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부동산대책 현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구잡이 식으로 규제지역을 묶은 10.15부동산대책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면서 부동산시장 문제점이 노출되기 앞서 집단 민원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 집값이 급등하는 중에도 집값이 수년째 움직이지 않은 지역이나 오히려 떨어진 지역까지 규제지역에 지정되다 보니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규제는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3중 장치로 한꺼번에 묶었는데, 이 상황에서는 자신의 집이지만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 된 만큼,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헌법 위배의 소지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집단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예상 밖으로 이번 규제지역에 포함된 경기도 의왕시는 시의원들이 공식적으로 나서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 관심을 끌고 있다.
의왕시의회의 무소속인 한채훈, 박현호 시의원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규제지역 지정에서 가격 상승이 정체된 남의왕까지 포함시킨 것은 연좌제적인 규제이며 성공한 적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의왕시의회의 한채훈, 박현호 시의원(왼쪽부터)이 16일 정부를 향해 고천, 오전, 부곡 지역을 부동산규제지역에서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의왕시의회
이들 두 의원은 “투기는 커녕 부동산 가격도 오르지 않으며 실거래수조차 적은 남의왕(고천동, 오전동, 부곡동)은 왜 제외하지 않았습니까? 옆 동네가 오를 것 같으니 함께 붙어있다는 이유로 함께 벌받는 사실상의 연좌제입니다. 집값은 오르지도 않는데 왜 규제는 강남급입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남양주 전역을 지정했다가 동별로 구분해 재지정한 사례가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의왕시 부동산 규제를 동별 상황을 고려해 면밀히 분석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현재까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잡는 척’만 하기로 효과없는 정책에 피해보는 이들은 무주택자와 실거주 1주택 소유자들이다”면서 정부에 대해 두 가지 요구사항을 내놨다.
“첫째, 이재명 정부는 지역 시장 상황을 면밀히 재분석하여 의왕시 규제지역 지정의 즉각적인 재검토 및 해제를 요구하며, 특히 고천동, 오전동, 부곡동 등 가격 하락 지역은 즉각 규제지역에서 제외할 것”
“둘째,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인 주택 공급에 집중해, 국민에게 벌을 주는 규제가 아닌, 서울지역 공급 대책을 즉각 제시하고, 의왕군포안산 3기신도시와 오전왕곡지구 개발사업을 신속히 진행할 것” 등이다
집값이 별로 움직이지 않은 안양시 동안구(평촌신도시) 주민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과천 집값이 급등한 데 반해 집값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는 평촌의 주민들은 어리둥절해 있는 상황이다.
평촌의 주민인 김 모 씨는 “과거 2005~6년 버블세븐 지역에 포함되는 등 한때는 평촌 집값이 서울 핵심지역 수준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땅바닥을 기면서 서울과 격차가 벌어졌고, 특히 과천과는 집값이 두배나 차이 나는데 여기를 규제지역으로 묶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서울 집값과 전월세가가 높아 피난 오는 난민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들이 많을 것이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등 집값 소외지역에서는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등에 대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는 올해 9월 기준 2022년 12월보다 아파트값이 5.33% 하락했고, 강북구와 금천구도 같은 기간 3% 이상 떨어졌다. 이 외에도 관악구, 구로구, 노원구, 강서구, 중랑구 등 8개 구는 2022년 말에 비해 집값이 떨어진 상태다.
10.15부동산대책 발표 전에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을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지만, 이들 지역 주민들과 정치인들은 이들 지역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텃밭이라는 점을 들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규제지역에서 제외해 줄 것을 민주당에 요청해왔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지역까지 모두 이번 규제지역에 포함시키면서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경기도 12개 규제지역 외의 지역으로의 풍선효과 얘기가 벌써부터 돌고 있다. 의왕, 평촌, 수원보다 더 핫한 동탄신도시가 있는 경기도 화성과 서울 강남권에 가까운 구리시, 남양주시, 그리고 부천시와 김포시 등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장기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곳들까지 획일적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건 부동산 시장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10·15 대책으로 규제에 묶인 경기도 12개 지역 가운데, 의왕시는 3년 전에 비해 지금 아파트 가격이 15% 가까이 떨어져있고, 수원 장안도 같은 기간 9% 넘게 하락했고, 수원 팔달과 영통, 성남 중원도 8%대의 하락세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 실거주를 해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묶은 것은 누가 봐도 억지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서울 강남4구와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영등포구, 그리고 경기도 과천과 분당 등 수십퍼센트씩 오른 집값 급등지역과 오히려 떨어진 지역을 같은 규제로 묶은 것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결국 반발을 일으키면서 전체 부동산시장을 망가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그 불만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