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산부가 타이레놀을 복용할 경우 태어난 아기가 자폐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하면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의약품 시장 공격에 나서 제약·바이오 업계를 긴장시키고, 의약품에 대한 신뢰에 찬물을 끼얹어 파장이 일고 있다. 앞으로 이 파장이 어디까지 갈 지를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 배경에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이 백신을 포함해 의약품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가 이들의 결집을 노리고 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아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신 중인 여성이 타이레놀을 복용한 뒤 출산하면 아기의 자폐증 위험이 커진다면서 식품의약국(FDA)이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의약품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타이레놀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진통제로서 통증 관련해서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돼왔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백신 사용과 함께 통증을 완화시키는 중요한 약으로 전 세계 백신 사용자들이 복용한 약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이 발언은 심각한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FDA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면서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열이 발생할 경우 외에는 복용을 삼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4월 로버트 F, 케네디 보건부 장관이 자폐증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보건부가 "대규모 검사 및 연구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힌 이후 나온 것이고, 이번 달 종합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어서 어느 정도 유해성이 밝혀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타이레놀 제조사인 켄뷰는 “독립적이고 건전한 과학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지만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확실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타이레놀이 태아 자폐증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 발언은 분명 정치적인 속셈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취임 8개월 만에 긍정평가가 처음 40% 아래로 내려간 39%로 나왔다. 부정평가는 57%로 올라갔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은 전통적으로 보수당인 공화당 지지자들이 백신 등 의약품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6월 미국 갤럽의 조사결과를 보면, 공화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보수성향의 백인이면서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의 상당수가 백신접종에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갤럽 조사결과 미국인 전체의 26%가 백신 접종에 반대했는데, 그들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자들로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46%가 반대했고, 45%는 과학적 근거를 인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민주당 지자자들의 6%만이 백신 투여를 거부했고 79%는 과학적인 근거를 인정해 백신 투여에 찬성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미국 국민의 26%가 백신 투약을 거부하는데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세력이라는 것이 바로 현재 트럼프가 타이레놀 부작용을 주장하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즉 백신을 포함해 약을 투약해 병을 예방하는 것을 반대하는 백인 및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공화당 지지자들을 더욱 결집시키기 위해 타이레놀 부작용 가능성을 부각시키면서 자신의 지지세력을 한데 모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공화당의 백신 등 의약품 의존 문화 배격의 영향으로 2021년 당시 백신 투약을 강요한 미국 인디애나대, 코네티컷대, 메사추세츠대 등 명문 주립대들이 학생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2017년 퓨리처센터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화당 지지 기반인 백인 복음주의자 22%는 어린이에게 홍역, 볼거리, 풍진 예방접종을 반대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와있다.

문제는 이러한 백신이나 의약품 불신으로 인한 부작용보다 이러한 국민 감정을 정치에 이용하는 정치인 트럼프의 속셈이다.

본인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관세협상 등 보호무역에 기반을 둔 무역협상과 관련 중국, 인도 등 여러 나라들과 엇박자가 나고, 내부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으면서 내년 예산안마저 국회에서 제동이 걸리자 탈출구를 찾는 차원에서 지지세력 결집과 함께 반대세력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백신 의무화 정책에 대해 공화당 지지자들은 “접종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며 정부의 개입에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소아 백신 의무화 폐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젊은 층과 농촌 거주자 등에서 백신 거부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보수 국민들 정서에 ‘타이레놀’을 가지고 불을 지핀 것이다.

트럼프가 얼마나 다급했으면 지지세력 회복을 위해 국민 건강을 볼모로 삼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정도면 트럼프는 취임 8개월 만에 리더십의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트럼프의 발언 속에는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의약 질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만일 부작용이 과학적으로 입증 됐다면 당연히 공식적으로 발표를 해 알리고 제재를 하는 것은 맞지만, 만일 단순 의혹만을 가지고 이러한 큰 일을 저질렀다면 이는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이레놀 부작용 문제점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도 문제다. 이것은 분명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정부 부처가 의약 전문가들이 정확한 과학적 검증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데 비전문가인 대통령이 이러한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것은 너무나도 이해를 할 수 없다.

트럼프가 정치 능력의 한계점에 점차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