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지난 30일 국정감사 기간 중에 국회에서 진행된 딸 결혼식과 관련 사과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국정감사 얘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지만 현재 국회의원들이 한참 오판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 한마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 국회의원들은 필요할 때는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고 하고는 국민 대부분이 아는 얘기지만 정말 국민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 갈수록 태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그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이제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전문성은 고사하고 상식은 엿이나 바꿔먹었는지 말을 해도 어떻게 꼭 저질스러운 말만 용케 찾아내서 떠들어대고 있다.

그러니 제대로 생각이 박힌 사람들이 국정감사장에 나오라고 하면 나갈 생각이 들겠나? 그래 놓고는 불출석 한다고 뒷말 또한 거르지 않고 있다.

이번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는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JYP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참고인으로 나오도록 돼있었다. 그러나 지난 29일 당일날 박 위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K팝 아티스트 프로젝트 업무 및 프로듀싱 작업으로 인해 국감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감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대중문화교류위원회’ 현안 관련 질의를 받고, K컬처 300조원 시대를 맞이해 향후 주요 행사 계획을 밝히도록 돼있었지만 업무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의원들은 아쉬움을 표하며 박 위원장이 야당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핑계를 대고 참석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앞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대중문화예술교류위원회 출범 과정을 두고 “‘원데이 행정’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통상 5~7개월이 걸리는 대통령령 제정 절차를 불과 22일 만에 처리했다”며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 기간 40일 이상을 무시하고 10일 만에 마무리한 것은 행정의 기본을 무너뜨린 명백한 법 위반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은 박 위원장을 국감장에 세워놓고 이런 질문을 하면서 호통을 칠 생각이었던 것이다. 박 위원장이 스스로 입법을 서둘러 대중문화예술교류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아니고, 진행 과정에 참여한 것도 아닌데 그를 불러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의 폼 나는 모습을 보이려다 박 위원장 불참으로 무산이 된 것이다.

박진영 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 글로벌 한류의 길을 연 마이다스의 손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K-팝으로 시작된 한류는 K-푸드, K-뷰티, K-패션으로 번지면서 K-컨텐츠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했다. 세계인이 인정하고 존경하는 박진영 JYP 대표를 데려다 정쟁의 징검다리로 삼으려 했던 국회의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인 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올해의 국감장은 시작부터 사냥을 위한 먹잇감 찾기에 혈안이 됐다. 모든 상임위가 그랬는데, 특히 법사위와 방통위는 시작부터 과정 전체가 뒤죽박죽이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열거할 필요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인신 비하성 ‘꽥꽥이’, “서팔계’란 별명이 오가면서 뒷골목 철없는 애들 싸움에나 나올법한 말들이 난무했고, 최민희 방통위원장 딸의 국정감사 기간 내에서의 결혼 관련해서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패러디 한 ‘돈 헤는 밤’이란 시까지 등장했다.

출석한 참고인이나 증인을 대상으로는 죄인 다루듯이 호통만 치고 답변은 듣지도 않고 바보를 만들기 일쑤였다.

그런 국감 분위기를 누가 겪고 싶겠는가. 더구나 박진영 JYP 대표 입장에서 시간이 금인데 그런 자리가 국민을 위한 자리도 아니고 말 그대로 국회의원들 폼 잡기 위한 자리에 희생양인 걸 뻔히 알면서 참석을 하겠는가?

방송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역시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는데, 그림이 뻔히 그려지니 그랬을 것이다.

정작 필요한 참고인이나 증인은 어떤 이유에서 부르지 않았는지도 따져 묻고 싶다. 우리나라 5대 시중은행은 온갖 횡령과 부당대출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우리은행은 전임 손태승 회장의 처남이 700억여원의 부당대출을 해갔는데, 손 전 회장 재임시는 물론 현재 임종룡 회장 임기 중에도 부당대출을 해갔지만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금융그룹은 김건희 집사게이트인 IMS모빌리티에 30억원을 부당 투자해 수사대상에 올라있지만 이 역시 국감에서 건들지도 않고 있다. 그 외의 금융그룹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이번 국회는 어떤 이유에선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등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모두 열외시켜줬다.

지난 수년간 제빵공장에서 잊을만하면 근로자 사망사고를 내고도 개선이 안되고 있는 SPC삼립의 허영인 회장 역시 국감에 부르지 않았다. 허 회장은 현재 노동조합 탄압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받고 보석으로 나와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영업 담당 직원 100여 명이 국내 380여개의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의약품을 부당하게 사용하게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대웅제약의 윤재승 최고경영자(오너)도 국감 출석 명단에서 빠졌다.

우리금융그룹의 임종룡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말로는 엄격히 규제를 하겠다고 했지만 가지도 치지 못하고 넘어갔고, 허영인 회장의 SPC삼보와 대웅제약은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짙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감 때마다 매번 그랬지만, 힘이 없는 건설사 사장들만 단골 멤버로 불러다 족치기만 일쑤였다. 이번 국감에서도 10대 건설사 중 8명의 건설사 대표가 불려나와 있는 대로 망신을 당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 등 안전과 관련한 질타가 있었지만, 실제 이러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려면 지난 2월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현장 상판 붕괴로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중대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불렀어야 했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타한 올해만 5건의 중대사고에서 4명이 사망한 포스코이앤씨의 책임을 묻기 위해 장인회 포스코 회장이 증인으로 나와 대안을 내놨어야 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우리 국회는 정작 우리나라 사회가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금융비리 주범, 리베이트를 통한 거래질서 조장자, 반복적인 중대재해 책임자들은 모두 빼주고 만만한 조무래기들만 않혀 놓고 병정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형 기업들에는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임원과 팀을 두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대형 그룹들은 이를 담당하는 인원이 수백명에 달하고 예산은 무한대라고 한다.

국정감사도 먹이사슬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3류 맞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딸 결혼식 축의금 내역을 절대 밝히지 않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최 위원장은 절대로 밝히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 국회의 현주소이고 민낯이다. 그리고 국민은 역시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 맞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