 의료혜택이 없어진 데 더해서 푸드 스탬프까지 지급이 되지 않으면서 서민을 외면하는 대통령이란 비난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트럼프 1기때도 35일간 셧다운을 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트럼프가 항복한 결정적인 이유가 푸드 스탬프 지급 중지였기 때문에 이번 사태 역시 서민들의 반발로 인해 머지않아 트럼프가 조정안을 들고 의회와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트럼프의 속내는 내년 11월에 실시되는 대통령 신임투표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 민주당의 지지세력인 서민층을 위한 예산을 뺏어서 자신의 지지기반인 제조업 및 농업이 주력인 지역을 위해 사용하려는 것인데, 이를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끝까지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원도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상원에서 60%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반대로 통과가 안되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3분의 1 그리고 36개의 주지사와 3개 준 주의 주지사를 뽑는다. 만일 트럼프가 패배를 해서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깨질 경우 트럼프 1기때와 같이 본인의 뜻을 마음대로 펼치지 못하면서 자신의 비즈니스에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민들의 배고품으로부터 시작되는 민심 이반은 결국 트럼프를 한발 물러서게 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의 관세전쟁에서도 밀리고 있는 트럼프가 국내에서도 민주당에게 기싸움에서 밀릴 경우 내년 중간선거에서 이긴다는 장담을 할 수 없고, 중간선거에서 질 경우 조기 레임덕으로 인해 다음 정권은 민주당에게 내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질풍노도의 종착역이 보이는 듯 하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