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이 대통령이 4일 2026년 정부 예산 관련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가장 빨리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 예산 대비 8.1% 늘어난 728조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해 국회에서의 예산안 심사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방정부들 역시 확대재정예산을 짜고 있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예산안 편성을 둘러싼 지방선거전이 시작된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의 ‘IMF 재정점검보고서’ 10월호에 따르면, 한국의 2025년 일반재정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3.4%로서 비기축통화국 선진 11개국 가운데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부채비율 기준으로는 싱가폴(175.6%), 이스라엘(69.2%) 다음으로 3위이지만, 싱가폴은 정부부채 대부분이 정부투자펀드를 위한 채권발행이기 때문에 국부펀드를 포함할 경우 순부채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통화협정으로 실질적으로는 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비교대상 밖이다.
내년도 예산이 올해 대비 54조7000억원 늘어나 728조가 된 대 반해 총수입은 올해 651조6000억원에서 22조6000억원 늘어난 674조2000억원이다. 부족한 53조8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만큼 정부부채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이재명 정부가 처음 편성하는 2026년 예산에서 가장 많이 늘어나는 분야는 R&D분야로 19.3% 늘어난 35조3000억원이다. 다음으로는 14.7% 늘어난 산업·중소기업·에너지로 32조3000억원, 이어서 일반·지방행정 9.4%(121조1000억원), 외교·통일 9.1%(7조원), 문화·체육·관광 8.8%(9조6000억원), 공공질서·안전 8.8%(27조2000억원), 보건·복지·고용 8.2%(269조1000억원), 국방 8.2%(66조3000억원), SOC 7.9%(27조5000억원), 농림·수산·식품 7.7%(27조9000억원), 환경 7.7%(14조원), 교육 1.4%(99조8000억원) 등 순이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 심의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시정연설을 하는데,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쟁점이 상당히 있어 앞으로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주요 쟁점 항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이 올해보다 1조9408억원 늘어난 23조3627억원이 편성됐다. 노인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초연금 예산은 해마다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20% 감액하던 것을 폐지할 경우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 내년 지방선거용 퍼주기 예산이라고 공격하고 있는 항목은 기초연금 증액 외에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연구개발(R&D), 아동수당, 농어촌 기본소득, 국민성장펀드, 특수활동비 등을 들 수 있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내년 예산안에 1조원 넘게 책정돼 올해 국회 예산 심사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본소득 시리즈 중 하나인 농어촌 기본소득도 야당이 삭감을 벼르고 있다. 아동수당도 정부·여당은 이 대통령 공약 사업이라는 점에서 2030년까지 1세씩 지급 연령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삭감을 주장한다.
특수활동비 복원을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작년 예산 심사 때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대통령실 특활비를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올해 정부는 작년 정부안과 동일하게 83억원을 대통령실 특활비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권 교체 이후 입장이 바뀐 것이어서 야당에서 ‘내로남불’이란 비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확장예산에 더해 수도권 지방정부 역시 공격적인 예산을 편성했다.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서 누가 당선될 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의회에서는 대놓고 예산을 깎기 애매해 수도권 지방정부 예산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서울시의회에 2026년도 예산안을 제출한 서울시의 예산안은 올해보다 7% 늘어난 51조5060억원으로 책정했다. 시교육청과 25개 자치구 지원예산을 뺀 정책 사업비는 전년 대비 5.7% 증가한 28조7683억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행’, ‘안전’, ‘매력’ 3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확장예산을 편성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주요 항목별 예산은 생계·의료·교육·주거 등 4대급여와 저소득층 급식 지원과 공공일자리, 산모ㅢ산후조리, 정장년·시니어 취업, 신혼부부 주거지원 등에 16조6686억원을 투입하고, 시민 안전, 노후 상·하수도 정비, K-패스 등 예산으로 4조3663억원을 편성했다. 여기에 시민 건강관리를 위해 2조617억원 외에도 미래산업 R&D, 남산 곤돌라,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등을 위한 예산도 편성했다.
서울시는 올해 정부의 민생 회복 소비 쿠폰 등 국고보조 사업으로 인해 채무가 불어났으나 그 이상은 늘리지 않아, 내년도 채무는 올 연말 전망치와 같은 11조6518억원으로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2026년 예산안을 발표한 경기도 역시 올해보다 3.1% 늘어난 39조9046억원을 편성했다.
주요 항목으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1194억원, 어린이·청소년·어르신 교통비 지원에 7706억원,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1382억원, 맞춤형 아이돌봄과 도민 안전에 1조3927억원, SOC에 6560억원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11월 4일 인천광역시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인천광역시는 올해 14조9430억원보다 2.5%(3699억원) 늘어난 15조3129억원을 편성했다.
지방세 및 세외수입 등 자체수입은 올해보다 5.3% 감소하였으나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 등이 8.6% 증가하며 전체 예산 규모가 확대됐다.
내년 예산과 관련해서는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에서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도 많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특히 국가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대되면서 국가신용도 하락 리스크까지 불거질 가능성이 생겼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채는 정부부채가 1300조원, 기업부채 2600조원, 가계부채 2200조원으로 총 6100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연간 GDP인 2200~2300조원의 2.5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는 비기축통화국의 경우 정부부채 규모가 GDP의 60%에 이르는 시점부터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게 될 내년부터 부채관리가 중요한 정책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에 대한 3500억달러 투자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다 여전히 상호관세 15%를 물게 되는 등 무역과 외환리스크까지 있는 가운데, 부채비율이 자꾸 올라가게 되면 한국에 대한 글로벌 신용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경기 불안이 나타날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정부가 이러한 부분을 면밀히 따져보고 예산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