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의 이어지는 사망사고에 이은 정부의 건설업면허 취소 검토로 건설업계 전반은 물론이고 산업계 전체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휴가 중임에도 이례적으로 포스코이앤씨의 건설업면허 취소와 입찰자격 박탈 방안 등을 찾아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만큼, 오는 월요일 휴가에서 돌아오는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올해들어 5명의 사망사고를 냈다면서, 이 정도로 반복이 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 아니냐고 질타했다.
대통령의 멘트에서 회사명은 포스코이앤씨였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대통령이 지명한 회사는 포스코이앤씨를 넘어 포스코그룹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이 지적한 시기인 7월 29일까지 포스코이앤씨는 4건의 사고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나머지 하나는 지난 7월 14일 전남 광양제철소 소결공장에서 상부 집진기 철거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추락사 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회사 구분 못하고 4명 사망한 포스코이앤씨의 사고 숫자에 포스코의 사고 숫자를 더해서 표현할 리는 없어 보인다.
결국 이번에 대통령이 문제를 삼은 것은 포스코이앤씨 사고의 심각성도 중요하지만, 포스코그룹 전체의 안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고 장인화 회장의 리더십을 공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해법은 포스코이앤씨의 건설면허 반납이 아닌, 장인화 회장의 책임지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장 회장 본인은 책임과는 관계 없다는 듯이 한발 뒤로 물러나 포스코이앤씨의 사장을 정희민에서 송치영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면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이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이앤씨의 건설업면허 취소 방안을 검토하라는 특단의 지시를 내린 것은 장 회장의 이러한 태도 때문이 아닐까?
만일 대통령 칼 끝이 포스코이앤씨와 정희민 사장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서둘러 사장까지 교체한 시점에 휴가 중인 상황에서 건설업면허 취소와 입찰제한 등의 강력한 지시를 내릴 리가 없었을 것이다. 추가로 점검할 내용이 있었다면 휴가 복귀 후에 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대통령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란 날선 비난을 하자, 이틀 뒤 서둘러 ‘그룹안전특별진단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팀장에 송치영 포스코엠텍 대표를 선임한 것이 전부였다.
그것마저도 회사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발표하는 바람에, 노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안전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으면서 노조로부터 보여 주기식 땜질 대책이란 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장인화 회장은 이번 포스코의 일련의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기업의 잘못은 각자 사장들이 알아서 해결하고, 사과하고, 칼을 맞으면 되고,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번째로 근로자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찾은 SPC삼립의 허영인 회장은 2년전 공장 근로자가 사망하자, 머리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후에도 공장 사망 사고는 계속 이어졌지만, 회장이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해 DL이앤씨 이해욱 회장은 연간 7명의 사망사고가 난 것과 관련 이례적으로 회장 명의의 사과광고를 언론에 게재하고, 국회에 출석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후 DL이앤씨의 사망사고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2022년 연속으로 광주 아파트 현장 붕괴로 6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그룹의 회장 직은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포스코의 사망사고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일종의 살인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장인화 회장 본인 사과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고 있다.
만일 전임 정권이 앉혀준 자리이다 보니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사과 잘못했다가 옷 벗으란 요구가 나올까 두려움을 느꼈다면, 이 자체로 그는 조직 수장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2014년 299명의 사망자와 5명의 실종자를 낸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생명은 아랑곳 하지 않고 본인의 목숨만 챙긴 이준석 선장과 과연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엄청나게 큰 구멍이 뚫린 포스코의 안전시스템에 대한 책임이 어떻게 계열사들의 책임자와 경영자들에게만 있을까?
포스코이앤씨가 이번 사태로 건설업 면허를 박탈당한다면, 생명존중의 정신을 이 사회에 널리 확산시키고 경계감을 높이는 계기는 되겠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쩌면 장 회장이 책임 지고 물러나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문을 닫으면서 책임을 지는 것과 장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지는 장삼이사도 답을 낼 것이다. 포스코이앤씨가 건설업면허를 반납하게 된다면, 장 회장도 회장직을 당연히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 회장 사퇴의 최적의 시점은 돌이켜보면 지난 5일 정희민 사장이 사퇴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당시 장 회장이 사퇴를 했다면, 6일 대통령의 포스코이앤씨 면허취소 검토 지시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리면, 항상 본전을 잃는 것이 이치다. 욕심 끝에 게도 구럭도 다 놓친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지금이라도 욕심을 버리면 본전은 찾을 것이고, 구럭은 건질 것이다.
어느 경우에도 골든타임은 있는데, 골든타임을 놓치면 진짜 게도 구럭도 다 놓친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