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포스코이앤씨 송치영 신임 사장이 광명-서울고속도로 현장을 찾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업 면허 취소방안을 찾아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나오면서, 1997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면허를 취소당한 동아건설 이후 28년 만에 면허취소 건설사가 나타날 지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6일 휴가중임에도 불구하고 4일 포스코이앤씨의 광명-서울고속도로 현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근로자 의식불명 사고에 이어, 다음날인 5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스코이앤씨 대표를 교체하자마자 '면허취소'까지 언급하면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휴가가 끝나고 업무에 정상 복귀해서 지시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을 굳이 휴가 중에 내린 지시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일련의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 포스코그룹이 대표이사 교체 정도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에 더욱 화가 난 것으로 보이고, 그룹 차원에서 장인화 회장이 책임을 지는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장인화 회장은 윤석역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으로, 지난해 3월 취임해 임기가 내년 말까지 남아있지만, 그동안 포스코그룹의 실적이 형편없이 나빠졌고, 취임 이후 중점적으로 투자한 이차전지 등 사업들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 그룹을 재무적으로 어렵게 만든 책임이 있다. 여기에 제철소를 비롯해 특히 포스코이앤씨의 잇따른 사망사고는 단순히 포스코이앤씨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포스코이앤씨의 잇딴 사망사고에서, 일반적으로 다른 기업의 경우 그룹회장이 나서서 대국민 사과도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장 회장은 뒤로 빠지고 포스코이앤씨 사장만 앞세워 사과하게 하고, 사장 교체로 면피 행위를 이어가는 모습을 두고 자리에만 연연하는 모습이란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다음 주 휴가에서 돌아와 강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장 회장이 서둘러 포스코이앤씨 대표 교체 카드를 꺼냈지만, 이것이 오히려 대통령에게는 확실히 면피하는 모습으로 비춰졌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자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정부부처들이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에 대한 검토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의 지시대로 면허취소 요건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법으로 정한 요건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그동안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온 관계부처들과 건설사들 간의 유착이 있기 때문이고, 법적으로 이의제기나 소송 등을 통해 시간을 몇 년씩 끌면서 제재수위를 낮춰온 것이 건설업계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은 오랜 기간 건설사들과 관계를 맺어오면서 유착 고리가 형성됐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제재의 칼날을 무뎌지게 해 건설사들이 최악의 상황을 피해갈 수 있게 해줄 가능성이 높다.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제재 메시지를 내놓은 대통령과, 실무 부서 간에 온도차가 매우 큰 것이 현실인 것이다.
건설업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은 건설산업기본법 83조에서 정한 등록말소 조항을 들 수 있다.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경우인데, 포스코이앤씨의 사고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올해 들어 발생한 사망사고 중 부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공사는 지난 4월 신안산선 광명 구간에서 발생한 터널 붕괴사고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고는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부실 여부를 조사 중으로, 결과는 9월에 나올 예정인데 그동안 조사 기간이 연장된 것을 두고 벌써부터 포스코이앤씨 감싸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시 사고 현장에 대해 검토한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터널 붕괴 전에 붕괴의 확실한 조짐이 있는 상황에서 작업자를 투입시켜 결국 인명사고로 이어진 예고된 사고라는 것이다. 작업하던 근로자 두 명이 매몰됐다가 한 명은 구조되고 한 명은 사망한 사고다.
터널을 받치고 있는 기둥에 균열 정도가 아니라 심하게 훼손돼있어서 보강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보강을 위해 작업자를 투입시킨 경우다. 다수의 목격자와 작업자들은 이미 터널이 내려앉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고, 포스코이앤씨는 당시 훼손된 기둥의 사진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강작업 자체가 의미가 없는 상황으로서 어차피 무너질 상황인데, 그런 위험한 상황에 작업자들을 투입시킨 것이라면, 고의나 과실로 인한 사고로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정확히 들어맞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사는 공사 시작부터 준비가 엉터리로 돼있어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원인을 밝히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하철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터널을 뚫는 발파기록도 서류마다 제각각 이어서 어느 것이 정확한 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작업시간 기록 일지도 불명확해 어떤 공정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초 지반이 약한 상황에서 굴착공사를 하기 전에 지반 보강 작업을 완벽하게 해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이 작업 조차도 소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사가 공사 중간에 무너지지 않은 채 완공된 상황에서 지하철이 다니는 과정에 터널이 붕괴됐다면, 성수대교 사고의 몇 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재앙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이앤씨의 면허정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오는 9월 국토교통부의 신안산선 광명구간 붕괴사고 조사 결과 여부에 달려있다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정확한 조사를 통해 얼마나 객관적인 결론을 내 줄 것인가에 달렸다.
그리고 대통령의 칼 끝이 포스코그룹으로 향해있는 것으로 보여,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장인화 회장의 책임지는 모습이 시급해 보인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