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직업인에 붙어지는 단어를 살펴보면 민(民) 인(人) 원(員) 가(家) 자(者) 수(手) 사(士) 사(師) 사(事) 사(使)로 10개정도가 있습니다.

민(民)은 원래 피지배층이나 노예를 의미했으나 시대가 흐르면서 특정 집단이나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농민(農民), 어민(漁民)이 대표적입니다. 인(人)은 당초 지배층을 뜻했으나 지금은 어떤 특정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기업인, 연예인. 예술인 등이 있고 직업 범주를 얘기할 때 농업인이란 말도 씁니다.

인(人)과 민(民)이 합쳐져서 인민(人民)이 되었는데, 인민은 독립된 주체로서 영어로 피플(people) 독일어로 폴크(Volk)라고 합니다. 사람의 복수형으로 집단을 이룬 사람들이나 대중을 뜻하는데, 국민(國民)과 유사하나 국민은 국(國, 테두리가 있음)이라는 한자에서 보듯이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종속적 의미가 있는 반면 인민은 사람 그 자체로 인정하는 독립된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쓰는 관계로 인민을 잘 쓰지 않고, 국민이라고 말하는데 국민(nation)은 인민보다 조금 더 좁은 범위하고 할 수 있습니다.

원(員)은 조직에 속해있는 사람으로 동글게 모여 조직에 봉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회사원, 공무원, 은행원, 승무원 등이 있는데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조직 내에서 정해진 일을 하는 집업에 사용됩니다.

가(家)는 자유로운 일을 하는 프리랜서의 개념이 강한 전문가를 뜻합니다. 소설가,음악가, 건축가, 예술가, 작가 등이 이씁니다.

자(者)는 원래 불 태우는 행위를 의미했으나 '하는 일'이라는 개념을 거쳐 '하는 사람'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사람자(者)라는 글자로 인해 하대하는 의미라고도 하지만, 그건 잘못됐다고 봐야 합니다. 자(者)가 쓰이는데는 과학자, 기술자, 기자, 시청자, 소비자, 공급자 등 다양합니다.

수(手)는 손을 주로 쓰는 직업인에게 붙입니다. 목수, 무용수, 포수, 등이 있으며 요리를 하는 사람을 숙수(熟手)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골치아픈게 '사'가 붙은 직업입니다. 이건 한자를 잘 알아야 이해가 한결 빠릅니다.

사(士)는 원래 도끼를 들고 형을 집행하는 사람을 뜻했습니다. 무사(武士), 병사(兵士)가 대표적입니다. 중국 고전에 보면 대부(大夫)와 사(士)가 나오는데, 대부는 정치를 맡고 사는 싸움을 맡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전문직으로 권력이나 권한이 아주 높지 않은 직업을 뜻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변호사, 세무사, 법무사, 회계사 등이 있습니다.

사(師)는 병사를 이끌고 통솔하는 사람을 의미했습니다. 가르치거나 돌보는 직업으로 교사, 의사, 간호사, 목사, 요리사 등이 있습니다. 군대를 이끄는 장수(將帥)의 수(帥, 장수 수)가 사(師)와 거의 같은 의미입니다.

사(事)는 원래 사냥 도구를 잡고 있는 모양에서 시작해 깃발을 잡고 맡은 일을 뜻하게 되었고 봉사의 의미로도 발전했습니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직업으로 판사, 검사, 형사 등이 있는데 판검사가 옷을 벗고 변호사가 되면 격이 낮아지는 게 한자로 풀이할 경우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등을 지낸 분은 일부러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데, 대한민국에서는 '돈독이 오른 분들, 묘한 이념을 갖고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분들'이 변호사를 개업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사(使)는 사(事)와 같은 의미로 출발했으나 점차 공적이면서 외교적인 직업으로 발전했습니다. 특사, 대사 같은 업종입니다. 옛날 관직에 많이 쓰였는데 이순신 장군(초대)이 맡은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에도 나타나 있습니다. 공적인 지위였다는 의미였을 겁니다.

한자로 보면 직업의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데, 다만 이러한 개념은 지금은 전혀 달라졌습니다.

예컨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사회에서는 지배계급-농민-공인-상인 순서였으나, 지금은 공인(工人)과 상인(商人)즉 상공인(商工人)이 잘 대우를 받고 이들이 번영하는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이고 선진국입니다.

반면 권력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나라, 즉 지배계급인 사(士)만 대우받고 상공인은 홀대받는 나라는 못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옛소련과 옛중국, 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있으며,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독재국가들도 대부분 이런 성향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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