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캠페인 광고

롯데카드의 해킹 사태로 인해 롯데그룹이 이번 사태로 인한 그룹의 브랜드 가치 훼손이 심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과연 롯데그룹은 이번 롯데카드 사태에 책임이 없는 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해킹사태는 297만명에 달하는 롯데카드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그 중 28만명은 비밀번호까지 유출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어떤 피해가 더 발생할 지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대단히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이 금산분리 기준에 따라 롯데지주가 가지고 있던 79.83% 중 59.83%는 MBK파트너스(MBK)에, 20%는 우리은행에 매각하고, 현재 롯데쇼핑이 가지고 있는 지분 20%만 소유하고 있다.

현재 지분 구조상으로는 MBK가 최대주주이고, 롯데카드의 조좌진 대표를 포함해 대부분 경영진이 MBK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서 롯데카드 해킹을 비롯한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MBK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배경으로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나서서 이번 사태로 인해 롯데그룹이 브랜드 가치 훼손 등 피해를 보게 된 것에 대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롯데그룹은 21일 “이번 해킹사태로 인해 고객의 오해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이 심각하다”면서 공개적으로 롯데카드 측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달하면서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나서 과연 롯데그룹의 그러한 태도가 맞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단 대주주는 MBK지만 롯데쇼핑은 현재 롯데카드의 20% 지분을 가진 전략적투자자로서 총 9명의 이사회 중 1명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카드 이사회는 조좌진 표이사 외에 MBK측 기타비상무이사 2명, 롯데쇼핑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과 5명의 사외이사 등 총 9명으로 구성돼있다.

우리은행 역시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단순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에서는 빠져있다.

즉 롯데쇼핑은 롯데카드의 대주주가 아니더라도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고, 롯데카드의 IT예산 대비 보안투자 비중이 12%에서 8%로 줄어든 것과 관련해서도 관여를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롯데쇼핑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인 예산 집행에 관한 의사결정에 속속들이 참견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사태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 보도자료까지 낸 것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롯데카드는 롯데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신 롯데홀딩스에 연간 100억원 이상의 브랜드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15%를 브랜드사용료로 받고 있다.

거액의 브랜드사용료를 챙기면서 브랜드가치가 훼손됐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는 것이 과연 옳은 지를 두고도 지나친 처신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부분은 롯데카드 가입자들 대부분은 롯데카드가 롯데와 연계돼있다는 생각으로 롯데의 안정성과 믿음이 롯데카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국내 1, 2위를 다투는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와 역시 국내 1, 2위를 다투는 롯데백화점에서 롯데카드 회원으로서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롯데카드의 대주주는 MBK와 MBK에서 파견된 경영진이고 이번 사태의 전적인 책임은 이들 경영라인에 있지만,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해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연간 100억원 이상의 브랜드 사용료를 챙기면서, 롯데쇼핑(백화점, 마트)의 영업체계를 공유하는 입장에서 완전히 오리발을 내미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롯데그룹이 케미칼 발 어려움에 처해 그룹의 자존심인 롯데월드타워까지 금융기관에 담보로 들어가있다 보니 이번 사태로 인해 이미지가 더욱 훼손될까 우려되는 점은 이해되지만, 그럴수록 변명과 책임 회피보다는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고 고객 보호에 정성을 쏟아야 할 필요가 있다.

롯데카드의 경우는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와 밀접하게 연계돼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별도로 분리해 생각하기 쉽지 않은 구조로 돼있다. 아무리 대주주가 MBK라고 해도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롯데카드의 브랜드가치 훼손이 롯데그룹 이미지 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시적으로 브랜드 관리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한 브랜드 전문가는 “이번 롯데카드 해킹사고의 여파는 실로 롯데그룹의 이미지 손실로 연결될 수 있지만, 이는 엄연히 금융시스템의 문제인 점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고 롯데그룹의 이미지 훼손 정도가 심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롯데그룹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롯데카드 이미지 회복에 힘을 보태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 될 것이다”고 짚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